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3월 28일 금요일

007 배우 분석 #4 Timothy Dalton

4. Timothy Dalton : 1% 부족한 시나리오, 2% 부족한 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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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저 무어 경
이 너무 연로하셔서 정년퇴직하시고 뒤를 이은 본드입니다.
나름 젊은 나이라고들 생각하시던데, 알고 보면 43세가 되어서야 데뷰했고, 소설에 나온 대로 45세현장요원에서 물러났습니다.

무어의 본드는 달콤함으로 포장한 비현실적인 본드였기 때문에 달튼의 본드는 그 이미지를 답습하지 않고, 무어의 마지막 3편에서 추구했던 리얼리티를 더욱 강조하면서 소설의 분위기로 돌아가려고 합니다.

<리빙데이라이트>는 단편소설집 [옥토퍼시와 리빙데이라이트]에서 제목과 저격 장면을 그대로 가져온 작품입니다. 원작에서는 Trigger라고 불리는 여자 저격수가 등장하는데, 이 저격수가 영화에서는 카라 밀로비라는 이름으로 재탄생하게 됩니다. (소설에서는 진짜 저격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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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h~ not again!

영화에 등장하는 Smiert Spionom은 (현실과 영화 모두에서) 실제 존재했던 기구로 "스파이에게 죽음을"이라는 뜻의 러시아어를 영어로 표기한 것이며, 이 약어가 SMERSH(스멜쉬)입니다.
007 소설에서는 자주 등장했고, 영화에서는 <위기일발>에서 본드가 언급하는 것을 들을 수 있습니다.

<살인면허>는 <죽느냐사느냐>에서 잘라낸 설정을 다시 가지고 온 작품입니다. 필릭스 라이터가 잡혀가서 상어에게 뜯기고 본드가 복수한다는 설정은 <죽느냐사느냐>의 핵심 플롯입니다.

리얼리티를 강조하기 위해 집어넣은 장면은 역시 피를 흘리는 본드라는 설정입니다.
이러한 접근법은 분명히 옳았습니다. 코너리의 본드는 피도 흘리고, 린치도 당하는 사실적인 본드였는데, 어느덧 버튼 하나로 다 해결하는 본드가 되어버렸거든요.
버튼이 다 알아서 해주면 버튼이 주인공이지, 본드가 주인공은 아니잖습니까…

피투성이에… 폭발에 안 다칠려고 도망도 다니고… 예전에도 이랬습니다!


하지만, 그의 본드 영화 2편은 최악의 성적을 기록하면서 하차하고 맙니다.

환율을 고려한 영화의 수익성적은 뒤에서 <살인면허> - <뷰투어킬> - <리빙데이라이트> - <옥토퍼시> 순입니다.
Wikipedia 참조

소설로 회귀하는 방향 설정은 옳았지만, 결과적으로 이런 사태가 발생한 이유는 이런 것입니다.

a. 1% 부족한 시나리오

<리빙데이라이트>의 구조는 사실 <위기일발>과 거의 동일합니다.

사실 <리빙데이라이트>가 <위기일발>의 정교한 리메이크입니다. (제작진의 의도는 어떨지 모르겠습니다만)
뭔가를 훔쳐나와야 하는 상황, 훔치기 위해 함정에 당당하게 들어가는 본드, 믿을 수 없는 여자를 자기 편으로 꼬셔야 하는 상황 등등… 까지 유사합니다.

그런데, <위기일발>에서는 황당한 특수장비 없이 가방 하나로 잘 해결했던 본드가 비슷한 임무를 수행하면서 미사일이 달린 차를 사용합니다.

사실, 본드카는 이제 와서 보면 계륵입니다. 분명히 본드의 아이콘 중 하나인데, 조금만 오버하면 영화의 리얼리티는 물론, 본드의 능력치도 떨어뜨리는 측면이 있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리얼리티를 살리되 본드카는 부활시키는 선택은 실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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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면허>에서는 리얼리티를 더 강조하기로 해서 살인면허도 뺏기고, 피도 튀기고 난리가 났습니다.
(역시, 본드는 이런 상황에서 살아남는 강한 캐릭터여야 합니다)
그런데, 본드의 장비는 여전히 첨단입니다. Q가 모든 장비를 갖고 본드를 찾아왔거든요.

Q가 갖고온 장비들은 레이저빔이 나가는 카메라, 폭발물 치약, 뇌관 및 수신기, 지문 인식기가 달린 저격용 라이플, 알람시계 폭탄, 심지어는 무전기가 달린 싸리비까지 있습니다. 할아버지가 여행을 다니면서 싸리비는 왜 들고다닐까요?

결국은 리얼리티를 살리려고 하면서도 1% 부족한 시나리오로 리얼리티를 살리지 못하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b. 2% 부족한 본드

b1. 액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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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빡도네. 걍 여기서 목을 꺾어버려?

티모스 달튼
은 배우로서 아주 훌륭합니다.
리얼한 본드를 연기하면서 정말 리얼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살인면허>에서 산체스와 악수하기 직전의 표정은 압권입니다)
하지만, 제임스 본드 역은 연기만으로는 모자라는 무언가가 더 필요합니다. 네. 액션입니다.

달튼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리얼한 본드를 선택하기 위해 고민을 많이 했고, 무어와 비슷한 이미지에 연기가 되는 달튼을 선택했는데, (아뿔싸!) 액션이 안 되는 것입니다.

살인꿀밤 티모시 달튼: 순간적으로 느끼는 액션의 어설픔. 우린 이소룡 영화로 단련되었단 말이다!


결국 그는 <살인면허>에서 대단히 터프한 모습으로 거친 싸움을 보여주고도 뭔가 모자라다는 느낌을 줄 수 밖에 없었습니다.


b2. 몸짱이 아님
무어도 몸짱과는 거리가 멀었기 때문에 초기 2편에서 (잠깐씩) 웃옷을 벗고 나오는 모습은 뭔가 좀 아쉬웠습니다.
달튼은 무어의 이런 약점도 인계받아 웃옷을 벗은 모습이 비슷하게 약해보입니다.
(게다가 무어처럼 가슴 털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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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을 입은 모습은 분명히 터프한데, 벗으면 부드럽기만 한 본드


이런 약점때문에 척 봐서 느끼는 위압감이 없고 카리스마가 부족하다는 인상을 가지게 했습니다.


b3. 말(馬)상 얼굴
George Lazenby에 이어서 또 얼굴에 태클을 걸게 되는군요.
액션에 더해서 또 하나의 그의 약점은 얼굴이 너무 크고 길다는 점입니다.
일반적인 연기를 할 때는 이 점이 약점이 될 수 없겠지만, 제임스 본드역은 다릅니다.
원형이 되는 소설과 전임자들이 있기 때문에 얼굴도 중요합니다. (이 면에 있어서 다니엘 크레이그의 성공은 고무적입니다)


결과적으로 티모시 달튼은 ①  연기가 되었고터프한 이미지를 잘 보였지만, ③ 액션이 되지 않았고외모와 카리스마가 부족했기 때문에, 사실적인 본드를 연기했지만, (래젠비와 마찬가지로) 장점이 드러나지 않아 좋지 않은 결과를 맞이했습니다.


덧. <살인면허>에서 산체스의 심복인 다리오 역을 베네치오 델 토로가 연기했습니다.
이 때가 그의 나이 22살 때였고 그의 2번째 극장용 영화였는데, 정말 싸가지 없어 보입니다.
전 극장에서 이 영화 처음 봤을 때 정말로 이 배우 뜰 줄 알았습니다. 너무나 강렬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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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고~ 전 언제쯤이나 여러분들처럼 뜰 수 있을까요?




 

댓글 6개:

  1. 달튼의 본드는 수수하다는 게 참 맘에 들었습니다.

    'I'm Too Sexy' 뺀질이 꽃미남 스타일이 아닌 과묵하고 수수하면서도 차가운 이미지가 참 좋았죠.

    사실 코네리도 '골드핑거'부턴 '그쪽'으로 갔다고 보거든요.

    '위기일발'까진 긴장감이 있었는데 '골드핑거'부턴 영화부터가 좀 건들건들(?) 해졌죠...ㅋㅋ

    제임스 본드가 코믹북 수퍼히어로 캐릭터처럼 변신하기 시작한 게 '골드핑거'부터로 보고있습니다.

    이렇다보니 '가장 진지한 제임스 본드'는 티모시 달튼이 되더군요.

    지금 크레이그도 달튼 못지않게 진지하다지만 달튼처럼 차분한 이미지는 없다고 보거든요.

    그 대신 한 성깔 하는 주먹파 기질이 강하지만...

    그렇다고 달튼이 크레이그보다 낫다는 건 아닌데요, 제가 워낙 달튼의 007영화를 좋아해서...ㅋ



    'LTK'는 음악만이라도 좀 괜찮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음악 진짜 험악하죠.

    '리빙 데이라이트'의 음악은 참 좋았는데 말입니다. 역시 아무도 존 배리 못 따라가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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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吳공본드 - 2008/03/28 14:00
    사실 코너리 본드가 망하기(?) 시작한 것도 GF와 TB의 스타일때문이었다고 봅니다.

    (워낙 히트를 쳐서 망했다는 표현이 우습기는 하지만) 시리즈가 미쳐가는 단초를 제공한 것은 사실이거든요.



    저도 진지한 연기력은 달튼이 최고라고 봅니다.

    그놈의 꿀밤 펀치만 아니었더라도…



    그리고, 전 LTK 음악 좋아합니다. (ㅠ.ㅠ)

    주제가도 좀 거칠고 (특히 till their dying day~ 부분) / 철자가 맞나요?

    음악도 오프닝부터 까칠하잖아요… 총소리 필도 나고…



    아무도 안 좋아하지만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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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아예. 본드 전문가로 나섰군요. 저는 영화 전문가 보다는 IT로 남겠습니다. 잘 아시는 분들이 많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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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도아 - 2008/03/28 18:51
    오래전부터 생각만 하던 것인데,

    마음 먹고 정리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도아님께서 IT를 떠나시면 안되죠.

    QAOS가 갑자기 James Bond Q&A가 되면 이상하잖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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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제가 가장 좋아했던 제임스 본드입니다. 극장에서 두번째로 관람한 007영화가 [리빙 데이 라이트] 였죠. 당시 로저 무어가 티모시 달튼으로 교체됐다는 소식에 엄청 실망했었는데, 영화를 보고나서 생각이 180도 바뀌었습니다.



    한 잡지에서 이런 평가를 했던 기억이 나네요. 티모시 달튼의 본드는 지적인 첩보원 이미지가 물씬 풍기는 인물이었다고 말이지요. (일전의 로드쇼 칼럼에서는 '야성미가 넘치는 스타일의 제임스 본드'라고 평가했습니다 ㅡㅡ;;)



    사실 티모시 달튼의 실패는 배우의 미스매칭이 아니라 시대의 흐름이었다고 보는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달튼이 [리빙 데이 라이트]로 주연 교체에 대해 꽤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점으로도 드러나지요. 당시 냉전시대의 산물인 제임스 본드 무비는 일단 Spy라는 그의 직업상의 이미지가 이미 구시대적인 유물처럼 느껴질 때였습니다. 냉전의 종식이후 자연스래 사람들의 관심은 테러리즘이나 무기밀매, 마약거래 등으로 옮겨가게 되고 이런 훈풍을 타고 등장한 것이 '잭 라이언' 시리즈였습니다. 실제로 어떤 이는 '잭 라이언'이 탈 냉전시대의 제임스 본드를 대신할 캐릭터라고 평가한적도 있지요.



    물론 후속작 [살인면허]가 [리빙 데이 라이트] 만큼의 짜임새를 보여주지 못한것도 한 몫 했습니다. [살인면허]의 실패는 결국 007의 존폐자체를 위협하는 것이었죠. 결국 피어스 브로스넌이 훌륭하게 해내긴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처음 브로스넌의 007은 정말 적응이 안되서 혼났습니다. 그넘의 [레밍턴 스틸] 땜에..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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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페니웨이™ - 2008/03/28 23:04
    저도 브로스넌은 왠지 어설픈 코미디를 할까봐 조마조마하면서 봤더랍니다.

    (하와이에서 자막 없이 -.-;;; 보는 바람에 코미디를 해도 몰랐을 겁니다)



    달튼은 액션이 좀 더 되고, 딱 1편만 더 찍었으면 장수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하긴, 말상이라 싫어하는 후배도 보긴 했지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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