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3월 29일 토요일

007 배우 분석 #5 Pierce Brosn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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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밍의 본드

5. Pierce Brosnan : 허술한 시나리오를 이미지로 커버한 본드


소설 속의 본드와 가장 비슷한 이미지를 보여주는 본드는 역시 피어스 브로스넌입니다.
(코너리는 그만의 독특한 오라를 보여준 것이지 소설과 비슷한 이미지는 아닙니다)

하지만, 브로스넌 역시 어쩔 수 없는 약점이 있었으니… 나이였습니다.
<골든아이>로 데뷰할 때가 벌써 42세… 은퇴할 때는 무려 49세로 50줄을 눈앞에 두고 있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역시 제작진의 선택은 무어 때와 마찬가지로 특수장비에 의존하는 것이었습니다.


a. GoldenEye

브로스넌이 운이 좋았던 점은 첫 작품의 감독이 마틴 캠벨이라는 점이었습니다.
본드 영화의 약점과 강점 그리고, 갈 방향을 정확히 짚어낸 그는 소설의 느낌이 날 수 있도록 리얼리티를 살리는 방향으로 영화를 촬영합니다.
(이 능력은 뒤에 <카지노 로얄>을 감독할 때 다시 한 번 빛을 발합니다)

첫 작품인 <골든아이>에서는 본드카는 사실상 거의 사용되지 않고, 006이었던 알렉 트레빌리안과는 리얼한 쌈마이 액션을 펼침으로써 등 무어의 장점(외모 + 플레이보이)에 코너리의 장점(액션 + 몸빨)을 모두 보여주게 됩니다.


더불어 그는 본드를 맡은 배우 중 코너리 이후 최초로 근육이 잡힌 배우였습니다.
(후에 다니엘 크레이그가 하루 5시간씩 운동을 하며 근육질로 변신한 것은 근육질의 체형이 이미지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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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골든아이>에서는 노골적으로 세상은 바뀌었지만 나는 내 갈 길 간다는 뜻의 대사를 함으로써 제임스 본드의 현재 위치를 정확히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James Bond: Governments change. The lies stay the same.

제임스 본드: 정부는 바뀌었지만, 거짓말은 그대로군요.
Alec Trevelyan: For England, James?
James Bond: No. For me.

알렉 트레빌리안: 영국을 위해서냐, 제임스?
제임스 본드: 아니. 나를 위해.

이러한 장점들 즉, 잘 생긴 외모와 적절하게 잡힌 근육현실적인 그림을 표현할 줄 하는 감독의 덕분에 그는 <살인면허> 이후 존폐의 기로에 서있던 시리즈를 정상궤도에 올리게 되었습니다.

원 제작자인 고 알버트 브로콜리는 <살인면허>의 실패 이후 시리즈를 끝낼 생각을 했고, 딸과 양아들이 적극적으로 만류하는 바람에 딸과 양아들에게 제작을 맡기고 일선에서 물러나게 되었습니다.
이후 그는 1996년에 심장마비로 사망했습니다.
R.I.P. Albert R. 'Cubby' Broccoli

b. after GoldenEye

하지만, 새로운 본드가 새로운 세상에 먹힌다는 것을 확신한 새로운 제작자들(바바라 브로콜리, 마이클 G. 윌슨)은 이후 영화의 방향을 엉뚱한 곳으로 돌리게 됩니다.
(이 제작자들이 바로 고 알버트 브로콜리의 딸과 양아들입니다)

다시 한 번 소설의 스타일을 버리고 판타지 영화로 돌아가자는 것입니다.

<네버다이>: <황금총을 가진 사나이>에서 실패한 동양 무술의 재도입, 세계정복을 꿈꾸는 방송국 사장
<언리미티드>: 미인 총출동, 사랑에 빠진 죽어가는 악당, 피해의식과 과대망상에 빠진 악녀
<어나더데이>: 007 영화의 패러디 뮤직비디오, 제대로 부활한 SF (-.-;;;)

게다가 매번 감독을 갈아치움으로서 영화 전반의 스타일도 전혀 일관성 없이 뒤죽박죽하게 됩니다.
물론, 그 스타일 막장의 최종판은 뮤직비디오(<어나더데이>)였고 말이죠.

또한, 특수장비 특히 본드카의 남용이 본격화되는데, 리모콘으로 조종하는 BMW가 2번이나 나오고, 투명 애스턴 마틴도 등장하는 등 본드의 정체성을 잃어버릴만한 특수장비들이 계속 등장합니다.
(다기능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본드가 정작 수갑도 풀 줄 모른다는 거…)

하지만, 이런 영화 스타일과 스토리의 막장모드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승승장구하게 되는데, 가장 큰 원동력은 <골든아이>에서 보여준 그만의 장점(외모+플레이보이+쌈마이 액션+몸빨)으로 인한 이미지 구축의 성공이었습니다.

뒤의 3편에서 비록 허술한 스토리와 구성을 보여줬지만, 이미 피어스 브로스넌은 단 한 편으로 이미지 구축에 성공해서 별다른 액션도 없고, 특수장비만 남용하는 가운데에서도 승승장구하는 실적을 보여줍니다.
이 이미지의 덕을 가장 톡톡히 본 작품은 역시 뮤직비디오 <어나더데이>였고 말이죠.

이는 사실 션 코너리 경의 마지막 2작품인 <두번산다>와 <다이아몬드는 영원히>에서도 있었던 일인데, 황당한 스토리(<두번산다>)와 아무 스토리 없이 힘도 다 빠진 영화(<다이아몬드는 영원히>)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수익을 거두게 됩니다.
(환율을 고려해서 수익을 계산하면 21편의 007 영화중 무려 4위8위의 수익을 거뒀습니다)


결국 피어스 브로스넌은 ① 소설에서 끄집어낸 듯 한 외모와 ② 탄탄한 근육액션으로 ③ 허술한 스토리를 커버할 수 있는 카리스마를 보였기 때문에 제임스 본드를 성공적으로 연기했습니다.



덧. GoldenEye는 원래 이언 플레밍이 007 소설을 집필하던 자메이카의 별장 이름입니다.
즉, 제목에서부터 원작 소설의 방향으로 돌아가겠다는 의지도 보여줬습니다.




 

댓글 6개:

  1. 브로스난의 사별한 전부인이 'FYEO'서 리슬로 나온 본드걸 출신이죠.

    그때부터 007 프로듀서 눈에 들었던 배우니 언젠간 007이 될 팔자였던 배우라고 생각합니다.

    근데 이 분은 얼굴이 너무 보이시하고 순해서...

    소설에서 본드가 미남으로 나오는 건 맞지만 PRETTY BOY는 아니었는데 브로스난은...

    나이가 들면서 보이시함이 많이 커버됐지만 여전히 남자다워 보이지 않았습니다.

    표정, 말투, 웃음 모두 터프가이처럼 억지로 연기하는 티가 팍팍...ㅡㅡ;

    전 브로스난을 대표적인 모델판 제임스 본드로 보거든요. 사진에서만 그럴싸한 본드...

    그렇다고 제가 브로스난을 싫어하는 건 아니구요...ㅋ 제가 원했던 타잎의 본드가 아니었다는 정도입니다...



    저도 브로스난 본드영화 중엔 '골든아이 '하나밖에 볼 게 없다고 생각합니다.

    근데... 이 영화도 음악이 상당히 험악했죠...ㅡㅡ; 둥당당당~ 하던 것밖에 기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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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예전에 다니던 회사 여직원이 피어스 브로스넌 엄청 좋아했는데 나이가 제법 많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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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吳공본드 - 2008/03/29 10:16
    사별한 부인이 카산드라 해리스죠.



    사실, 플레밍의 캐릭터 구성은 옳았지만, 생긴 모습에 대한 구상은 틀렸다고 봅니다.

    (저렇게 많이 죽인 사람이 마냥 달콤한 모델형일 수가 없잖아요!!!)

    단지 브로스넌은 그 모습에 대한 구상과 비슷하다는 생각입니다.



    션 코너리나 다니엘 크레이그가 먹히는 것이 캐릭터 구성에 대한 느낌이 딱 맞아서라고 봅니다.



    그리고, 그 험악한 음악의 제목이 아주 환상이었죠.

    "Run, Shoot and Jump." (달리고, 쏘고, 뛰어라)

    한동안 제 알람 음악이었습니다. -.-;;;

    (칼같이 일어나 지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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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이정일 - 2008/03/29 10:38
    하마터면 또 한 명의 50대 본드를 볼 뻔 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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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영국 신사의 미끈한 이미지+첩보원의 냉철한 이성+썰렁하지만 의외로 웃기는 유머가 지대로 통했던 제임스 본드이지요. 말씀대로 마틴 캠벨을 만났던건 정말로 운이 좋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사실 그 이후의 감독들도 그렇게 막장은 아니었어요.



    [네버다이]의 로저 스포티스우드의 80년대 작품들 중에는 [언더파이어],[25시의 추적] 같은 수작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어나더데이]의 리 타마호리 역시 [전사의 후예], [머홀랜드 폴스], [디 엣지], [스파이더 게임] 등 평작 이상의 연출력을 보여준 감독인데 하필 [어나더데이]부터 망가지더니만 [트리플엑스2]와 [넥스트]로 3연장으로 졸작을 달리시더군요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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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페니웨이™ - 2008/03/29 15:39
    감독이 막장을 달린 것은 결코 아닌데, 감독이 매번 바뀜으로서 스타일이 들쑥날쑥했고, 그 가운데에서 뭔가 일관성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다보니 그놈의 본드카(!!!)만 계속 업글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예전에는 루이스 길버트, 테렌스 영, 가이 해밀턴, 존 글렌 등 계속 007 영화를 촬영한 감독들이 있어서 스타일의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었잖습니까...

    뭐, 그 분들 중에서도 외계도 갔다오시고 삽질도 좀 하신 분도 계셨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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