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3월 14일 금요일

Die Another Day: 또 하나의 숨은 괴작 007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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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 No(1962)부터 Casino Royale(2006)까지 007영화는 무려 44년간 21편의 시리즈물을 지속해왔습니다.

이 중 20번째 007영화인 Die Another Day를 제작하면서 제작자들은 2002년에 이 영화를 공개하는 것으로 일정을 맞췄습니다.

첫 소설인 Casino Royale이 집필된 것이 1953년으로 50년째 되는 해이며, 첫 영화인 Dr. No가 개봉된 것이 1962년으로 40주년이 되는 해였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이러한 상징성을 극대화시키기 위해서 제작자들은 앞선 19편의 영화들의 장면이나 상징들을 하나 이상 포함시키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화려한 영상을 담기 위해 리 타마호리 감독에게 메가폰을 맡깁니다.

결과적으로 이 영화는 1억 4,200만 달러를 투입해서 전세계적으로 4억 3,200만 달러를 벌어들였으니까 투자금액의 5배가 넘는 수익을 거둬들였고, (당연히) 역대 007 영화 중 최대 수익을 거둔 작품이 되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한반도 현실을 왜곡했다"는 차인표 씨의 발언에 힘입어 관객들의 자발적 관람거부 끝에 흥행에서 참패를 기록했는데, 차인표 씨의 얘기는 뭔가 좀 이상합니다. 어떤 현실을 왜곡했다는 걸까요? 북한이 테러국가가 아니라는 얘기일까요? (하긴, 북한에 있기에는 너무 첨단제품이 많죠)
당시에 미국이 뻘짓을 많이 해서 반미감정이 많이 고조되었는데, 반미감정이 친북감정으로 변한 것 같아 아주 찝찝합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너무 많은 것을 담으려고 하다보니 정신이 없습니다. 게다가 너무 볼거리에만 치중하다 보니까 초반의 스릴과 힘은 중반에 가면 다 빠져버리고 어색하기 짝이 없는 장면만 계속됩니다.

덕분에 비평가들은 (영화의 흥행과는 무관하게) 이 영화에 대해서 수많은 비난을 쏟아내게 됩니다.

이 영화의 문제점들을 아래와 같습니다.


1. 배경이 되는 국가에 대한 고증 수준이 낮음

북한군에 있지도 않은 고급 가죽 군복깔끔한 기장… 고증 좀 잘 하라우!

이 영화의 배경 중 상당부분이 북한입니다. 그렇다면 북한에 대해서 고증을 해야 합니다.
(어짜피 즐기며 보는 킬링타임용이지만, 1억 4,200만 달러짜리의 비싼 영화에서는 고증은 필수입니다)

북한은 가난하기 때문에 군인들에게 줄 것은 훈장 쪼가리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진짜 북한 군인들 보면 왼쪽 가슴에 기장을 주렁주렁 달고 다닙니다.
그런데, 영화에서는 가죽 군복에 깔끔한 기장이라뇨.
또, 북한군 병사의 복장은 얼핏 보면 비슷해보입니다만, 전혀 다릅니다.

게다가 말 많았던 창천 2동대가 적힌 군복을 보면 두 요원이 왜 이 옷을 입고 침투했는지를 알 수가 없습니다.
북한군 중에는 백인이나 흑인이 없으니까 보이는 즉시 들켜버립니다.
(군대 갔다오신 분들… 자기 부대에서 외국인이 자기부대 군복 입고 있으면 모를 바보가 있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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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짜피 보자 마자 족칠 거… 차라리 까만 전투복을 입지…


즉, 덜 떨어진 고증 수준에 덧붙여서,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을 북한군 군복을 입은 설정은 이 영화의 처절하게 낮은 완성도를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또, 마지막 장면 쯤에 나오는 정체불명의 절이나 소를 가지고 농사 짓는 모습은 어느 나라인지도 모를 배경을 보여줍니다.
북한이라면… 미국과 영국의 요원은 대담하게도 북한에서 사랑을 나누고 있는 것이 되고, 남한이라면… 제작진은 초고속 인터넷의 천국 대한민국을 전혀 모르고 있다는 얘기가 되니까요…


2. 제임스 본드의 능력도 들쑥날쑥함

북한에서 14개월동안 갇혀있는 동안 전혀 탈출하지 못했던 제임스 본드는 구출되고 나서 다시 갇힌 병원에서는 가볍게 탈출합니다.
아군으로부터는 탈출할 줄 알고 적진에서는 탈출할 줄 모르는 스파이가 있을까요?
게다가 그는 [골드핑거]에서 장난처럼 감옥을 빠져나왔던 제임스 본드 아닌가요…

또, 오프닝에서는 문대령과 싸우면서 연신 얻어터지기만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뒤에 칼싸움 장면에서는 대등한 전투력을 보여줍니다. 14개월여동안 문대령은 펜싱도 배우고 단련을 했지만, 정작 본드는 고문밖에 당한 것이 없었는데요.
(네가 정녕 사이어인인 거냐? 죽을 지경이 되면 전투력이 상승하는…)


3. 너무 많은 이슈를 담음

2001년 조지고 부시는 미쿡 대통령(George War Bush)이 북한악의 축으로 규정한 이후 이 영화가 개봉되었습니다. 덕분에 이 영화는 북한에 대한 우려의 시각을 담게 되었습니다.
(이 영화가 나오면서 북한에 대한 세계인의 시각을 알 수 있게 되었는데, 많은 의견이 "이와 유사한 상황이 가능하다"고 인식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또, 구스타프 그레이브(GG)가 판매하는 다이아몬드는 분쟁지역 다이아몬드(conflict diamond)로서 이 영화에서는 북한군인 문대령은 분쟁지역 다이아몬드를 세탁해서 유통하는 모습으로 나옵니다.
즉, 영화 [블러드 다이아몬드](2006)가 나오기 4년 전에 이미 분쟁지역 다이아몬드를 소재로 다룬 영화가 나왔던 것입니다.

게다가 전작 19편에 대한 오마쥬까지 담다보니, 이 영화는 핵심이 없이 이리저리 방황하는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게됩니다.


4. 앞부분과 뒷부분의 장르가 달라보임

이 영화의 러닝타임은 2시간 12분 33초입니다. (Ultimate Edition DVD 기준)
그런데, 딱 한가운데인 1시간 6분 16초에서 애스턴 마틴 Vanish가 등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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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냐?


그리고, 이 전까지 분명히 스파이 스릴러로서의 모습을 보여줬는데, 여기부터는 볼거리에만 치중한 액션 어드벤처 SF로 변신합니다. (간만에 보여준 칼싸움 액션까지는 정말 볼만했습니다)

저 위의 투명 애스턴 마틴은 그 볼거리를 위해서만 구상됨의 상징과 같은 소재입니다.
이 장면 이후 빙하 절벽에서 낙하산을 타고 내려오는 장면이나 애스턴 마틴 vs 재규어의 자동차 격투(?)장면, 수송기에서 떨어지는 헬기타고 탈출 장면 등 볼만은 하지만, 실속이 없는 장면들이 1시간동안 펼쳐집니다.


5. 황당무계한 설정 남용

앞에 언급한 투명한 애스턴 마틴뿐만 아니라, 유전자 조작으로 사람이 바뀌는 설정도 황당무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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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형수술 없이 이게 된다고?


골수를 이식받은 뒤에 혈액형이 바뀌는 등의 현상은 분명히 있습니다. 그렇다고 골격이 변하지는 않습니다.
문대령과 자오 모두 원판과 수정 이후의 골격이 다른데, 쿠바의 알바레즈 클리닉에는 유전자 조작만으로 골격이 바뀌는 것으로 되어있습니다.


6. CG의 과도한 사용으로 뮤직비디오가 돼버림

언제부터인지 확실하지는 않은데, 제임스 본드 시리즈가 스파이 스릴러에서 액션/어드벤처로 바뀌었습니다.
(아마 2002년 경 Special Edition을 출시하면서 The original Action/Adventure hero, James Bond. Own him this fall.이라고 광고한 것이 처음인 것 같습니다)

앞의 4번에서도 언급했듯이, 후반부는 스파이 스릴러를 완전히 버리고 액션/어드벤처로 변신해버렸는데, [인디아나 존스]처럼 아날로그 느낌이 나는 멋진 액션/어드벤처도 아닌, CG 떡칠 액션/어드벤처로 장르가 바뀌어버립니다.

그러다 보니 후반부는 1시간짜리 뮤직비디오가 되어버렸습니다.
차가 사라지는 장면을 포함한 자동차 결투씬이나 빙하가 녹아서 쪼개지는 장면, 패러세일링, 수송기 뒤에서 고가의 자동차가 떨어지는 장면까지 비싼 블럭버스터라는 느낌보다는 돈만 쳐바른 뮤직비디오라는 느낌만 가득합니다.


7. 19편에 대한 오마쥬는 패러디로 바뀌고…

앞에 얘기했듯이, 이 영화는 앞선 19편의 007영화를 정리하는 영화입니다.
그 과정에서 앞의 19편의 영화를 포함하여 이안 플레밍의 007 소설, 배경 등에서 소재를 갖고온 부분이 아주 많습니다.
즉, 자신의 시리즈에 대한 오마쥬를 집어넣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장면들을 너무 많이 집어넣고, 또 다른 내용도 마구 우겨넣다보니까 오마쥬라는 느낌보다는 패러디라는 느낌이 훨씬 강합니다.

게다가, 영화의 방향이 패러디가 아닌가하는 의심이 더 들게 하는 것은 마지막 부분입니다.
영화 거의 마지막에 머니페니가 시뮬레이션으로 제임스 본드와 사랑을 나누려고 하는 장면이 있는데, 이 장면은 전편들에서 보여준 클리셰를 아예 붕괴시켜버리는 장면입니다. 둘의 관계는 애매한 선을 유지했는데, 아무리 시뮬레이션이라지만, 그 선을 깨뜨리다니요…


이러한 문제점을 일거에 해소하기 위해서 최신작인 [Casino Royale]에서는 디지털을 최대한 배제하고, 거의 대부분을 피가 튀기는 아날로그로 촬영하게 됩니다.
그 결과 CR은 비평과 흥행의 두 마리 토끼를 잡게 됩니다.




댓글 4개:

  1. 괴작이라고까지는 생각되지 않습니다만.. ^^;;



    1.일단 이 작품에서 가장 문제가 되었던건 고증상의 문제였죠. 한반도의 바닷가는 서핑으로 침투할만큼의 높은 파도가 일지 않는다는 것부터 시작해서 말씀하신 창천2동대 군복이나, 베트남의 풍경을 연상케하는 농작지 등등.. 이건 감독의 연출력에 있어서 욕먹어도 싸다 싶은 부분입니다. 평소에 리 타마호리 감독을 좋아했습니다만 이 작품을 보고나서 영화를 날림으로 찍었다는 생각이 확 와닿더군요. 흠.. ㅡㅡ+



    2.또 문제가 된건 왜 한반도 문제에 양키들이 작통권을 쥐고 흔드냐, 거기에 007은 왜 끼어드느냐 하는 문제로 말이 많았지요. 근데 사실 이건 007의 영화적 특성 자체를 무시한 발언입니다. 그렇게 따지만 전 세계를 들쑤시고 다니는 슈퍼맨 제임스 본드의 아이덴티티 자체가 성립이 안되는 것이지요. 아예 007을 보질 말아아지. 그 대상국이 북한이라는 이유로 괜히 발끈할 필요가 없는데, 한국사람들 이럴때면 너무 애들처럼 감정적으로 돌변하는거 좀 고쳐야 된다고 봅니다. 심지어는 엔딩의 사찰 비스무리한데서 벌어지는 키스씬을 두고도 "성스러운 산당"에서 뻘짓한다고 난리치는 사람도 있더군요. ㅡㅡ;; 하긴 감정적으로 돌변해 사리분별 못하는건 이런 경우만이 아니죠. (더이상은 노코맨트 ㅡㅡ;;)



    3.CG의 남발. 언제부터 007이 CG가 점철된 블록버스터 스타일로 바뀌었는지.. 이카루스가 나올때 부터는 아이구야.. 이거 [문레이커]보다 한 술 더 뜨는구나 싶더군요. 뭐 그래도 볼거리는 충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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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페니웨이™ - 2008/03/14 11:17
    1번은 적으려고 하다가... 그냥 말았습니다.

    북한군 둘이 걸어갈 때 보면 바다가 잔잔한데 무슨 서핑은...

    (원래 서해안이라 적었는데, 확인해보니 동해안이라서 댓글 수정했습니다)



    2번은 사실, 모든 007 영화의 특징이니까 언급할 필요도 없죠. (정말 우리나라 사람들 이런 문제로 감정적인 대응 할 때면 안타까울 지경입니다)



    3번... 이카루스보다 더 앞에 나온 Vanish부터입니다. 딱 시간상 절반... ㅋㅋㅋ 이 때부터 막 나가죠...



    순수한 의미에서의 괴작과는 거리가 있습니다만, 그래도 "숨은 괴작" 쯤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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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저는 나이는 25이지만 우연한 기회에 007 Gold Finger 를 본뒤로 시리즈는 거의다 볼정도로 팬입니다.

    007만의 매력으로 빠져드는거 같더군요.



    최신작이였던 카지노 로얄을 제일 재미있게 봤던거 같습니다. 다니엘이 007 제임스 본드에 어울릴까? 라고도 생각했었는데 (바람둥이 이미지가 없어서..;; ) 무게감 있는 007로 변신한게 너무 재미있었습니다.



    11월에 007 퀌텀 오브 솔러스가 개봉한다는데 빨리 보고싶어 미치겠습니다.ㅠㅅ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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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회색코끼리 - 2008/03/14 15:26
    골드핑거... 역작이지요.

    2편 위기일발, 3편 골드핑거, 4편 썬더볼은

    지금 봐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최고의 역작들입니다.



    션 아저씨 너무 멋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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