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2월 23일 토요일

거대한 파나마 운하의 장관. 그러나 우리는…

파나마 운하 사진을 필름 째로 분실하는 바람에 이 글에는 제가 찍은 사진이 없습니다. ㅠ.ㅠ


요즘 한반도 대또랑에 대해서 워낙에 부정적인 여론이 많아서 2Mb 진영에서는 사람들이 잊을 때까지는 일단 닥치고 버로우 모드로 돌입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대또랑 전도사 여러분들이 한참 전도활동에 목숨을 걸 때의 얘기들을 들어보면 대략 이런 시나리오더군요.

서울-부산 간 물류를 위해 운하를 파야한다
  → (반박) 돌아가도 문제 없다

물류가 아니라 관광을 위해서 꼭 필요하다
  → (반박) 너무 느리다

깊이만 파면 속도는 나온다
  → (반박) 깊이 파면 (특히 식수원의) 환경이 파괴된다

프로펠러가 돌면 물은 정화되고, 식수는 간접취수하면 된다
  → (반박) 선풍기 돌리면 공기 정화되나? 정화된다는데 간접취수 왜하나?

제가 궁금했던 것은, 우리나라에서 상선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많고 이 중에는 파나마 운하를 지나가본 분들이 많을텐데 그 분들이 여기에 대한 말씀을 왜 아무도 안 하시는가 였습니다. 파나마 운하를 지나가본 분들이라면 저런 주장 자체가 도저히 말도 안 되는 헛소리라는 것을 쉽게 얘기할 수 있을텐데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요 아래는 거대한 남미대륙이…

파나마 운하는 북미대륙과 남미대륙이 맞닿아 있는 파나마에 있으며 대서양에서 태평양으로 들어올 때 남미대륙을 한 바퀴 돌 것을 깔끔하게 한 칼에 올 수 있게 해주는 유용한 운하입니다.

또한, 이 운하는 갑문식 운하로서 현재 2Mb 진영에서 산에 운하를 파기 위한 기술적인 방안으로 제시하는 바로 그 "갑문식" 운하의 대표적인 예입니다.
(물론 독일 킬 운하갑문식 운하입니다)

그런데, 막상 배를 타고 가서 보면 인터넷에서 사진을 뒤지는 것 보다도 볼 것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갑문식 운하는 그 특성상 수에즈 운하처럼 탁 트인 곳을 여유롭게 지나다니면서, 옆에 바나나피루스(짝퉁 파피루스) 팔고 돌아다니는 쪽배를 볼 수 있는 환경이 아닙니다. 정반대로, 지나가도록 지정된 배(은행에서 순서표 뽑듯이 줄 서서 갑니다) 한 척 외에는 지나갈 수 없습니다. 갑문 2개당 최대 1척 정도밖에 못 가는 것이죠.

아래의 그림을 보면 배가 계단을 올라가듯이 조금씩 위로 올라간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배가 산으로 올라가는 건 말처럼 안 쉽지 말입니다

이렇게 올라가려면 크레인 여러 대가 좌우에서 와이어로 배를 묶어서 천천히 끌고 올라가야 합니다.

그렇다면 배에서 볼 수 있는 것은… 딱 3가지밖에 없습니다.
좌우의 콘트리트 벽, 크레인, 와이어(아주 굵은 쇠줄).


깊이 파기만 하면 속도를 더 내서 빨리갈 수 있다고 주장하던데… 이뭐병
바다나 넓은 강에서 배를 운항하는 것과 좁은 수로(협수로)에서 배를 운항하는 것의 차이는 아우토반에서 운전하는 것과 운전면허 실기시험장에서 S자 코스 지나가는 것만큼의 차이가 있습니다.
(아니, 더 차이가 큽니다. S자 코스에서는 차가 벽에 충돌할 일은 없습니다!)

무슨 운하에서 속도를 내고 난리 부르스입니까? S자 코스 3단 밟고 가면 점수 더 줍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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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하를 관광하러 온 게 아니고, 관광코스에 운하가 있을 뿐…

속도가 안 나오므로 물류의 효율성을 생각하면 돌아가는 것상책인 것입니다.

하루 빨리 옮기면 된다고 지혜로운 말씀을 하시던데, 하루 빨리 옮겨서 바다로 가면이틀은 아낄 수 있습니다.
(더하기, 빼기 못해도 경제대통령 할 수 있습니다만…)

그럼 왜 오른쪽 사진처럼 파나마 운하관광하는 사람이 많냐구요?

쩝… 저 사람들은 파나마 운하를 관광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 아니라 중남미를 관광하기 위해 유람선을 탔고, 효율을 위해 파나마 운하를 지나가다 보니 파나마 운하를 보고 있는 것입니다.
(제주도에 비행기 타고 가면, 제주도 보러 간 거지 제주공항 보러 간 것은 아닌 거죠…)

게다가… 파나마 사람들보고 저 물을 식수로 쓰라고 하면… 아주 뒤집어 질 겁니다.

배 아래에서 스크류가 돌다보면, 스크류 주변의 윤활유, 선저(배 아래)에 있는 페인트, 스크류의 쇳가루, 기타등등이 조금씩 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더군다나 우리나라 배의 99.999%는 이러한 환경적인 면에서 완전히 꽝이라고 보면 됩니다. 그래서 환경에 좀 민감한 나라들은 (특히, 우리나라의) 배가 들어오면 배 주변에 오일 펜스를 치기도 합니다.

파나마 운하보다 우리의 대또랑 얘기가 더 많이 나온 것 같은데, 위에 적은 4가지 문제를 제대로 반박하면 이렇습니다.

서울-부산 간 물류를 위해 운하를 파야한다
  → (반박) 돌아가는 것이 더 빠르고 안전합니다

물류가 아니라 관광을 위해서 꼭 필요하다
  → (반박) 너무 느립니다. 그리고, 콘크리트 벽을 관광할 생각은 없습니다.

깊이만 파면 속도는 나온다
  → (반박) S 코스에서 3단 밟지 마시죠

프로펠러가 돌면 물은 정화되고, 식수는 간접취수하면 된다
  → (반박) 니 차는 운전하면 공기가 깨끗해지나요? 그 물은 너나 처마시세요.

처음엔 순수하게 운하 얘기만 하려고 생각했는데, 옆으로 조금 샜네요.

어쨌든, 갑갑한 것은 필요에 따라서 운하를 파자는 것이 아니라,
운하를 파기로 해놓고서 그 필요성을 만든다는 것입니다.





각설하고, 파나마 운하는 거대 규모의 자본과 기술이 투입된 현대 기술의 총아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두 대양을 짧게 연결한다는 기본 필요성에 충실한 운하입니다.

그렇게나 거대한 장관을 지나갔지만 의외로 본 것은 콘크리트, 크레인 그리고, 와이어가 대부분이었습니다.
(물론 처음부터 관광을 목적으로 만들어지지도 않았습니다.)

중남미를 갈 기회가 생기는 분들은 꼭 한번 배를 타고 지나가보시기를 권유합니다.


덧1. 운하 정상은 Gutan lake라는 거대 호수입니다.
      올라갈 때 갑문을 완전히 빠져나와 호수로 진입하면 갑문 쪽에 진행방향을 표시하는 커다란 화살표가 보입니다.
      이 화살표의 사진을 찍어놨는데, 필름 째로 분실해서 ㅠ.ㅠ

덧2. 포항 사시는 분들은 2Mb 당선되자 포항 발전을 기대하고 있는데, 대또랑 파면 포항은 고립될 것 같습니다.
      흠좀무




댓글 12개:

  1. 필름분실건에 대해선 심심한 유감을 표합니다.

    이뭐병은 치적 대통령이니 자신의 자서전에 "나 운하팠다"고 한 줄 넣기 위해 별의별 수를 다 쓸것으로 보입니다.

    남대문 개통 사진 찍어 자서전에 넣은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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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이런글이 다음메인에 걸려야 하는데 말이죠.

    블룬님처럼 직접 운하를 보고 배에대해서 전문적인 리뷰가 많이 알려져야 하는데

    추천 눌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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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이정일 - 2008/02/23 03:01
    필름... 엉엉엉... (대성통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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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mepay - 2008/02/23 07:39
    2Mb 시대에 다음도 먹고 살아야죠.

    메인에 안 걸린다에 한표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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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범죄자 피가 어디 가겠나요...쩝;

    국민들이 병신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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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w0rm9 - 2008/02/23 08:00
    다시 한번 떠오르는 "국개론" 요즘 137% 공감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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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재밌는글 잘 봤습니다.

    그나저나 레몬펜이 있는데 마우스로 긁지 못하게 해놓으시는 바람에 약간 당황스럽네요.

    쪽지를 눌러서 작성하는건 되는데 그래도 긁는것만 못하죠^^

    걍 우측버튼만 제한해도 좋을듯 합니다. 제한 걸어놓은거 풀고 퍼갈 사람이라면 뭘해놔도 결국은 퍼갈 가능성이 있으니까요;; 그냥 그렇다구요^^

    마지막으로 삼가 필름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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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okto - 2008/02/24 23:27
    아... 그렇군요...

    전 항상 로그인 상태라 그 생각은 못해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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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trackback from: 한반도 대운하 공식 홈페이지 "개판 오분전"
    그리 긴 가방끈은 아니지만.. 블로그에 글을 쓰면서 맞춤법이나 띄워쓰기 문장과 문장 사이에 나름 신경을 쓰는 편이다.. 상대방이 글을 읽었을때 어감이 이상한가..? 혹시 틀린 철자는 없는가..? 띄워쓰기는 제대로 되었는가..? 등등.. 신경 쓴다고 살펴봐도 틀린부분은 당연히 있게 마련이고.. 그럴때마다 고치려고 신경쓰는 편이다... 혹, 틀렸다손 치더라도 나는 그냥 개인 블로거일 뿐이고.. 내글이 많은 사람들의 삶에 큰 영향을 주는것도 아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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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맹바기 광신도들은... 여기다가도 운하가 옳다고 떠들겠죠.

    걔네들은 정신줄을 놓은 건지, 뇌를 잃어버린 건지, ...

    어찌 걔네들은 맹바기가 하는 것은 모두 옳을까요. -ㅁ-;



    대운하는 사실 한반도 난도질 이상도 이하도 아니죠.

    논리적으로나 기술적으로나 ... 그 어느면으로도 해선 안 될 일인데, 하고 싶다는 거구요. -ㅁ-;



    트랙백 잘 받았고요. 저도 트랙백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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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trackback from: ▩ 경인운하...? 운하가 그리도 파고싶을까 ▩
    전에 대국민담화인지 머시긴지 발표할 때, "국민이 반대한다면" 파지 않겠다던 대운하...! 내년에 경인운하를 파기 시작하겠단다. ( 관련기사 보러가기 ) 오늘 이 뉴스 기사 올라온 거 보고... 잠시 눈을 의심했다...! 이거, 뭐하자는 거냐. 싶었다. 소위 하는 말로 운하 못 파서 환장병 걸린 사람이냐. 운하가 그리도 파고 싶을까. 운하 근처에 땅 사둔 사람들... 그 사람들이 손해볼까 안타까운 건가. 아님, 직접 또는 누구 시켜서 거기에 땅을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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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비프리박 - 2008/09/05 00:44
    2mb에게 반대하는 사람들을 반대할 뿐 아무런 논리도 없습니다.

    혹시나 혹시나 어떤 논리 따위를 기대하신 건 아니겠죠?

    (웃자고 쓴 글인데, 정말이지 웃는게 웃는게 아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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