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월 4일 금요일

Bourne Ultimatum에서 차용한 007 영화의 장면들

※ 이 글은 Bourne Ultimatum을 폄하하기 위해 적은 글이 절대로 아닙니다. 혹시나 오해는 말아주시길…

제이슨 본 시리즈 : 네 시작은 오마주였으나, 끝은 창대하리라에서도 적었듯이, 제이슨 본 시리즈는 처음 소설에서부터 James Bond의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원작자인 로버트 러들럼이 의도한 것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만…)

그러다가, 영화 시리즈의 마지막편인 Bourne Ultimatum에 와서는 의도적으로 007 영화의 액션 장면을 재해석한 화면이 여럿 등장합니다. 글의 제목에는 차용이라고 했지만, 사실, 재해석이라는 표현이 더 적절할 것으로 봅니다. 차용이라고 하면 어쩐지 SMAP 2006 Pop-up 오프닝 베끼듯이 표절했다는 느낌이 더 드니까요.

제가 발견한 장면은 총 다섯 장면입니다. 다른 장면에서도 왠지 본 것 같다는 생각이 드시면 주저말고 답글 달아주시기 바랍니다. 007 영화 전 편을 다 DVD로(그것도 Ultimate Edition으로!) 소장하고 있으니 확인해보겠습니다. (거저 먹으려는 의도 아니냐?)

Bourne Ultimatum의 시간 순서에 따라 장면들을 나열해 보겠습니다. 모든 장면은 왼쪽에는 Bourne Ultimatum(이하 B.U.) 오른쪽은 007 영화를 배치하겠습니다.



1. Simon Ross 기자를 추적하는 요원을 쓰러뜨리는 장면

이 장면은 Daniel Craig가 007역을 맡은 (제가 From Russia With Love에 이어 두번째로 좋아하는 영화인) Casino Royale에서 Alex Dimitrios를 죽이는 장면과 유사합니다.
커다란 싸움 없이 간단하게 무언가로 한 칼에 쓰러뜨리는 구성이 상당히 비슷합니다.

양쪽 모두 당하는 사람은 당하는 순간 자신이 당했다는 것을 모르는 표정입니다. 깨어보니 저승…


2. 모로코 탕헤르에서의 옥상추격 씬

이 장면은 분명히 The Living Daylights의 탕헤르에서의 도주장면에서 힌트를 얻은 장면입니다.
공간적 배경도 똑같이 탕헤르이며, TLD에서 빨래와의 사투(?)를 벌이던 장면도 빨래를 활용하는 것으로 묘사되었고, TLD에서 TV 안테나를 이용해서 탈출하는 장면은 TV 안테나가 본의 얼굴을 제대로 가리는 것으로 표현되었습니다.
(의도적이지 않다면 한낱 TV 안테나-그것도 야기 안테나-따위가 본의 얼굴을 저렇게 가릴 리가 없습니다)

모로코 탕헤르의 옥상에서 종횡무진 뛰어다니는 장면. 저 빨래들이 그저 등장한 것이 아닙니다.


3. 소형 망원경(monocular)으로 CIA 내부를 관찰하는 장면

Goldeneye에서 James Bond가 Xenia Zirgavna Onatopp를 관찰하는 장면과 대단히 유사합니다.
소형 망원경이지만, 디지털 정보 같은 것이 표시되는 것도 비슷합니다.
(Goldeneye의 망원경 화면이 다소 촌스러운 것은 이 영화가 12년 전에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캡쳐 화면에서는 빠졌지만, 어떤 대상에 적힌 글자를 읽는 장면도 유사하게 나옵니다. (B.U.에서는 CIA의 비밀 문서, Goldeneye에서는 보트 이름)
그리고, B.U.에서는 Goldeneye에서의 '옥의 티'를 제거했습니다.

허허, 천하의 James Bond가 왼쪽 눈과 오른쪽 눈을 혼동하다니요… 깜빡하셨나 봅니다


4. 옥상에서 바닥으로 차가 떨어지는 장면

Tomorrow Never Dies의 자동차 추격 씬 마지막 부분과 비슷합니다.
B.U.에서는 후진하며 떨어지고, TND에서는 전진하며 떨어진다는 차이도 있고, TND에서는 James Bond가 원격으로 차를 조종하여 차에 타고 있지 않다는 차이도 있습니다.
하지만, 떨어지는 장면을 보면 상당히 비슷하다는 느낌을 줍니다.

B.U.는 Audi, TND는 BMW를 옥상에서 떨어뜨립니다. 세상에나… 버릴 곳 주소를 알려드리죠. 포항시 x구…


5. 경찰차를 훔쳐타고 도주하는 장면

Sir. Roger Moore의 마지막 007 영화인 A View To A Kill에서 택시를 뺏아타고 Mayday를 쫓는 장면과 유사합니다. 경찰차와 택시라는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파란색 공용 차를 뺏아(훔쳐) 타는 점도 비슷하고, 지나가는 차가 뒷범퍼 왼쪽을 충격하는 점도 같습니다.

AVTAK의 얼굴은 스턴트맨 Remy Julienne 인데, Sir. Sean Connery와 동갑이십니다. (Roger Moore+3살)



원래 Bourne 시리즈를 무지하게 좋아하지만, 이 글 쓴다고 2번 더 봤더니, 한동안 안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미안해요, Matt Damon…)
비슷한 소재를 가지고 이렇게 다른 느낌이 나게 배치하는 것 역시 이 영화의 구성이 정말 정말 잘 되어있다는 점이라고 봅니다.

Adios, Jason Bourne. 이제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편하게 쉬시길…

댓글 4개:

  1. 와.. 대단합니다. 정말 꼼꼼한 성격이신가봐요. 저는 의례 이런건 한번보면 잊어버리는데... 특히 007 리빙데이라이트의 저 장면은 생각조차 안나는데 (이건 거의 3번을 본 영화인데도 말이죠) 저걸 다 기억하셨다니!



    근래들어 본 얼티메이텀 관련 포스트 중에선 가장 흥미로운 글이었습니다. 잘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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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페니웨이™ - 2008/01/04 09:54
    페니웨이 님께 이런 답글을 받다니... 감동 ㅠ.ㅠ

    007영화도 무척 좋아해서 Special Edition, Ultimate Edition DVD 몽땅 다 샀답니다.

    참, http://zoc.kr/entry/Tribute-to-Q 보셨나요? 개인적으로 무척 아끼는 비디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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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제이슨 본 시리즈 팬들과 충돌(?)한 경험 때문에 007 시리즈와 상당히 비슷해 보이는 장면들이 많다고만 하고 꼬리내렸는데 후련합니다!

    몇 가지 더 추가하자면 탕헤르 추격씬에서 '카지노 로얄'의 마다가스카씬과도 비슷한 데가 있죠.

    1.폭탄 전문가가 '흑인'이라는 점.ㅋ

    2.제이슨 본이 폭탄전문가를 추격하면서 날렵한 움직임을 보이는 건 '카지노 로얄'에서 테러리스트로 나온 Sabastien Foucan이 영화에서 직접 선보였던 'Free Running'이란 이색적인 스포츠를 따라한 걸로 보였습니다. '리빙데이라이트'서처럼 지붕 위를 뛰어다니는 정도가 아니라 창문으로 뛰어드는 등 상당히 팬시한 게 딱...

    3. 그리고 맨손격투... 화장실에서 싸우죠. '카지노 로얄'의 프리타이틀 씬(흑백일 때)에서 본드가 화장실에서 한바탕 싸우던 게 떠올랐습니다. 일단 의심이 가기 시작하니까 하나같이...ㅋㅋ

    저도 맷 데이먼 좋아하고 제이슨 본 시리즈도 좋아합니다만 본드와 본을 비교하기 시작하면 본이 잃는 게 더 많다는 걸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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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吳공본드 - 2008/03/19 05:59
    팬들이 아니라 "빠"들이랑 싸우신 듯...

    그냥 즐겁게 보면 되죠, 뭐...



    그나저나 또 있군요...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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