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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7월 24일 토요일

[인셉션]에서 느낀 다른 영화의 흔적들

[인셉션]의 두번째 감상을 마쳤다.
이제 첫 감상에서 놓쳤던 장면들이 꽤 찾은 것 같기도 하면서, 더욱 미궁에 빠지는 기분이다. 헐~

그런데, 이리저리 다른 영화의 흔적들이 꽤 눈에 띈다. 슬슬 중독되어가는 것 같다.


1. 포스터

[다크 나이트] 포스터 중 가장 인상적이고 무서운 포스터는 바로 조선생 등짝 포스터다.
그런데, 인셉션의 포스터는 이 등짝 포스터와 상당히 닮았다.

서로 다른 감독이 만들었으면, 표절시비라도 터졌을 듯한 포스터…


색의 배치나 전반적 구도부터, 바닥의 물, 하늘의 구름까지…



2. Gravity 그리고, Therapy

놀란 감독은 영문학도답게(런던 대학교 영문학과 출신) 단어의 사용에 신중하다.
[다크 나이트]에서도 need와 deserve라는 단어를 명확히 구분해서 썼다. 엔딩 부근 고든의 대사를 보라.

그런데, 재미있게도 조커가 광기를 설명할 때 사용했던 gravity(중력)이란 표현을 또 사용한다.

Cobb: I hope you do understand the gravity of that request.
코브: 제 요청의 막중함(중력)에 대해 이해해주셔야 됩니다.

굳이 gravity란 단어 대신 다른 단어를 써도 되었을텐데…

또, therapy란 단어도 사용되었다. (정확한 대사는 잘 기억나지 않음. ㅠ.ㅠ)
이 역시 조커가 사용한 단어다.
갱들 모여서 고민하고 있을 때 불쑥 들어와서 group-therapy session(정신병 집단치료) 받냐며 비아냥거렸다.

그렇다. 두 단어 모두 조커가 쓴 표현들이다. 이제 고담시를 넘어 꿈속 세상까지 혼란에 빠뜨리려는 거냣!



3. [배트맨 비긴즈]

와타나베 켄, 마이클 케인 그리고, 킬리언 머피까지 [박쥐선생 시작하다]에서도 활약했던 멤버가 셋이나 출연했다.

이 중 킬리언 머피는 [박쥐선생 시작하다]에서 스캐어크로우 역을 맡으면서 머리에 두건을 뒤집어썼는데, [인셉션]에서도 또 비슷한 걸 뒤집어썼다.

어이, 놀란 선생… 킬리언 머피가 싫으면 얘기하라구. 그렇게 괴롭히지만 말구… (응?)



4. [미행]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장편 데뷰작은 [미행(Following, 1998)]인데, 이 영화에서 주인공과 함께 도둑질을 하는 자의 이름은 코브(Cobb)이다.
(알렉스 호라는 사람이 연기했는데, 다른 직업이 있었으며, 유일무이한 출연작이 [미행]이었음)

[인셉션]에서 디카프리오가 연기한 코브(Cobb)의 직업 역시 도둑에 가깝다.



5. [유주얼 서스펙트]

이 영화는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낚시다.

그런데, [야곱의 사다리], [노웨이 아웃] 같은 수작들과 어깨를 나란히하는 대형 낚시영화 [유주얼 서스펙트]에서 고바야시 변호사 역을 맡았던 명배우 피터 포슬스웨이트가 나온다.
물론, 영화 내에서의 진짜 실명은 알 수 없고, 컵 회사 이름일 뿐이지만. (지금 쓴다고 스포일링이라진 않겠지?)

이 양반도 대형 낚시 영화 전문 배우로 뛰기로 했냐는 생각이 들었다.



6. [여왕폐하의 007]

설산을 배경으로 촬영된 장면들은 다분히 [007] 시리즈를 연상시킨다.
사용된 장비들은 주로 [뷰투어킬]을, 일부 장면은 [나를 사랑한 스파이]의 오프닝 씬을 생각나게 했다.

하지만, 산 위에 지어진 건물은 분명히 [여왕폐하의 007]에 등장하는 스펙터 기지의 변형이었다.
쉴트호른에 있는 피츠 글로리아 말이다.


덧. 이 외에 [다크 시티], [13층], [매트릭스], [라비앙로즈] 등 많은 영화들이 있지만, 너무 잘 알려진 내용은 포스팅 하기 싫음.

2009년 10월 10일 토요일

밤기차 타고서 프랑스 파리 여행 #2 (퐁네프, 샹젤리제 거리)

루브르 박물관을 나와서 다음으로 향한 곳은 퐁네프.
영화 [퐁네프의 연인들] 덕분에 이름만 알지, 솔까말 관심도 없던 곳이다.
(영화도 안 봤다. 화가와 연인 따위가 어쨌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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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 너머로 보이는 곳이 시테섬, 왼쪽에만 있는 석조 교각이 퐁네프


퐁네프 다리에서 인증샷 한 방 찍어주고, 시테 섬으로 들어갔다.


이게 무려 경찰서 건물이다. 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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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느강을 지나가는 유람선을 보니 [뷰투어킬]에서 낙하산을 쫓아 유람선으로 낙하하신 본드 영감님이 생각난다.
(솔까말, 에펠탑에서 세느강까지... 사실 그 영화의 상당부분은 007영화라기 보단 걍 파리 관광 안내비디오 수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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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길을 따라 좀 더 가면 노트르담 대성당이 나오는데, 시간이 부족할 것으로 판단, 과감하게 빠져나왔다.
(게다가, 마누라 님과 같이 온 것도 아닌데 뭔 성당 나부랑탱이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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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테 섬을 빠져나오자 탑이 하나 서 있다.
유럽을 돌아다니며 이런 탑은 워낙 많이 봐서 눈에 차지도 않는다. 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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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 오면 꼭 살려고 했던 것 중 하나가 바로 백포도주 Lillet Blanc이다.
(다름아닌 베스퍼 마티니의 재료 중 하나임)
마침 지나가다 물어보니 가까운 곳에 주류 판매점이 있다고 해서 냅다 뛰어가서 한 병 샀다.

독일에서 이거 찾으려고 많이 돌아다니며 물어봤는데, 찾을 수 없었는데, 파리에선 벽장에 잔뜩 있더라. 헐~
(이 놈은 원래 보르도 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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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colas... 잊지 않으마...


다시 루브르로 돌아온 뒤 샹젤리제 대로를 향했다.
(퐁네프는 루브르의 동쪽이고, 샹젤리제 대로는 서쪽임)
루브르 정문에서 샹젤리제 대로로 가는 중간에는 튈르리 궁전 터와 꽁꼬르드 광장이 있다.
재미있는 건 튈르리 공원-꽁꼬르드 광장-(샹젤리제 대로)-개선문-Porte Maillot-라데팡스 구간 전체가 일직선이라는 거.
루브르 입구에 있는 짝퉁 개선문도 이 일직선 구간에 연결되긴 하는데, 루브르 건물 자체는 일직선에서 약간 벗어나니 패스.

튈르리 공원은 원래 궁전이 있던 곳(그래서 정확히는 튈르리 궁전터가 맞는 것 같다)인데, 1871년 방화로 소실되었다고 함.
현재는 공원으로만 쓰고 있는데, 경치도 멋진데다, 일직선으로 뻗은 샹젤리제 대로 너머 개선문이 보이는 멋진 곳임.


궁전터를 지나 꽁꼬르드 광장에 도착.
일단 에펠탑이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있어 사진 찍기 딱 좋아 에펠탑부터 찍고 시작.

오벨리스크는 이집트로부터 기증받았다고 얘기하고(라고 쓰고는 바락바락 우긴다고 읽음) 있는데, 우리가 직지심체요절을 프랑스에 기증했단 얘기랑 동급으로 들림. (왜 이래? 아마추어 같이)

오벨리스크는 가까이서 보니 정말 크긴 크다. 33미터라는 크기는 장난이 아니다...


꽁꼬르드 광장에서 개선문을 향해 출발하기 전 일단 한 샷.
뒤에 보이는 개선문은 이 곳에서 딱 2km 거리이다. 부지런히 걸으면 (즉, 보통 보속인 4km/h로 걸으면) 30분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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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다가 보니 쉽게 돈 버려는 투탄카멘과 별 관심 없는 여인네 둘이 있어 한 샷.
저 친구 가만 안 있고 많이 움직이던데... 돈 버는 게 그리 쉬운 게 아니네...

여담인데, (아래 사진처럼) 유럽에선 인종간 친구나 부부를 쉽게 볼 수 있다.
우린 어줍잖게 다문화가정을 껴안니 뭐니 하는데, 당장 그딴 말 장난 그만하면 좋겠다.
인종차별을 당장 그만두라고 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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샹젤리제 대로엔 디즈니 샵도 있더라.
들어가보고 싶었지만, 시간 부족으로 패스. (노트르담 대성당도 안 간 마당에 무슨 디즈니는... 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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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 대리점이 있어 한 컷.
이게 반가웠던 이유는, 브레멘에 벤츠 공장이 있어 마치 집에(응? 응?) 온 듯한 기분 때문이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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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거의 다 와 간다. 쬐금만 더 걸으면 도착... 헥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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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이 하나 있다. 나름 멀티플렉스 관이다.
[업] 밖에 본 영화가 없더라.
[거친녀석들]을 정말 보고 싶다... 제발 귀국할 때까지 극장에서 상영해야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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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잔~ 드디어 개선문 도착. 시간을 보니 딱 30분만에 도착했다. 헥헥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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샹젤리제 대로를 만끽(이라고 쓰고 주파라고 읽음)한 뒤 향한 곳은 라데팡스(안경점 절대 아님! / 3부에 계속).

2008년 11월 7일 금요일

[퀀텀 오브 솔러스]: 소설에 다가가려 노력한 007 영화

스포일러가 조금 있는 리뷰입니다.
아직 관람을 하지 않으신 분들은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1. 제목

영화와 주제곡 모두 처음부터 이상한 점이 있는데, 제목의 의미를 알 수 없다는 점입니다.
일단, 퀀텀 오브 솔러스(Quantum of Solace)라는 제목은 조직의 이름이 퀀텀이란 점을 제외하곤 영화에서는 아무런 의미를 보여주지 않습니다.
또한, 주제곡 Another Way To Die라는 제목 역시 이 영화의 주제곡 제목이란 생각이 전혀 들지 않을 정도로 생뚱맞습니다.

굳이 끼워맞춘다면 도미닉 그린이 본드가 생각하지 않는 방법으로 죽었다는 뜻일까 몰라도 말이죠.



2. 건배럴씬


처음부터 당황을 한 것이 [퀀텀 오브 솔러스]의 오프닝에서 [카지노 로얄]과 마찬가지로 건배럴 씬으로 시작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이 부분은 [카지노 로얄]은 아직 제임스 본드가 00 요원으로서의 자격을 갖추자 마자 즉, 2명을 제거하자마자 건배럴 씬을 보여주어, 건배럴 씬은 007 제임스 본드의 상징이란 의미를 부여한 직후라 다소 모호합니다.

아마도 사적인 복수나 마음의 짐을 덜어내는 등 성격 형성 과정이 완료되고 나서야 진정한 제임스 본드라는 뜻을 품고 있는 것 같습니다.


3. 주제곡


이번 [퀀텀 오브 솔러스]의 주제곡은 역대 007 영화의 주제곡 중에서 뒤에서 순위권이란 생각이 많이 듭니다.
멜로디도 그렇게 몰입감을 느끼게 해주는 것도 아니었지만, 특히, "워어어어~"하는 부분은 "가사 쓰기 귀찮아서" 그렇게 구성했단 생각이 절로 듭니다.

게다가, 클래식한 느낌의 영화의 방향전혀 맞지 않은 느낌이란 점까지 보면 음악이 좋은 평을 받을래야 받을 수 없다는 것은 명확합니다.


4. 악당


이 영화에서 정말 문제는 악당이 누구인지 모르겠단 점입니다.
화이트는 "We have people everywhere"라고 빈정대긴 하지만, 정작 퀀텀의 사람들은 화이트 한 명을 제외하고는 악당다운 뚝심과 끈기라곤 찾아볼 수 없습니다.

내가 좀 깡다구가 있긴 하쥐


어떠한 고문에도 불지 않고 버티려는 모습의 "쫄따구" 화이트와 달리 주적인 도미닉 그린은 그저 본드랑 차 한 번 탔을 뿐인데 술술 불어댑니다.
(뭐, 이 부분 역시 너무 생략해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 수 없지만요...)

앞부분엔 마치 그린이 퀀텀의 두목인 듯한 인상을 살짝 풍기려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제거되는 모습을 보면 그 역시 까불어대는 악당 중 하나란 생각도 듭니다.

결국 화이트는 본드와 마주치지도 않고 지나가는데, 다음편엔 꼭 다시 만나서 끝장을 보면 좋겠습니다.


5. 구성

영화의 구성에서 좋지 않은 평가를 받는 부분이 전체적으로 뭘 말하는지 모르겠다는 점입니다.
즉, 화이트를 족쳐 퀀텀이 뭔지 알아냈는데, 막상 퀀텀과의 관계는 사업 하나를 방해한 것이 전부입니다.

게다가 퀀텀이란 조직의 정체를 관객들에겐 전혀 얘기해주지 않아 오히려 드라마 쪽으론 한쪽이 비어있는 느낌도 줍니다.

그런데, 다른 관점에서 보면 퀀텀을 3부작으로 만들고 이 중 2편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이는 이미 007 소설에서 등장했지만 영화세계에선 묻혀버린 3부작을 복귀시키려는 것 같습니다.

블로펠드 트릴로지를 이루는 <썬더볼> - <여왕폐하의 007> - <두번산다>의 구조를 보면,
1. 조직의 큰 사업을 막아내며 조직의 정체를 발견
2. 조직을 궤멸수준으로 파괴시키나, 아내가 피살당함
3. 마지막 끄나풀을 찾아내서 피튀기는 싸움을 통해 복수
의 탄탄한 구성을 갖췄습니다.

그런데, [카지노 로얄]과 [퀀텀 오브 솔러스]를 퀀텀 3부작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1. 조직의 이름도 전혀 모르고 이용만 실컷 당하다가 마지막에 겨우 살아남
2. 조직의 큰 사업을 막아내며 조직의 정체를 발견
3. 조직을 궤멸수준으로 파괴시킴
의 구성을 위해 만들어진 플롯이 아닐까 합니다.

하지만, 일부 캐릭터나 구성이 낭비된 모습이 보였다는 점은 아무리 생각해도 아쉽습니다.
특히, 영국 수상 보좌관의 비서를 제거했는데, 알고 보니 요원이더라는 내용이나, 사무직인 필즈 요원이 괜히 본드와 숙면을 취한 다음 그린에게 까불다가 기름 뒤집어쓰고 죽는 내용 등은 안 들어감만 못한 장면인 것 같습니다.


6. 액션


관객분들 중에는 [퀀텀 오브 솔러스]의 액션이 지루했다는 평도 있더군요.

하지만, 그렇지는 않다고 봅니다.
댄 브래들리가 촬영한 아날로그 액션은 스피디하고, 초반부 액션들은 숨쉴 틈을 주지 않고 배치되어 몰입감을 최대한 높여줬습니다.

[본 슈프리머시]와 [본 얼티메이텀]의 스턴트를 감독하며 보여준 그의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합니다.
(흔히 최근 007 두 편과 본 시리즈의 액션을 비교하는데, 스턴트 감독이 같은 분입니다. ^^;;;)

하지만, 문제는 전체적으로 드라마와 조화가 잘 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앞부분에 쉴새 없이 액션을 몰아치다 다시 드라마로 넘어간 뒤에도 가끔씩 액션을 보여주어 긴장감을 늦추지 않게 배치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엔딩 직전에 베니스 액션 씬을 집어넣는 등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했던 전작 [카지노 로얄]과 비교되게, 불탄 건물에서 탈출하는 본드의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사실 이 장면은 [뷰투어킬]불난 시청 건물 탈출씬의 오마주인데, 그 장면이 무어 할아버지가 다찌마리를 소화하지 못해 삽입되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후반부에 힘이 빠진 원인 중 하나라고 판단됩니다.


7. 클래식 및 소설의 귀환



전술했던 강력한 악당 트릴로지 외에도 본드의 아이콘인 월터 PPK, 친구의 죽음에 대한 복수 등 이번에도 많은 부분에서 클래식한 모습으로 돌아가기 위한 흔적이 보입니다.
특히, 르네 마티즈는 원작에서의 필릭스 라이터를 대신하여 희생됨으로서 복수에 더욱 민감해지는 제임스 본드의 캐릭터 완성에 일조하리라 봅니다.

또한 영화 속에서 계속 등장하지만, 직책이나 근무지를 도통 알 수 없었던 필릭스 라이터가 적절한 근무지와 직책을 부여받는 것은 핵심 캐릭터의 입체감과 현실감을 키우는데 일조합니다.
(소설에서는 2번째 작품인 <죽느냐 사느냐>에서 상어에게 물어뜯깁니다. ㅡㅡ;;;)

한편으로, 약간이나마 정치적 이슈를 끌어들인 점 역시 소설 속의 제임스 본드와 비슷해지려는 노력입니다.
(걸작 007 소설 <위기일발>은 사실 영국 MI6와 소련 KGB의 피튀기는 한판 승부였습니다. 정치적 중립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고 말이죠.)


8. 오마쥬

[퀀텀 오브 솔러스]는 여러 007 영화의 장면을 오마주했는데, [어나더데이]삽질 패러디와는 달리 적절히 품위있는 오마주를 보여줍니다.
뭐, 전술했던 [뷰투어킬]의 오마주는 좀 실망이긴 했지만 말이죠.

대략 [위기일발], [골드핑거], [나를 사랑한 스파이], [문레이커], [뷰투어킬], [리빙데이라이트], [살인면허]의 7편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문레이커]의 오페라장 대결, [뷰투어킬]의 화재건물 탈출, [위기일발]의 보트신 오마주 장면들



2008년 6월 20일 금요일

007 뷰투어킬: 용두사미가 돼버린 훌륭한 캐릭터

An I knowe'd John Peel and his Ruby too,
Ranter an' Royal an' Belman as true,
Frae the drag to the chase frae then to the view,
Frae the view to the death in the mwornin'.

adapted from D'ye ken John Peel?



0. 소설 <From A View To A Kill>

이 작품은 [유어 아이즈 온리] 편에서 잠깐 소개한 단편집 <For Your Eyes Only>의 한 작품입니다.
줄거리는 단순하지만 명확합니다.

소설 <From A View To A Kill>의 줄거리 열기..


왠지 많이 보던 장면이 생각나지 않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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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007 영화의 트레이드 마크인 오프닝 건 배럴 씬입니다.
킬러가 자신을 노리고 있는지 알고 있는 본드는 한 손에 이미 을 들고 있고, 자신을 쏘기 전에 먼저 사살합니다.

하지만, 영화 [뷰투어킬]에서 소설로 부터 차용한 내용은 오프닝 건 배럴 씬입니다.
(프랑스를 잠시 배경으로 하긴 하지만, 아무런 의미도 없습니다)


1. "(From) A View To A Kill"의 뜻은?

괴작 [두번산다]에 이어 [뷰투어킬] 역시 원 제목에 담겨 있던 뜻을 완전히 무시하고 뒤튼 영화입니다.
이 제목은 1800년대초 영국의 유명한 농부이자 사냥꾼인 John Peel을 소재로 한 노래 "D'ye ken John Peel"의 가사에서 따왔습니다.
오래된 노래이다 보니 여러 변형이 있는데, 그 중 아래와 같은 변형에서 따온 것입니다.

Yes, I ken John Peel and his Ruby, too!
Ranter and Ringwood, Bellman so true!
From a find to a check, from a check to a view,
From a view to a kill in the morning.

파란색 부분만 해석하면, "찾을 때부터 확인할 때까지, 확인할 때부터 볼 때까지, 볼 때부터 죽일 때까지" 정도가 됩니다.
제목 부분만 의역하면 "발견해서 사살하기까지" 정도가 될 것이고, 단편 <From A View To A Kill>의 내용을 함축한 제목이 됩니다.

그런데… 영화 [뷰투어킬]에서는 조린이 열기구에서 내려다보며 메이데이와 지껄이는 대사로 변질되어버렸습니다.

Mayday: Oh~ what a view!
Zorin: To a kill.

대략 해석하면 "와~ 경치 죽이네!" / "다 죽을 거야.(또는 살인의 경치야)" 정도가 될까요?
이 무슨 개념을 안드로메다에 보내버린 제목 센스란 말입니까…
조린이 하려는 것은 살인(kill)이 아니라 학살(genocide)입니다!
게다가, 여자가 "보기 좋다"고 하니까 "다 죽여버릴거야!"라는 대사 센스는 대체 어디서 기어나온 건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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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 와~ 경치 죽인다! 男: 그래? 다 죽여버릴게. (이건 도대체 뭥미!)


2. [뷰투어킬]의 장점 : 캐릭터가 살아있고 특수장비를 별로 사용하지 않음

오랜만에 캐릭터가 살아있는 악당들이 돌아왔습니다.
이무렵 007 영화에는 IQ 두 자리의 우등 인종 휴고 드랙스 등, 색깔이 뚜렷하지 않은 3류 악당들이 계속 등장했었습니다.
하지만, [뷰투어킬]에서 악당 2인조는 캐릭터 하나만은 짱짱합니다.
게다가 [옥토퍼시]에 이어 본드카를 비롯한 특수장비를 거의 사용하지 않아 판타지스러움이 최소화되었습니다.

a. 강한 캐릭터 #1: 조린 (Max Zor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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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는 순간까지 정신병자의 모습을 확실히 보여준 크리스토퍼 워큰의 열연


조린 역을 맡은 크리스토퍼 워큰의 연기는 훌륭합니다.
시종일관 정신병자의 이미지를 깔끔하게 보여줍니다.
액션 쪽은 노력하는 모습에 비해 다소 부족한 면이 있지만, 전체적으로 정신병자 이미지를 훌륭히 보여줍니다.

또한, 007 소설의 특징 중 하나가 등장인물의 과거 이력이나 왜 이 짓을 하는지에 대한 디테일한 설명인데, 영화에선 (소설의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자세한 설명이 거의 없었습니다.
[뷰투어킬]에서는 이 싸이코에게 과거에 대한 설득력 있는 설명을 첨부했습니다.


b. 강한 캐릭터 #2: 메이데이 (May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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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에서마저도 과격하기만한 터프걸 메이데이


[골드핑거]의 푸시 갤로어 이후 최초로 싸움 기술을 보유한 본드걸이 등장했습니다.
([유어아이즈온리]에선 석궁을 사용하지만, 논외로 하겠습니다)
1:1 맞짱이라면 어떤 남자도 한 방입니다.


c. 특수장비의 최소화

전작 [옥토퍼시]에서도 만년필과 추적장치 외에는 별다른 장비를 사용하지 않았는데, [뷰투어킬]에서도 수표에 적힌 글자를 읽어내는 장비(?)와 유리창의 반사를 감소시키는 안경 그리고, 반지형 카메라의 3가지 소형장비만을 사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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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루이비통 특수장비 ㄷㄷㄷ


하지만, 이 장면은 한편으로는 좀 아쉬운 것이 너무 루이비통 간접 광고의 티가 많이 납니다.
저 상황에선 사실 연필 한 자루만 있으면 내용을 알아낼 수 있거든요…


3. 단점

a. 늘어지는 전개

사실, 영화 [뷰투어킬]은 007 영화(또는 스파이 영화)의 흐름을 충실히 따르는 영화입니다.
임무를 지시받고, 충실히 임무를 수행하며, 이 과정에서 동료가 죽임을 당하고, 자신은 겨우 탈출합니다.
그런데, 전체적으로 이 구성이 늘어져서 힘이 없고 답답합니다.


b. 본드를 살려주지 못해 안달인 허술한 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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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들에게 '엘리베이터 뚜껑이 열린다'는 환상을 심어준 유명한 장면: 형광등은 어디 달란 말이냐!


[뷰투어킬]에서 죽는 본드 주변 인물은 고드프리 티벳 경, CIA 요원 척 리, 이름을 알 수 없는 KGB 요원의 3명입니다. 3명 모두 한 칼에 죽임을 당합니다.
그런데, 유독 본드만은 에 빠뜨리고, 엘리베이터에 가두는 등 빠져나갈 틈을 충분히 줍니다.
이런 장면이 반복해서 나오다보니 본드가 위기를 맞는 장면들은 도무지 박진감이 없습니다.


c. 우연의 연속


[뷰투어킬]의 힘을 빼버린 가장 큰 요인은 우연의 연속으로 구성된 시나리오입니다. 제임스 본드 옆에는 마치 수호천사라도 있는 것처럼 물에 물 탄 듯, 구렁이 담 넘어가듯, 넘어가버립니다.

- 본드가 잡혀야 할 상황에서 KGB 요원이 대신 잡히는데, 조린은 별다른 취조도 없이 바로 사살함
  (조금만 취조했으면 산소통의 주인이 그 요원이 아니란 것을 알았을 것임)

- 본드는 아무 한 일 없이 탈출하는데, 마침 KGB 요원 폴라 이바노바는 미리 녹음 다 해놓고 기다리고 운전도 해줌
  (게다가 소형 테이프도 아닌 일반 카세트에 녹음해서 카오디오로 들으려 함)

- 메이데이는 갑자기 개과천선을 하고, 때마침 브레이크가 고장나서 죽어줌

- 그렇게 무사히 상황이 정리되는가 하니까 메인 본드걸 스테이시 서튼은 조린과 딱 마주치고 납치당함

- 조린 하나 죽이니까 열기구 쪽은 알아서 다이너마이트로 자폭함


d. 오히려 본드가 실수를 자처하는 경우도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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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거기가 아니라니깐!!!


모든 상황을 주도해야 할 제임스 본드는 오히려 실수를 저질러서 위험에 빠집니다.
(호르몬이 들어있는 시험관을 잘못 꽂는 실수를 합니다)
천하의 제임스 본드가 이럼 안 되죠… ㅠ.ㅠ


e. 메이데이는 전형적인 몸만 좋은 바보

조린은 2차대전 중 실험실에서 만들어진 싸이코 천재입니다.
천재답게, 다양한 외국어 구사능력도 갖고 있고, 순간적인 판단력도 발군입니다.
아무런 티도 나지 않게 본드의 정체를 알아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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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드의 정체를 한 칼에 알아냈지만, 정작 본드는 들킨지도 모른다는 거…


하지만, 조린 옆에서 항상 조린과 함께 하는 메이데이는 (베드씬을 제외하고는) 죠스에 가까운 이미지입니다.
본드와 파리 시내를 가로지르는 추격전을 벌였지만, 그 얼굴을 기억하는데 상당한 시간을 허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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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생각났삼~ 에펠탑의 그 놈이삼~


f. 상당히 심각한 무어의 나이

대본의 취약함과 더불어 여기서 쉽게 볼 수 있는 약점은 무어의 나이입니다.
이제 거의 환갑에 가까운 나이이다보니 주름살도 너무 많고, 목소리도 연로해보입니다.
물론, 액션은 늘어지고, 대역을 사용한 티도 아주 많이 나죠.



g. 잘 구축된 캐릭터의 자체 붕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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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길러놓은 직원들을 몽땅 학살하는 이해가 가지 않는 판단력를 과시하는 조린


조린 및 메이데이는 잘 만들어진 캐릭터입니다. 성격도 뚜렷하고, 강렬합니다.
하지만, 마지막 장면에서 조린은 부하들을 학살하고, 메이데이는 개과천선함으로써 캐릭터를 자체 붕괴시킵니다.
양쪽 모두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 구성입니다.
(특히, 메이데이는 늙은 무어와 대결하는 장면을 넣기가 애매해서 였을까요?)



4. 살짝 묻어나는 전작들의 흔적들

a. [골드핑거]


[뷰투어킬]은 여러 장면에서 [골드핑거]의 흔적들이 보입니다.
특히, 비행선 안에서 작전 브리핑을 하는 장면은 정말 비슷합니다.
디테일한 세트를 만들어놓고, 조직의 대표들을 불러서 얘기하는 것부터 반대하는 한 명을 따로 살해하는 것까지 말이죠.
또, 이 외에도 전체적인 구성이 [골드핑거]와 상당히 비슷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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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스테이시의 집에 있는 고양이의 이름이 푸시(Pussy)인데, 이건 은근히 [골드핑거]의 푸시 갤로어를 연상시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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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 [황금총을 가진 사나이]/[옥토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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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 리 역을 맡은 데이빗 입은 [인디아나 존스: 마궁의 사원]에서도 죽는 역을 맡았음


사실은 전작의 흔적은 아닙니다. 본드걸 중 유일하게 한 배우가 두 번 본드걸을 연기한 모드 아담스가 [뷰투어킬]에 등장합니다.
촬영장에 그냥 인사차 왔다가 제작진이 재미로 출연시킨 것이죠.
화면 가운데 검은 옷에 갈색 겉옷을 입은 썬그라스 쓴 여자가 바로 모드 아담스입니다.


5.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들

  1. 영화 초반에 조린(Zorin)을 포함한 어떤 이름도 실제 회사나 사람과 무관하다는 문구가 나왔는데, 촬영이 끝날무렵 Zoran Ladicorbic Ltd.라는 패션 회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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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Zoran과 전혀 무관한 Zorin…


  2. Q가 만든 이동형 탐지장치는 강아지처럼 생겼는데, 이름은 스누퍼(Snooper)로 스누피의 패러디라는 인상이 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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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조린의 열기구는 한쪽면만 페인트를 칠했는데, 제작비를 절감하기 위해서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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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파인우드 스튜디오에 있는 007 스테이지가 1984년 6월 27일 화재로 파괴되었고, 4달도 되지 않는 기간에 완전히 복구되어 "The Albert R. Broccoli 007 Stage"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음.
    재미있는 것은 주제가 "A View To A Kill"에는 'dance into the fire'라는 가사가 나온다는 점임.
    (이 007 스테이지는 2006년 6월 [카지노 로얄] 촬영 후 또 소실됨)

  5. 돌프 룬드그렌이 영화에 잠깐 얼굴을 비추는데, 그레이스 존스의 남자친구였기 때문에 역을 맡을 수 있었으며, 이 영화는 그의 첫 출연작품임. (두번째 작품이 그 유명한 [록키 IV]의 드라고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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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기야… 고마워…


  6. 고드프리 티벳 경이 1962년형 은색 롤스 로이스(Rolls Royce Silver Cloud II)를 타는데, 사실 이 차는 제작자 알버트 브로콜리의 차이며, 호수에 빠지는 장면에서는 복제품을 사용했음.

    유명한 옥에티: 창문이 열렸다 닫혔다 난리가 아님


  7. 무어는 이 영화를 찍으며 스테이시 역을 맡은 타냐 로버츠의 어머니가 자신보다 젊다는 것을 알고 본드 역을 그만두기로 결심했다고 함

  8. 제임스 본드와 스테이시가 샌프란시스코 시청을 탈출할 때 나오는 음악은 주제곡 "A View To A Kill" 중에서 'dance into the fire' 부분임. 이 부분은 작곡가 존 배리의 장난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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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껏 불을 피해(out of fire) 탈출했지만, 음악은 불 속에서 춤을(dance into the fire)이라능~


  9. 프리 타이틀 액션에서 소련군 한 명이 실제 로저 무어 경의 이름을 부름. "Pomageete! Roger Moore pomageete!"이라고 말하는데, 이 말은 "도와줘! 로저 무어, 도와줘!"라는 뜻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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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와줘! 로저 무어, 도와줘! (이런 장난이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