2008년 3월 31일 월요일

데스 디파잉 : 헐리우드는 역사 왜곡의 천국

지난 일요일 대구에서 중요한 볼 일이 있어 가족과 함께 대구에 갔습니다.
대구에는 조카네가 있기 때문에 하루 일찍 올라가서 애들을 조카에게 맡기고 영화를 보러 갔습니다.
(조카가 애들을 워낙 좋아하는 점이 고마울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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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한 영화는 데스 디파잉이었습니다. 그런데…





관객들마다 개인적인 차이는 있겠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기본적으로 역사왜곡이라는 것을 좋게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목적이 대단히 불순한 역사 왜곡을 종종 경험하기 때문입니다.
(독도문제, 동북공정…)

한편 헐리우드 영화는 볼거리를 위해서 이러한 역사왜곡을 즐겨 합니다.
(제가 아주 싫어하는 영화 중 하나가 U-571인데, 이 영화는 엄청난 음향효과에도 불구하고, 사실을 소재로 했다는 것이 무색할 정도로 지저분한 수준에서의 역사왜곡을 자랑합니다)





사실을 소재로 하는 영화를 제작하는 입장에서 상상력을 발휘하는 것과 사실을 그대로 담는 것은 절묘하게 공존하기어렵습니다.
자칫하면 전기영화로 흘러서 아무도 보지 않을 지루한 영화가 되니까요.
하지만, 우리에게는 이성이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왜곡상상력 쯤은 구분할 수 있습니다.

1. 실제 해리 후디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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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ath-Defying Showman

실제로 해리 후디니라는 마술사가 있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도 한번쯤은 이름을 들어봤을 이 마술사는 실제로 미국에서는 아직까지도 전설적인 마술사로 이름이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많은 특기가 있었지만 그의 최고는 탈출마술이었습니다.
데이빗 카퍼필드같은 세계적인 마술사도 탈출마술을 할 때는 그의 이름을 언급할 정도로 그는 전설 그 자체입니다.

후디니의 장기는 뻔한 속임수가 아니라 (영화 속에서 연습하는 장면에서도 볼 수 있듯이) 철저한 훈련을 통해서 육체적인 능력으로 함정을 탈출한다는 리얼리티였습니다.
엄청난 그의 마술에 사람들은 열광했습니다.

a. 가짜 심령술사 잡아내기

그의 어머니는 1913년 사망했는데, 이후 그는 심령술사들의 꼬임에 빠져 어머니를 만나기 위한 시도를 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는 세계 최고 수준의 마술사였습니다. 금방 그들의 어줍잖은 트릭을 알아낸 그는 이후 가짜 심령술사들의 트릭을 깨뜨리고 경찰에 사기죄로 넘기는 것을 취미삼아(?) 하게 됩니다.

b. 사망

언제나 부지런히 몸을 단련했던 그는 1926년 10월 22일 몬트리올에서 그날의 공연을 마친 뒤 미대생들이 자신을 스케치할 수 있도록 소파에 앉아 있었습니다.
그런데, Gordon Whitehead라는 학생이 들어와서 배에 주먹을 날려도 되느냐고 물어봤고, 후디니가 된다는 대답을 하자마자 (후디니가 준비할 시간을 주지않고) 배에 3연타를 날린 뒤,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무시하고) 다시 계속해서 후려칩니다.

이틀 뒤인 10월 24일 미시간 주 디트로이트로 간 그는 의사에게 치료를 받는 것을 거부하고 40도의 고열에 시달리면서도 공연을 마치고 쓰러진 후 병원에 실려간 뒤 1주일 후인 10월 31일 오후 1시 26분사망합니다.
부검은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보험사에서 조사한 공식적인 사인은 복부 가격에 의한 외상성 맹장염이었습니다.


2. 영화에서는? (당연히 여기부터는 스포일러 덩어리입니다. 영화를 보실 분들은 패스하시길…)

a. 사망

몬트리올에서 한 방 맞고 즉사하는 것으로 나옵니다.
병원에서 고통에 신음하는 것보다는 이 편이 더 극적이라고 판단한 것 같으니, 이 정도는 왜곡이라 볼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b. 심령술사와의 관계

이 면에서 이 영화는 (상상력의 발휘가 아니라) 심각한 왜곡입니다.

실제로 그는 어머니 사망 직후에 심령술에 잠깐 빠졌다가 이후 적극적인 anti-심령술사의 모습을 보입니다.
그에게 있어서 심령술이란 그가 사랑했던 돌아가신 어머니를 이용해서(즉, 모욕해서) 돈을 벌려고 하는 존재였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영화에서는 순서가 뒤바뀌어 있습니다.
그는 적극적으로 심령술을 이용하려고 하고, 그 과정에서 (하다보니) 가짜를 잡아낼 뿐입니다.
그러다가 멀쩡한 부인을 놔두고 다른 여자와 사랑에 빠져 공연도 펑크내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는 죽음 직전에서도 공연을 하는 진정으로 death-defying한 (죽음도 불사한) 모습을 보여준 철인입니다. 게다가, 그의 생일은 1874년 3월 24일이니 당시 그의 나이는 52세였습니다. 로맨스에 빠질 나이는 아니라고 봐야 합니다)

심지어, 영화 말미에서는 이러한 심령술이 진짜였다는 결론을 보여줍니다.

이런 영화의 내용은 좀 심하게 말하면 후디니에 대한 모욕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3. 또 하나의 문제

현대 의학에 의하면 복부 외상을 통해서는 맹장염이 발생할 수 없다고 합니다.
게다가, 그는 죽는 날까지 가짜 심령술사들과 싸웠고, 심령술사들은 그를 미워했습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심령술사를 지지하는 사람들 가운데에는 이성적인 탐정인 셜록 홈즈를 창조한 코난 도일 경도 있었습니다)

후디니가 사망한 뒤 그의 사체는 부검되지 않은 상태로 장례가 치러졌으며, 최근 유족들은 (심령술사들이나 그들의 사주를 받은 자에 의한) 독살설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왜 하필, 유족들이 심령술사들에 의한 독살설을 제기한 이후심령술이 옳다는 내용의 후디니 소재 영화가 나왔을까요?
(하긴, 어줍잖은 음모론일 수도 있겠군요)



 


2008년 3월 29일 토요일

007 [카지노 로얄] 카지노 씬의 옥에티 (근성 버전)

옥에티가 없는 영화는 거의 없습니다.
영화를 제작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옥에티가 조금씩 들어가게 되고, 이것을 찾는 재미도 있습니다.
그런데, 근성을 동원해서 눈에 불을 켜고 뒤져야만 찾을 수 있는 옥에티가 있습니다.

[카지노 로얄]에서 발견한 근성 버전 옥에티 2개를 소개합니다.

1. 딜러가 판돈을 제대로 세지 못함

James Bond 배우 분석 #6 Daniel Craig에서 잠깐 적었듯이, [카지노 로얄]에서 딜러 역을 맡은 안드레아스 다니엘은 진짜 딜러입니다.
그런데, 본드가 르쉬프의 뻥카(블러핑)을 잡아내려다 역으로 당하는 장면에서 전문 딜러 답지 않게 칩을 제대로 세지 못하는 실수를 합니다.

아래 화면은 판돈으로 르쉬프100만 달러, 본드200만 달러를 베팅하는 상황입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a. 일단 테이블 위에 있는 판돈은 무시 (딜러가 다 섞었고, 어짜피 세지 않음)
b. 르쉬프 100만 달러 베팅
c. 필릭스 라이터 죽음(폴드)
d. 본드 200만 달러로 레이즈
순으로 진행된 화면입니다.
 
르쉬프 100만, 본드 200만

그러자, 르쉬프올인합니다. 딜러4500만 달러라고 친절하게 얘기해줍니다. 그런데…
르쉬프의 칩을 계산해보면 1727만 5천 달러입니다.

a. 앞에 베팅한 100만 달러
b. 100만 달러짜리(파란 네모칩) 4장 : 400만 달러
c. 50만 달러짜리(빨간 네모칩) 7장 : 350만 달러
d. 10만 달러짜리(검은색 둥근칩) 64개 : 640만 달러
e. 2만 5천 달러짜리(분홍색 둥근칩) 95개 : 237만 5천 달러
100+400+350+640+237.5 = 1727.5

르쉬프 4500만? 아닌데…

하지만, 우리의 실력자 본드는 이런 딜러 미스를 무시하고 같이 올인합니다.
참고로 본드가 베팅하는 칩은 1625만 달러입니다.

a. 앞에 베팅한 200만 달러
b. 100만 달러짜리(파란 네모칩) 2장 : 200만 달러
c. 50만 달러짜리(빨간 네모칩) 8장 : 400만 달러
d. 10만 달러짜리(검은색 둥근칩) 60개 : 600만 달러
e. 2만 5천 달러짜리(분홍색 둥근칩) 90개 : 225만 달러
200+200+400+600+225 = 1625

어짜피 르쉬프보다 액수가 적으니까 별 문제는 없군요.

좌우지간 같이 달리는 무대뽀 본드


딜러
가 영 수상합니다… 혹시 르쉬프의 부하? 그러고 보니 본드도 좀 이상합니다만…
어쨌든, 여기서 본드는 다 털리고 일단 개털되고 다시 시작합니다.

2. 마지막 딜링 장면에서 본드는 올인할 필요가 전혀 없었음

아래 화면은 후쿠투600만 달러에 대해 르쉬프1200만 달러레이즈하는 상황입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a. 역시 일단 테이블 위에 있는 판돈은 무시 (딜러가 다 섞었고, 어짜피 세지 않음)
b. 후쿠투 600만 달러 베팅(올인)
c. 카미노스키 500만 달러 콜(올인)
d. 르쉬프 1200만 달러 레이즈
순으로 진행된 화면입니다.

액수를 세어보니 정확합니다.
a. 100만 달러짜리(파란 네모칩) 4장 : 400만 달러
b. 10만 달러짜리(검은색 둥근칩) 80개 : 800만 달러
400+800 = 1200

레이즈 1200만 달러

그러자, 우리의 제임스 막가 본드… 걍 4050만 달러올인해버립니다. (하긴 자기 돈도 아니고 CIA 예산이니…)
이번에도 역시 액수는 정확합니다.

a. 100만 달러짜리(파란 네모칩) 26장 : 2600만 달러
b. 50만 달러짜리(빨간 네모칩) 1장 : 50만 달러
c. 10만 달러짜리(검은색 둥근칩) 140개 : 1400만 달러
2600+50+1400 = 4050

짜식, 4050만 달러 올인. 무섭지?

그러자… 르쉬프… 같이 올인 합니다.
문제는… 본드가 더 많으면 본드가 올인할 필요가 없었고, (상대의 돈을 보고 베팅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르쉬프가 더 많으면 4050만 달러만 콜하면 된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직접 세어봤더니, 남은 칩은 900만 달러입니다.

b. 100만 달러짜리(파란 네모칩) 20장 : 200만 달러
c. 50만 달러짜리(빨간 네모칩) 13장 : 650만 달러
d. 10만 달러짜리(검은색 둥근칩) 5개 : 50만 달러
200+650+50 = 900

그렇다면 본드는 올인할 필요 없이 자기 칩의 절반정도인 2100만 달러만 베팅해도 르쉬프를 끝장낼 수 있었단 얘기가 됩니다. (1200+900 = 2100)

그렇다면 본드는 왜 굳이 올인을 했을까요?

나도 올인. 미안하다… 2100만 달러밖에 없다

덧. 각 장면마다 일일이 캡쳐 떠서 확대한 다음 하나씩  세었더니 눈이 너무나 피곤합니다. ㅠ.ㅠ


 

007 배우 분석 #6 Daniel Craig

5. Daniel Craig : 션 코너리의 오라를 현대식으로 재해석해낸 본드


크레이그의 본드는 지금 분석하기에는 때이른 감이 있습니다.
래젠비처럼 한 편 촬영하고 끝낸 것도 아니고 무려 5편을 촬영하기로 계약한 상태입니다. (익스트림무비 참조)
따라서 이 분석은 <카지노 로얄>에 국한될 뿐입니다.

크레이그는 (50줄에 다다른 브로스난을 대신해서) 흥행돌풍은 유지하면서도 원전으로 돌아가야하는 막중한 임무를 띠고 본드역을 맡았습니다.

개봉 당시 그의 나이는 38세였습니다. (네! 30대의 본드가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차기작이 개봉하는 올해 그의 나이는 40세이고, 코너리가 은퇴할 때가 41세란 점을 생각해보면 결코 젊은 것은 아닙니다. 그저 다소 젊은 축에 들 뿐이죠.

사실, 기용 당시에는 워낙에 말이 많은 배우였지만, 결과적으로는 성공적인 캐스팅이었습니다.
(비단 흥행성적 뿐만 아니라 내용에 있어서도 말입니다)
크레이그의 성공의 원인은 다음과 같습니다.

a. 코너리의 외모를 현대식으로 해석

코너리는 원래 잘 생겼다는 평가를 받은 배우가 아니었습니다.
(정확하게는 그런 스코틀랜드 노동자 출신 촌놈을 아무도 평가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소설 속에서 묘사된 본드의 얼굴은 코너리와 거리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의 얼굴에는 강렬한 카리스마가 있었고, 그의 대단히 탄탄해서 거친 느낌을 보여줬습니다.
무명배우로서 저렴하게 캐스팅된 그의 진정한 가치를 관객들은 단번에 알아봤습니다.

크레이그 as 우슬라 안드레스

잘생긴 외모는 결코 아니나 카리스마 넘치는 몸짱


다니엘 크레이그는 처음 캐스팅 되었을 때는 이 정도 수준의 근육은 아니었지만, 하루 5시간씩의 운동을 통해서 코너리를 능가하는 근육질의 몸매를 만들었고, 그 역시 상당히 거친 느낌을 느끼게 합니다.
또한, 액션이 어색하지 않도록 충분한 연습을 하여 체구의 위압감을 충분히 느낄 수 있도록 표현했습니다.

b. James Bond 캐릭터의 정확한 해석

b1. 인간 James Bond의 해석

제임스 본드는 항상 까칠했습니다. 영화에서 계속 볼 수 있었던 이 까칠한 성격을 제대로 묘사했습니다.

애스턴 마틴 획득

임마, 꼴았으면 차 내놔. 주차권 갖고 오란말야!


폭탄으로 폭탄 테러범 제거

이쉑! 넌 디졌어!



b2. before Sean Connery의 해석

제임스 본드는 살인기계입니다. 코너리가 연기한 본드는 살인을 좀 해봐서 능수능란하게 살인을 하지만 달가워하지는 않는 모습이었으며, 카메라도청장치 등에 대해서는 신경쇄약적인 태도를 보였습니다.

그렇다면 그 전에는 처음 살인을 해서 다소 흥분하기도 하지만 최대한 냉정하려고 노력하고, 카메라나 도청장치 등에 대해서 실수를 저질러야 합니다.

동시에, 코너리가 보여줬던 거친 모습은 그대로 (또는 더 거칠게) 보여줘야 합니다.
이러한 코너리 이전의 모습들을 제대로 표현했습니다.


c. 플레밍 원작 소설의 포스

c1. 현실 세계에 있는 악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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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소설에서 Le Chiffre에 대해 기술한 공문서

비록 스펙터(SPECTRE)라는 가상의 집단을 창조한 플레밍이었지만, 사실 그의 소설의 장점 중 하나는 악당에 대한 현실적인 묘사였습니다.

소설 [카지노 로얄]을 보면 르쉬프에 대한 설명을 아예 공문서를 첨부함으로써 왜 르쉬프(Le Chiffre)라고 불리는지에 대한 설명을 상세하게 해놨습니다.
(소설에서의 그는 숫자 감각이 탁월한 SMERSH 요원으로 Le Chiffre외에도 cypher, number, Herr Ziffer 등의 각 나라의 '숫자'라는 단어를 암호명으로 사용한다고 설명되어있습니다)

심지어는 (황당한 설정이라는 판단 하에) 영화에서는 금을 훔치는 장면이 핵을 터뜨리는 장면으로 바꿔어져버린 대작의 소설판 [골드핑거]에서도 훔치는 장면 자체에 대한 설명은 상세하고 친절하게 되어있었습니다.

이에 따라서 본드 소설의 악당들은 (스펙터를 포함해서) 현실 세계에 있음직한 모습을 갖고 있었는데, 이게 변질되면서 세계정복을 꿈꾸는 방송국 사장까지 나오는 황당한 설정들이 터져나온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카지노 로얄>에서는 생존을 위해 행동하는 악당이 등장하고, 이로 인해 현실감이 크게 느껴집니다.

르쉬프

이 돈 잃으면 저 화이트 놈이나 이 반군 리더한테 개차반 날텐데… 걱정이네… 궁시렁궁시렁


c2. 현실 세계에 있는 제임스 본드

<나를 사랑한 스파이>처럼 버튼 하나 누르면 미사일이 날아가서 유유히 탈출하고, <옥토퍼시>처럼 고문에 대해서 농담 따먹기나 하는 모습은 없습니다.
본드의 차는 굴러서 대파되고, 잡히고 고문도 당합니다.
(영화사상 최악의 고문장면 중 하나 아닐까요? 특히 남자들에게…. 참고로, 이 두 장면은 소설에서도 거의 그대로 등장합니다)
 

d. 크레이그의 연기력

몸짱을 통한 카리스마 외에도 그는 본질적으로 연기자입니다. (모델이 아니라 말이죠!!!)
제대로 된 원전의 재해석이나 이를 표현한 대본이 있어도 연기자가 연기가 안 되면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크레이그는 위의 b, c에서 언급한 사항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는 연기력을 보유하고 있는 배우입니다.


결론적으로 다니엘 크레이그는 ① (코너리처럼) 소설과는 거리가 있는 외모지만 (역시 코너리처럼) 그 만의 강렬한 카리스마를 갖추고 있으며  ② 이언 플레밍 원작의 혜택을 톡톡히 받았고   ③ 몸과 액션과 연기가 잘 조화된 표현력을 발휘해서 성공적인 본드로 데뷰할 수 있었습니다.


덧1. 영화 <카지노 로얄>에서 여기저기서 소니 및 포드 사의 제품들을 볼 수 있습니다.
(포드 사의 차에 대한 설명은 吳공본드 님 블로그를 참조하시면 됩니다)
그 중에서 가장 거슬려보이는 장면은 호텔 CCTV 카메라를 블루레이(Blu-Ray)에 담는다는 설정이었습니다.
이런 식의 광고는 적절히 해야죠. CCTV 카메라는 그렇게나 고화질일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습니다!!

블루레이  -.-;;;

이 호텔의 CCTV는 1080p로 되어있으니, 이 CCTV로 영화를 한 편 찍어도 되겠습니다.


덧2. 카지노 로얄에서 딜러역을 맡은 배우는 안드레아스 다니엘이라는 독일인입니다.


이 분의 딜링에서 뭔가 느낀게 없나요?
웬만한 연습으로는 보여줄 수 없는 높은 수준의 완숙하고 부드러운 딜링을 보여줬습니다.
이 분은 배우가 아니라 진짜 직업 딜러입니다. tOMSON' blog를 보시면 실제로 이분이 딜링하는 모습을 잠깐 볼 수 있습니다.



 

007 영화 인물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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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7 영화에 고정으로 등장하는 인물은 주인공인 제임스 본드 외에도 MI6의 국장인 M, 무기 및 특수장비를 담당하는 Q(부스로이드 소령 및 후임자), M의 개인비서인 머니페니, CIA의 친구인 필릭스 라이터, M의 정책 보좌인 빌 터너 등이 있습니다.

그런데, 제임스 본드를 포함하여 이러한 캐릭터에 대해서 정리해놓은 사이트는 imdbALL ABOUT JAMES BOND의 두 사이트가 전부였습니다. (물론, imdb는 영화 자료의 백과사전이란 개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로는 딱 하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주인공인 제임스 본드마저도 주연배우가 교체될 때 새로운 배우를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분석되다 보니 매번 새 주인공의 장점만 부각시키는 분석이 나왔기 때문에 제임스 본드에 대한 분석 역시 그다지 볼 것이 없습니다.

그래서, 이러한 007 영화의 고정배역에 대해서 한명씩 정리해보겠습니다.



James Bond 영화 인물열전1. Felix Leiter
2. James Bond #1: Sean Connery
3. James Bond #2: George Lazenby
4. James Bond #3: Roger Moore
5. James Bond #4: Timothy Dalton
6. James Bond #5: Pierce Brosnan
7. James Bond #6: Daniel Craig
8. M
9. Q
10. Miss Moneypenny
11. Chief of Staff William Tanner
12. Ernst Stavro Blofeld


007 배우 분석 #5 Pierce Brosn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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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밍의 본드

5. Pierce Brosnan : 허술한 시나리오를 이미지로 커버한 본드


소설 속의 본드와 가장 비슷한 이미지를 보여주는 본드는 역시 피어스 브로스넌입니다.
(코너리는 그만의 독특한 오라를 보여준 것이지 소설과 비슷한 이미지는 아닙니다)

하지만, 브로스넌 역시 어쩔 수 없는 약점이 있었으니… 나이였습니다.
<골든아이>로 데뷰할 때가 벌써 42세… 은퇴할 때는 무려 49세로 50줄을 눈앞에 두고 있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역시 제작진의 선택은 무어 때와 마찬가지로 특수장비에 의존하는 것이었습니다.


a. GoldenEye

브로스넌이 운이 좋았던 점은 첫 작품의 감독이 마틴 캠벨이라는 점이었습니다.
본드 영화의 약점과 강점 그리고, 갈 방향을 정확히 짚어낸 그는 소설의 느낌이 날 수 있도록 리얼리티를 살리는 방향으로 영화를 촬영합니다.
(이 능력은 뒤에 <카지노 로얄>을 감독할 때 다시 한 번 빛을 발합니다)

첫 작품인 <골든아이>에서는 본드카는 사실상 거의 사용되지 않고, 006이었던 알렉 트레빌리안과는 리얼한 쌈마이 액션을 펼침으로써 등 무어의 장점(외모 + 플레이보이)에 코너리의 장점(액션 + 몸빨)을 모두 보여주게 됩니다.


더불어 그는 본드를 맡은 배우 중 코너리 이후 최초로 근육이 잡힌 배우였습니다.
(후에 다니엘 크레이그가 하루 5시간씩 운동을 하며 근육질로 변신한 것은 근육질의 체형이 이미지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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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골든아이>에서는 노골적으로 세상은 바뀌었지만 나는 내 갈 길 간다는 뜻의 대사를 함으로써 제임스 본드의 현재 위치를 정확히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James Bond: Governments change. The lies stay the same.

제임스 본드: 정부는 바뀌었지만, 거짓말은 그대로군요.
Alec Trevelyan: For England, James?
James Bond: No. For me.

알렉 트레빌리안: 영국을 위해서냐, 제임스?
제임스 본드: 아니. 나를 위해.

이러한 장점들 즉, 잘 생긴 외모와 적절하게 잡힌 근육현실적인 그림을 표현할 줄 하는 감독의 덕분에 그는 <살인면허> 이후 존폐의 기로에 서있던 시리즈를 정상궤도에 올리게 되었습니다.

원 제작자인 고 알버트 브로콜리는 <살인면허>의 실패 이후 시리즈를 끝낼 생각을 했고, 딸과 양아들이 적극적으로 만류하는 바람에 딸과 양아들에게 제작을 맡기고 일선에서 물러나게 되었습니다.
이후 그는 1996년에 심장마비로 사망했습니다.
R.I.P. Albert R. 'Cubby' Broccoli

b. after GoldenEye

하지만, 새로운 본드가 새로운 세상에 먹힌다는 것을 확신한 새로운 제작자들(바바라 브로콜리, 마이클 G. 윌슨)은 이후 영화의 방향을 엉뚱한 곳으로 돌리게 됩니다.
(이 제작자들이 바로 고 알버트 브로콜리의 딸과 양아들입니다)

다시 한 번 소설의 스타일을 버리고 판타지 영화로 돌아가자는 것입니다.

<네버다이>: <황금총을 가진 사나이>에서 실패한 동양 무술의 재도입, 세계정복을 꿈꾸는 방송국 사장
<언리미티드>: 미인 총출동, 사랑에 빠진 죽어가는 악당, 피해의식과 과대망상에 빠진 악녀
<어나더데이>: 007 영화의 패러디 뮤직비디오, 제대로 부활한 SF (-.-;;;)

게다가 매번 감독을 갈아치움으로서 영화 전반의 스타일도 전혀 일관성 없이 뒤죽박죽하게 됩니다.
물론, 그 스타일 막장의 최종판은 뮤직비디오(<어나더데이>)였고 말이죠.

또한, 특수장비 특히 본드카의 남용이 본격화되는데, 리모콘으로 조종하는 BMW가 2번이나 나오고, 투명 애스턴 마틴도 등장하는 등 본드의 정체성을 잃어버릴만한 특수장비들이 계속 등장합니다.
(다기능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본드가 정작 수갑도 풀 줄 모른다는 거…)

하지만, 이런 영화 스타일과 스토리의 막장모드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승승장구하게 되는데, 가장 큰 원동력은 <골든아이>에서 보여준 그만의 장점(외모+플레이보이+쌈마이 액션+몸빨)으로 인한 이미지 구축의 성공이었습니다.

뒤의 3편에서 비록 허술한 스토리와 구성을 보여줬지만, 이미 피어스 브로스넌은 단 한 편으로 이미지 구축에 성공해서 별다른 액션도 없고, 특수장비만 남용하는 가운데에서도 승승장구하는 실적을 보여줍니다.
이 이미지의 덕을 가장 톡톡히 본 작품은 역시 뮤직비디오 <어나더데이>였고 말이죠.

이는 사실 션 코너리 경의 마지막 2작품인 <두번산다>와 <다이아몬드는 영원히>에서도 있었던 일인데, 황당한 스토리(<두번산다>)와 아무 스토리 없이 힘도 다 빠진 영화(<다이아몬드는 영원히>)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수익을 거두게 됩니다.
(환율을 고려해서 수익을 계산하면 21편의 007 영화중 무려 4위8위의 수익을 거뒀습니다)


결국 피어스 브로스넌은 ① 소설에서 끄집어낸 듯 한 외모와 ② 탄탄한 근육액션으로 ③ 허술한 스토리를 커버할 수 있는 카리스마를 보였기 때문에 제임스 본드를 성공적으로 연기했습니다.



덧. GoldenEye는 원래 이언 플레밍이 007 소설을 집필하던 자메이카의 별장 이름입니다.
즉, 제목에서부터 원작 소설의 방향으로 돌아가겠다는 의지도 보여줬습니다.




 

2008년 3월 28일 금요일

007 배우 분석 #4 Timothy Dalton

4. Timothy Dalton : 1% 부족한 시나리오, 2% 부족한 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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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저 무어 경
이 너무 연로하셔서 정년퇴직하시고 뒤를 이은 본드입니다.
나름 젊은 나이라고들 생각하시던데, 알고 보면 43세가 되어서야 데뷰했고, 소설에 나온 대로 45세현장요원에서 물러났습니다.

무어의 본드는 달콤함으로 포장한 비현실적인 본드였기 때문에 달튼의 본드는 그 이미지를 답습하지 않고, 무어의 마지막 3편에서 추구했던 리얼리티를 더욱 강조하면서 소설의 분위기로 돌아가려고 합니다.

<리빙데이라이트>는 단편소설집 [옥토퍼시와 리빙데이라이트]에서 제목과 저격 장면을 그대로 가져온 작품입니다. 원작에서는 Trigger라고 불리는 여자 저격수가 등장하는데, 이 저격수가 영화에서는 카라 밀로비라는 이름으로 재탄생하게 됩니다. (소설에서는 진짜 저격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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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h~ not again!

영화에 등장하는 Smiert Spionom은 (현실과 영화 모두에서) 실제 존재했던 기구로 "스파이에게 죽음을"이라는 뜻의 러시아어를 영어로 표기한 것이며, 이 약어가 SMERSH(스멜쉬)입니다.
007 소설에서는 자주 등장했고, 영화에서는 <위기일발>에서 본드가 언급하는 것을 들을 수 있습니다.

<살인면허>는 <죽느냐사느냐>에서 잘라낸 설정을 다시 가지고 온 작품입니다. 필릭스 라이터가 잡혀가서 상어에게 뜯기고 본드가 복수한다는 설정은 <죽느냐사느냐>의 핵심 플롯입니다.

리얼리티를 강조하기 위해 집어넣은 장면은 역시 피를 흘리는 본드라는 설정입니다.
이러한 접근법은 분명히 옳았습니다. 코너리의 본드는 피도 흘리고, 린치도 당하는 사실적인 본드였는데, 어느덧 버튼 하나로 다 해결하는 본드가 되어버렸거든요.
버튼이 다 알아서 해주면 버튼이 주인공이지, 본드가 주인공은 아니잖습니까…

피투성이에… 폭발에 안 다칠려고 도망도 다니고… 예전에도 이랬습니다!


하지만, 그의 본드 영화 2편은 최악의 성적을 기록하면서 하차하고 맙니다.

환율을 고려한 영화의 수익성적은 뒤에서 <살인면허> - <뷰투어킬> - <리빙데이라이트> - <옥토퍼시> 순입니다.
Wikipedia 참조

소설로 회귀하는 방향 설정은 옳았지만, 결과적으로 이런 사태가 발생한 이유는 이런 것입니다.

a. 1% 부족한 시나리오

<리빙데이라이트>의 구조는 사실 <위기일발>과 거의 동일합니다.

사실 <리빙데이라이트>가 <위기일발>의 정교한 리메이크입니다. (제작진의 의도는 어떨지 모르겠습니다만)
뭔가를 훔쳐나와야 하는 상황, 훔치기 위해 함정에 당당하게 들어가는 본드, 믿을 수 없는 여자를 자기 편으로 꼬셔야 하는 상황 등등… 까지 유사합니다.

그런데, <위기일발>에서는 황당한 특수장비 없이 가방 하나로 잘 해결했던 본드가 비슷한 임무를 수행하면서 미사일이 달린 차를 사용합니다.

사실, 본드카는 이제 와서 보면 계륵입니다. 분명히 본드의 아이콘 중 하나인데, 조금만 오버하면 영화의 리얼리티는 물론, 본드의 능력치도 떨어뜨리는 측면이 있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리얼리티를 살리되 본드카는 부활시키는 선택은 실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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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면허>에서는 리얼리티를 더 강조하기로 해서 살인면허도 뺏기고, 피도 튀기고 난리가 났습니다.
(역시, 본드는 이런 상황에서 살아남는 강한 캐릭터여야 합니다)
그런데, 본드의 장비는 여전히 첨단입니다. Q가 모든 장비를 갖고 본드를 찾아왔거든요.

Q가 갖고온 장비들은 레이저빔이 나가는 카메라, 폭발물 치약, 뇌관 및 수신기, 지문 인식기가 달린 저격용 라이플, 알람시계 폭탄, 심지어는 무전기가 달린 싸리비까지 있습니다. 할아버지가 여행을 다니면서 싸리비는 왜 들고다닐까요?

결국은 리얼리티를 살리려고 하면서도 1% 부족한 시나리오로 리얼리티를 살리지 못하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b. 2% 부족한 본드

b1. 액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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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빡도네. 걍 여기서 목을 꺾어버려?

티모스 달튼
은 배우로서 아주 훌륭합니다.
리얼한 본드를 연기하면서 정말 리얼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살인면허>에서 산체스와 악수하기 직전의 표정은 압권입니다)
하지만, 제임스 본드 역은 연기만으로는 모자라는 무언가가 더 필요합니다. 네. 액션입니다.

달튼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리얼한 본드를 선택하기 위해 고민을 많이 했고, 무어와 비슷한 이미지에 연기가 되는 달튼을 선택했는데, (아뿔싸!) 액션이 안 되는 것입니다.

살인꿀밤 티모시 달튼: 순간적으로 느끼는 액션의 어설픔. 우린 이소룡 영화로 단련되었단 말이다!


결국 그는 <살인면허>에서 대단히 터프한 모습으로 거친 싸움을 보여주고도 뭔가 모자라다는 느낌을 줄 수 밖에 없었습니다.


b2. 몸짱이 아님
무어도 몸짱과는 거리가 멀었기 때문에 초기 2편에서 (잠깐씩) 웃옷을 벗고 나오는 모습은 뭔가 좀 아쉬웠습니다.
달튼은 무어의 이런 약점도 인계받아 웃옷을 벗은 모습이 비슷하게 약해보입니다.
(게다가 무어처럼 가슴 털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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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을 입은 모습은 분명히 터프한데, 벗으면 부드럽기만 한 본드


이런 약점때문에 척 봐서 느끼는 위압감이 없고 카리스마가 부족하다는 인상을 가지게 했습니다.


b3. 말(馬)상 얼굴
George Lazenby에 이어서 또 얼굴에 태클을 걸게 되는군요.
액션에 더해서 또 하나의 그의 약점은 얼굴이 너무 크고 길다는 점입니다.
일반적인 연기를 할 때는 이 점이 약점이 될 수 없겠지만, 제임스 본드역은 다릅니다.
원형이 되는 소설과 전임자들이 있기 때문에 얼굴도 중요합니다. (이 면에 있어서 다니엘 크레이그의 성공은 고무적입니다)


결과적으로 티모시 달튼은 ①  연기가 되었고터프한 이미지를 잘 보였지만, ③ 액션이 되지 않았고외모와 카리스마가 부족했기 때문에, 사실적인 본드를 연기했지만, (래젠비와 마찬가지로) 장점이 드러나지 않아 좋지 않은 결과를 맞이했습니다.


덧. <살인면허>에서 산체스의 심복인 다리오 역을 베네치오 델 토로가 연기했습니다.
이 때가 그의 나이 22살 때였고 그의 2번째 극장용 영화였는데, 정말 싸가지 없어 보입니다.
전 극장에서 이 영화 처음 봤을 때 정말로 이 배우 뜰 줄 알았습니다. 너무나 강렬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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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고~ 전 언제쯤이나 여러분들처럼 뜰 수 있을까요?




 

2008년 3월 27일 목요일

007 배우 분석 #3 Roger Moore

3. Sir. Roger Moore : 노년에 들어서야 사실적인 이미지로 돌아온 영감님 007


앞의 제임스 본드들과는 달리 무려 45세의 나이에 첩보원 계에 투신하신 로저 무어 경은퇴할 때의 나이가 무려 58세였습니다.

덕분에 기존의 강하고 터프한 이미지는 몽땅 버리고 새로운 이미지의 본드를 만들어야 했습니다. 결국은 나이에 맞게 (어쩔 수 없이) 부드러운 이미지로 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중년의 달콤한 신사 이미지의 제임스 본드를 구축한 로저 무어 경은 사실, 2가지 버전(?)이 존재합니다.
70년대(<죽느냐사느냐>~<문레이커>) 버전과 80년대(<유어아이즈온리>~<뷰투어킬>)버전의 두 가지입니다.

吳공본드 님이 70년대와 80년대의 무어로 선을 그으셨는데, 타당한 선긋기라고 생각해서 그대로 차용했습니다.

a. 70년대 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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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에게 커피를 타주면서 질질 흘리는 본드

첫 두 작품인 <죽느냐사느냐>와 <황금총을 가진 사나이>에서 그의 이미지는 종잡을 수가 없습니다.

소설 [죽느냐사느냐]는 친구 필릭스 라이터의 부상에 대한 복수극이 주 플롯이기 때문에 상당히 거칩니다.
또, 소설 [황금총을 가진 사나이]는 앞의 임무에서 기억상실증에 걸린 제임스 본드의 자아찾기가 주 내용이라서 상당히 어두운 분위였습니다.

이러한 두 작품의 핵심 부분이 잘라내고, 무어의 밝은 이미지를 표현하려고 하다보니 두 영화는 이도 저도 아닌 밋밋한 영화가 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두번째 007 소설인 [죽느냐사느냐]은 [카지노 로얄]에서 보여준 인간적인 약점을 제거한 소설로, 친구 필릭스 라이터의 부상에 대한 복수극이 주 플롯입니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이런 플롯을 제거해버렸습니다.
(영화 <살인면허>의 필릭스가 상어에게 물리는 장면이나 <유어아이즈온리>의 보트에 끌려다니는 장면들이 소설 [죽느냐사느냐]의 핵심 부분입니다)

소설 [황금총을 가진 사나이]는 앞의 임무인 [두번산다]에서 실종된 본드가 소련에 잡혀가서 세뇌당한채 돌아와서 M을 죽이려고 하다 실패하고, 다시 (임시로) 복직되어 자아를 되찾기 위해 00요원을 살해한 스카라망가(및 그와 연계된 미국의 갱스터들)를 제거한다는 내용이 주 플롯입니다.
그런데, 앞 뒤 다 잘라먹고 킬러와의 1:1 총질만 남아서 어설픈 이소룡 패러디 + 어설픈 서부극 패러디의 수준을 보여준 것입니다.

두 작품에서 제대로 된 이미지를 보여주지 못한 제작팀은 세번째 영화로 원작 소설에서 제목만 빌린 스펙타클 영화를 기획합니다. 결과적으로 이 영화는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면서 무어의 2가지 본드 이미지를 구축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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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tus Esprit 잠수함 버전

a1. 특수장비에만 의존하는 첩보원

헬리콥터로 공격하면 잠수함 미사일로 응수하고, 보트에 달린 행글라이더를 타기 위해 보트를 일부러 절벽으로 몰아가는 제임스 본드의 이미지가 이 때 만들어졌습니다.

이전까지의 본드 영화에서는 차에 달린 특수장비를 활용해서 위기상황에서 벗어난 적이 한번도 없었습니다.
(흔히 <골드핑거>의 본드카를 많이 기억하는데, 그 애스턴 마틴으로는 탈출에 성공하기는 커녕 차가 오히려 대파되고 맙니다)


a2. 악당의 이미지보다 약한 주인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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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어느 분이 주인공이신지…?

<황금총을 가진 사나이>의 스카라망가, 2편이나 등장한 죠스나 <옥터퍼시>의 킬러 고빈다처럼 주인공의 이미지를 가볍게 능가하는 (때로는 만화같은) 악당이 등장하고 그 악당을 이김으로써 주인공이 더 강하다는 만화적인 플롯을 구축합니다.

이 방식은 주로 만화에서 이용됩니다. 주인공의 라이벌이 주인공보다 강하고, 그것을 이기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한 뒤에 라이벌을 이긴다는 소년 스포츠 만화들 말이죠.

이 두 가지 이미지 덕분에 제임스 본드 영화는 만화같아졌으며, 동시에 캐릭터의 포스도 약해졌습니다.


b. 80년대 버전

70년대의 마지막 본드는 <문레이커>에서 황당하게도 (동시에 쓸데없게도) 우주에 나가서 삽질을 하게 됩니다.
삽을 다 파고서야 정신을 차린 제작진은 본드를 소설로 다시 뫼셔오기로 결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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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차인데… 그죠?

결국 특수장비를 포기한다는 대수술을 거친 다음에야 무어의 본드는 제위치를 찾습니다.
<유어아이즈온리>에서 이러한 대수술의 결과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 로터스 에스프리의 폭파장면입니다.

이후 <옥터퍼시>에서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를 좀 심하게 패러디하기는 했지만, 현실적이면서도 부드러운 이미지의 본드를 성공적으로 연기했습니다.

b1. 황당한 특수장비를 버린 007

1980년대의 무어의 본드는 특수장비를 거의 사용하지 않습니다.
반사도를 떨어뜨리는 투시용 안경이나 황산이 들어있는 만년필 등 상식적으로 있음직한 것을 제외하면 미사일이 나가는 자동차행글라이더가 달린 보트 등은 사용하지 않습니다.
대신 몸으로 때우는 스파이의 모습을 보여주려고 합니다. (네, 보여준 것이 아니라 보여주려고 할 뿐입니다)


b2. 현실적인 악당들과 현실세계에서 싸우는 본드

이게 무엇보다 반가운 점입니다.
쓸데없이 지구 정복한답시고 엘리트만 남기고는 우주에서 인간을 멸종시키려는 바보(엘리트만 남으면 엘리트가 농사짓고, 석탄 캐야 한다는 거…)나 우주에서 우주선을 납치해서 세계 3차대전을 일으키려는 돈 많은 악당은 (한동안) 보이지 않습니다.
돈 때문에 나쁜 짓을 하는 악당들이 다시 돌아왔습니다.


b3. 때론 냉혹한 본드

<살인번호>에서 논란거리였지만, 결국 본드의 성격을 규정짓게 된 장면 중 하나가 비무장인 덴트 교수를 쏘고, 등에 확인사살을 하는 장면이었습니다. (살인을 하고 난 본드가 소음기를 부는 장면에서의 코너리의 포스는 덜덜덜 수준입니다)
그 장면을 무어 버전으로 그린 장면을 <유어아이즈온리>에서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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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맞다. 너 비무장이지? 그런데, 죽어줘야겠어.



b4. 그런데, 본드의 능력치는 들쑥날쑥

한번 본 용의자의 인상착의를 정확히 기억해서 조회할 수 있는 기억력을 보여주어 <썬더볼>의 오라를 보여주거나 경매장에서 당당하게 보석을 바꿔치기해서 정부자산을 확보하는 멋진 손재주를 보여주다가도 자기가 꺼낸 약품의 위치를 잊어버려 발각당하는 실수도 합니다.
 


b5. 최대의 약점: 연로하신 관계로 액션이 안 됨

션 코너리 시절 본드의 매력 가운데 하나는 맞짱이었습니다.
코너리는 어떤 상대와 맞짱을 떠도 이길 것 같은 오라가 있었는데, 80년대의 본드에게는 오라라고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50대 중반의 노년기에 접어든 분께 액션을 요구하는 것이 무리입니다)

그리고, 덕분에 상당부분의 액션 장면을 대역이 얼굴을 숨겨가며 대충 촬영하게 됩니다. (클로즈업 촬영 자체가 안 되니까요)
그래서 특수장비는 버렸지만, 몸으로 때우는 스파이의 모습을 보여주려고 시도만 하고, 결국은 도망다니거나 탈출하는 모습으로 갈음하게 됩니다.
(<옥터퍼시>의 정글 도망 장면이나 <뷰투어킬>의 화재 탈출 씬이 그래서 나온 것입니다)
 
할아부지… 할아부지 맞는지를 확인할 수 없어요


b6. 최대의 약점을 위트로 보완

액션이 되지 않는다는 약점을 적절하게 보완하기 위한 그만의 수단이 위트였습니다.
코너리 때에는 냉소적인 비아냥 성 조크를 사용했지만 위트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무어 대에서는 위트 넘치는 대사로 액션이 안 된다는 약점을 절묘하게 피해나갔습니다.


결과적으로 무어의 본드는 ① 액션이 안 되는 것을 무리하게 끌고가지 않고 부드러운 위트로 커버했고 ② 이로 인해 옷빨이 안 선다는 약점도 슬며시 피해갔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③ 사실적인 본드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있는 그만의 또다른 본드 이미지를 갖게되어버렸습니다.


덧1. 무어의 오래된 루머 중 하나가 <옥터퍼시>를 제작할 때 스턴트맨 없이 모든 액션을 직접 소화했다는 얘기입니다.
이건 말도 안 되는 얘기입니다. 코너리나 크레이그처럼 몸짱 본드도 스턴트맨이 상당부분 대역 촬영을 했습니다.
폴 웨스턴이라는 스턴트맨이 무어의 대역을 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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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2. <뷰투어킬>에서 가장 어색한 장면들은 러브씬이었습니다.
저 때 무어의 나이는 이미 58세. 무어가 플레이보이의 사장 휴 헤프너도 아닌데 왜 찍었는지 모를 장면입니다.
물론 내용상으로야 아직 45세가 되지 않았을테지만 그런다고 보이는 이미지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잖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