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3월 27일 목요일

007 배우 분석 #2 George Lazenby

2. George Lazenby : 캐리어가 완벽한 팔방미인, 훌륭한 대본… 그러나 2% 부족했던 007


스키 대회 우승 경험이 있으며, 스키 강사 자격증 보유
호주 육군 특수부대 격투기 교관 출신
세계적인 모델로 활동(1967년 한 해 수입이 지금으로 치면 20억 원 수준)
유럽 말보로 맨

<두번산다>를 끝으로 션 코너리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그를 대체할 배우로 낙점된 배우가 조지 래젠비입니다.

션 코너리의 오라를 끌고 나갈 수 있는 배우를 물색하던 제작진은 수많은 배우(3000명 수준이라고 합니다) 중에서 조지 래젠비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여러가지 기준을 가지고 차기 제임스 본드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그가 선택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위에 보이는 그의 캐리어 때문입니다. 게다가 영화가 개봉되었을 때 그의 나이는 30세였습니다. 즉, 촬영할 때는 그는 30대도 아니고 20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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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강점1: 액션
제임스 본드는 일단 치고 받는 액션이 되어야 합니다. (이 점에서 로저 무어 경티모시 달튼의 한계는 뻔히 보입니다) 제작진은 격투기 (정확히는 그것도 맨손 격투기) 교관 출신이라면 힘있는 액션을 소화하는데 무리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뒤에 다시 적겠지만 그의 액션은 코너리보다 힘이 없어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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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홋~ 저 다리 기럭지를 보라… 부럽 ㅠ.ㅠ

b. 강점2 : 옷빨
게다가 세계적인 모델 답게 옷빨 역시 최고입니다.
(吳공본드 님의 포스팅 제임스 본드 IN 흰색 턱시도에 달린 Yoon Chul님의 댓글에서 전문가의 견해를 볼 수 있습니다)
제임스 본드는 정장을 아주 잘 차려입어야 하는데, 션 코너리는 오히려 이 점에 있어서 약점을 갖고 시작한 경험이 있었거든요.
(테렌스 영 감독은 비싼 정장을 사입힌 뒤에 그 옷만 입고 생활하고 잠도 자라고 명령했었습니다)
하지만, 레젠비는 길다란 다리와 가는 선으로 최고도의 옷빨을 보여줍니다.

c. 강점3 : 스키
그리고, 전작인 <두번산다>에서 너무 판타지로 가버렸다는 판단을 했던 제작진은 원작으로 돌아오기로 하고, 비장의 카드인 <여왕폐하의 007>을 다음 작품으로 정합니다.
(이 소설은 본드의 내면적인 약점을 비추는 대단히 "리얼한" 작품이었습니다 - 그래서 결혼합니다)
그런데, 이 소설에서 클라이막스 액션 중 하나가 스키 추격장면이었습니다.
네. 그는 스키 대회에서 우승한 경험도 있는 전문가였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그의 강점들은 도리어 약점이 되어 그를 공격합니다.
가장 큰 문제는 그는 이 모든 것들을 두루두루 잘 하기 때문에 딱 한 가지의 특장점을 보여줄 수 없었다는 것입니다.
(결국 이점은 뒤에 등장하는 로저 무어 경을 선택하는 이유가 됩니다.)

a. 약점1: 액션
액션 배우가 영화에서 액션을 할 때는 강하다는 느낌이 들어야 합니다.
이소룡처럼 빠르던지, 코너리처럼 떡대가 벌어지던지 말이죠. (코너리는 거구의 사나이가 정장을 차려입은 컨셉이었습니다)
하지만, 레젠비는 분명히 액션 자체는 잘 소화하지만 선이 가늘어 강하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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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싸워서 강한 것과 보기에 강해보이는 것은 상당히 다릅니다.
영화배우는 실제로 강한 것보다는 강해보이는 것이 더 중요한데, 래젠비는 실제로 강하지만(강하겠죠? 격투기 교관인데…) 강해보이지 않았습니다.

좀 더 극단적인 비교로 2008년 2월 2일 있었던 UFC브록 레스너 vs 프랭크 미어 경기가 있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레스너가 훨씬 강해보입니다. 물론, 실제로 힘도 레스너가 더 셉니다.
하지만, 실제 경기는 미어가 탭아웃으로 이겼습니다.

실제 싸움에서의 강하기는 단순히 스카우터 차고 근력 데이터 뽑아서 숫자를 비교하는 것이 아니니까요.

그의 이러한 약점을 보완하고 박진감을 부여하기 위해 제작진은 액션 장면을 근거리에서 촬영했습니다.

원래는 스피디한 액션을 추구하기 위해서였는데, 결과적으로는 힘이 없는 본드힘있게 보이기 위해 카메라 트릭을 사용한듯한 인상을 주고 말았습니다. (액션이 불필요하게 빨라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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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배럴 시퀀스부터 흐느적거리는 듯한 본드

게다가 그의 마지막 캐리어는 모델입니다.
이에 따라 영화 전반에서 그의 움직임은 모델의 워킹의 느낌이 두드러집니다.

모델 워킹과 군인의 워킹은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모델의 워킹에 비해서 군인의 워킹은 상체 특히, 어깨가 움직이지 않아 절도있어 보입니다. 그에 비해 모델의 워킹은 (약간 흐느적거리는듯한) 자연스러워보이는 움직임이 기본입니다.

b. 약점2: 옷빨
위에서도 적었듯이 그의 모델로서의 옷빨은 최고 수준입니다.
그러나, 제임스 본드는 모델이 아닙니다. 그는 현장요원입니다.
관객들의 눈에는 션 코너리의 거친 옷빨이 각인되어있는 마당에 모델로서의 미끈한 옷빨은 오히려 약점이 되어버렸습니다.
지금은 로저 무어 경 덕분에 근육질의 본드에 대해 많이들 잊은 것이 사실이지만, 션 코너리는 미스터 유니버스 3위라는 기록을 갖고 있는 근육질 몸짱이었습니다.
(다니엘 크레이그가 터프한 근육질로 몸을 만든 이유가 션 코너리로 돌아가기 위해서였습니다)

즉, 옷은 정말 잘 입는데, 제임스 본드가 옷을 잘 입은 것아니라 옷을 잘 입은 사람에게 제임스 본드 역을 맡겼다는 느낌이 강하게 나버린 것입니다.

사람들은 이러한 미묘한 위화감을 싫어합니다.
차라리 무어처럼 아주 다른 느낌의 본드면 적응할 수 있어도 래젠비처럼 비슷한데 다르면 위화감을 느끼거든요.

c. 약점3 : 얼굴
래젠비의 얼굴을 잘 보면 코가 왼쪽으로 비뚤어져 있습니다. (외모에 대해 험하려는 의도는 없습니다만…)
사람은 본능적으로 좌우 대칭형의 얼굴에 호감을 많이 느끼는데, 척 봤을 때 그의 이러한 얼굴은 커다란 약점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그의 전임자는 다름 아닌 코너리 아니겠습니까…



제임스 본드 영화의 골수 팬들 (뭐… 그러니까 저처럼 그 재미없는 황금총을 가진 사나이 마저도 한 10번 이상은 가볍게 봐 줄 수 있는 오덕스러운 사람들)에게는 여왕폐하의 007은 최고의 작품 중 하나입니다.

소설과 영화에서 그의 중요한 클리셰 중 하나인 여자관이 집대성 된 두 작품 중 하나거든요. (물론 나머지 한 작품은 카지노 로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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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이런 일로 여자를 괴롭힙니까. 옛소 $2000.

게다가 스펙터클한 화면 구성적절한 로맨스도 갖추고 있고, 카지노에서 정말 멋진 장면도 등장합니다.
바카라 판에서 트레이시가 돈도 없으면서 미친척하고 베팅했다가 2000$를 잃은 상태에서 분위기가 험악해지자 본드가 "죄송하지만 제가 갚아도 되겠습니까?"라는 멋진 멘트로 장내 분위기를 정리해버리거든요.

세부적인 장면들을 보면 이 영화의 장점은 무궁무진합니다.
아래 왼쪽의 장면은 탑에서 탈출하기 위해 비밀병기를 꺼내드는 장면인데, 이 비밀병기(?)는 놀랍게도 바지 호주머니 자체입니다. 즉, 호주머니에서 레이저 빔 같은 것이 나가는 특수무기를 꺼내드는 것이 아니라 주변의 모든 것을 이용하는 살아있는 스파이를 연기한 것입니다.
(제이슨 본만 그렇게 한 것이 아닙니다. 제임스 본드도 분명히 이랬습니다)


가운데 장면은 스키로 교살을 시도하는 장면입니다. 결국 이 악당은 절벽 아래로 떨어져 죽기는 합니다만, 소리를 내지 않기 위해서 교살을 한다는 거… 스파이 영화의 기본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오른쪽 장면은 물론 그 유명한 Mrs. Bond의 피살장면입니다. (다시는 볼 수 없는 장면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많은 장점들은 (결과적으로) 모두 대본에만 집중해있습니다.

즉, 처음 기획 의도는 최고의 대본을 가지고 최고의 후임자를 선택해서 성공적인 작품을 만들려고 했지만, 배우는 위에서 언급한 약점들을 줄줄이 보이면서 가장 이미지가 약한 제임스 본드가 되어버렸고, 덕분에 흥행에 참패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제이슨 본 시리즈나 카지노 로얄과 같은 현대적인 스파이 영화들의 구성이 이 영화 한편과 놀랍게도 유사하다는 점을 보면 이 영화는 그리 쉽게 무시할만한 영화가 아닙니다.





결과적으로 조지 래젠비는 ① 젊고 액션이 되었지만 그 액션에 힘이 없어보였고옷을 잘 입었지만 몸짱이 아니어서 옷빨이 서지 않았기 때문에 ③ 사실적인 본드를 연기했지만, 그 장점이 드러나지 않아 좋지 않은 결과를 맞이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래젠비코너리비교되다보니 운이 없었다고들 하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덧. 잘못 알려진 루머 가운데는 감독인 피터 헌트조지 래젠비 사이가 좋지 않았던 것도 영화가 실패한 원인 중 하나라고 하는데, 잘못된 루머입니다. 피터 헌트는 촬영 당시 조지 래젠비가 차기작에 대한 계약을 하면 자신이 감독을 맡겠다고 했습니다.





댓글 4개:

  1. 시대를 너무 앞서나간 본드 영화였다고나 할까요. (2006년)카지노 로열을 제외하면, 유일한 리얼액션 007이였죠.

    그러나 숀 코네리 주연의 007이 남긴 클리셰에 너무 익숙해진 관객들에겐 이단아같은 작품이었달까.. 극과극으로 평이 나뉘긴 하지만 최근들어서는 대부분 수작쪽으로 보는 견해가 우세한 듯 합니다.



    덧, 이후에 조지 레젠비는 영화판에서 맥을 못추지만, 홍콩으로 건너가 찍은 작품들도 있답니다 ^^ 그리고 007의 유사품인 0011 나폴레옹 솔로의 한 TV판 영화에도 출연한바 있고, 한때는 므흣 엠마뉴엘 시리즈에도 장기 출연한바 있죠. 참 영화 인생이 기구한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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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페니웨이™ - 2008/03/28 11:33
    이 분의 다음 고난이 이소룡 죽는 날 공항에서 만나기로 했다는 것이었죠.



    이소룡이 원래 영화를 찍을 때 무술가들과만 쌈박질을 해서 리얼리티를 극대화하는 습관(?)이 있었는데, 래젠비와 친하게 지내면서 괜찮다고 판단했었습니다.



    그래서 차기작에 대한 논의를 하려 만나려고 했는데, 만나기로 한 날 죽어버렸다는 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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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미남 스파이와 미녀 본드걸, 그리고 화려한 액션이란 '글래머'한 부분만 중요시하다 실패한 케이스라고 봅니다.

    얼마전 클라이브 오웬이 크레이그가 본드로 캐스팅된 걸 두고 모델이 아닌 연기자가 007이 됐다고 했었죠.

    저도 턱시도 입고 폼잡을 때만 007다운 '모델'이 아닌 연기가 되는 배우를 택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플레밍이 창조한 제임스 본드라는 캐릭터의 외모와 내면을 구분 못하는 분들은 부글거리시더군요...ㅋ

    플레밍의 본드도 미남이고 고급만 좋아하는 글래머한 캐릭터지만 이게 전부가 아닌데 여기서 스톱하는 분들이...



    어떻게 보면 'OHMSS'의 래젠비는 상당한 미스캐스팅이었던 걸로 보이기도 합니다.

    연기경험 부족으로 인한 뻣뻣함은 둘째 치더라도 영화내용은 하드한데 주인공은 글래머한 게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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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吳공본드 - 2008/03/28 12:12
    가장 중요한 것은 오라(aura) 아니겠습니까...

    션 코너리가 싸움할 때만 터프해보였으면 그렇게까지 성공하지는 못했을 겁니다.



    하지만, 션은 가만히 있기만 해도 존재감이 확실했거든요.

    래젠비는 분명히 그 존재감이 부족했습니다.



    역시 이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다들 래젠비가 아닌 스토리와 구성을 좋아하시는군요.

    (피터 헌트 지못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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