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7월 24일 토요일

[인셉션]에서 느낀 다른 영화의 흔적들

[인셉션]의 두번째 감상을 마쳤다.
이제 첫 감상에서 놓쳤던 장면들이 꽤 찾은 것 같기도 하면서, 더욱 미궁에 빠지는 기분이다. 헐~

그런데, 이리저리 다른 영화의 흔적들이 꽤 눈에 띈다. 슬슬 중독되어가는 것 같다.


1. 포스터

[다크 나이트] 포스터 중 가장 인상적이고 무서운 포스터는 바로 조선생 등짝 포스터다.
그런데, 인셉션의 포스터는 이 등짝 포스터와 상당히 닮았다.

서로 다른 감독이 만들었으면, 표절시비라도 터졌을 듯한 포스터…


색의 배치나 전반적 구도부터, 바닥의 물, 하늘의 구름까지…



2. Gravity 그리고, Therapy

놀란 감독은 영문학도답게(런던 대학교 영문학과 출신) 단어의 사용에 신중하다.
[다크 나이트]에서도 need와 deserve라는 단어를 명확히 구분해서 썼다. 엔딩 부근 고든의 대사를 보라.

그런데, 재미있게도 조커가 광기를 설명할 때 사용했던 gravity(중력)이란 표현을 또 사용한다.

Cobb: I hope you do understand the gravity of that request.
코브: 제 요청의 막중함(중력)에 대해 이해해주셔야 됩니다.

굳이 gravity란 단어 대신 다른 단어를 써도 되었을텐데…

또, therapy란 단어도 사용되었다. (정확한 대사는 잘 기억나지 않음. ㅠ.ㅠ)
이 역시 조커가 사용한 단어다.
갱들 모여서 고민하고 있을 때 불쑥 들어와서 group-therapy session(정신병 집단치료) 받냐며 비아냥거렸다.

그렇다. 두 단어 모두 조커가 쓴 표현들이다. 이제 고담시를 넘어 꿈속 세상까지 혼란에 빠뜨리려는 거냣!



3. [배트맨 비긴즈]

와타나베 켄, 마이클 케인 그리고, 킬리언 머피까지 [박쥐선생 시작하다]에서도 활약했던 멤버가 셋이나 출연했다.

이 중 킬리언 머피는 [박쥐선생 시작하다]에서 스캐어크로우 역을 맡으면서 머리에 두건을 뒤집어썼는데, [인셉션]에서도 또 비슷한 걸 뒤집어썼다.

어이, 놀란 선생… 킬리언 머피가 싫으면 얘기하라구. 그렇게 괴롭히지만 말구… (응?)



4. [미행]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장편 데뷰작은 [미행(Following, 1998)]인데, 이 영화에서 주인공과 함께 도둑질을 하는 자의 이름은 코브(Cobb)이다.
(알렉스 호라는 사람이 연기했는데, 다른 직업이 있었으며, 유일무이한 출연작이 [미행]이었음)

[인셉션]에서 디카프리오가 연기한 코브(Cobb)의 직업 역시 도둑에 가깝다.



5. [유주얼 서스펙트]

이 영화는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낚시다.

그런데, [야곱의 사다리], [노웨이 아웃] 같은 수작들과 어깨를 나란히하는 대형 낚시영화 [유주얼 서스펙트]에서 고바야시 변호사 역을 맡았던 명배우 피터 포슬스웨이트가 나온다.
물론, 영화 내에서의 진짜 실명은 알 수 없고, 컵 회사 이름일 뿐이지만. (지금 쓴다고 스포일링이라진 않겠지?)

이 양반도 대형 낚시 영화 전문 배우로 뛰기로 했냐는 생각이 들었다.



6. [여왕폐하의 007]

설산을 배경으로 촬영된 장면들은 다분히 [007] 시리즈를 연상시킨다.
사용된 장비들은 주로 [뷰투어킬]을, 일부 장면은 [나를 사랑한 스파이]의 오프닝 씬을 생각나게 했다.

하지만, 산 위에 지어진 건물은 분명히 [여왕폐하의 007]에 등장하는 스펙터 기지의 변형이었다.
쉴트호른에 있는 피츠 글로리아 말이다.


덧. 이 외에 [다크 시티], [13층], [매트릭스], [라비앙로즈] 등 많은 영화들이 있지만, 너무 잘 알려진 내용은 포스팅 하기 싫음.

댓글 17개:

  1. 재미있는 사실들이네요^^,

    그런데 모든 영화의 요소요소를 어떻게 기억하고 계시는건지 신기하네요,

    특히 대사에 쓰이는 단어까지 기억하고 계시는건 정말 놀라워요,

    따로 노력하시는건가요? 아니면 한번만 봐도 기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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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황대장 - 2010/07/24 22:30
    여러번 보면 기억이 되더군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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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부인의 죽음에 죄책감에 사로 잡혀 자기만의 세계에 갖혀있는 레오나르도의 모습에서 셔터 아일렌드가 연상이 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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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als - 2010/07/25 00:54
    그 점도 너무 많이 알려진 부분이라 패스했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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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역시 BLUEnLIVE님이십니다.

    이 영화에서 007 코드를 읽으시다니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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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쿠란 - 2010/07/25 11:11
    놀란의 의도가 다분히 들어있는 장면입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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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여왕 폐하의 007의 스키 시퀀스"라는 말은 하도 들어서

    그 작품 보지도 않았는데 인셉션 보면서 설산 나오고 스키 타고 하니까

    "여왕 폐하의 007"이라는 제목이 생각나더군요.

    그러고보니 이것도 제가 "인셉션" 당한 거네요. 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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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저도 비슷한 포스팅을 하나 할 예정입니다만..



    사실 스키체이싱은 꼭 [여왕폐하의 007]에 국한된 건 아니죠. 스키장면만 나오는 007 시리즈만 모아놔도 꽤 됩니다. 게다가 비 007 영화에서도 인상적인 스키 시퀀스는 꽤 많이 발견되죠 [다찌마와 리]라든가.. (응?) B급 액션물 [솔저]에서의 스키체이싱은 꽤나 걸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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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페니웨이™ - 2010/07/26 14:50
    물론이죠. 하지만, 몇몇 장면에서 명확하게 007 영화의 특정 장면들을 타겟으로 한 건 확실합니다.

    - 높은 설산 위에 덩그러이 있는 하얀 건물 파괴는 [여왕폐하의 007]

    - 스키 타고 가다 뒤로 돌아서 총으로 추격자를 쏘는 장면은 [나를 사랑한 스파이]

    - 오토바이 비슷하게 생긴 거 타면서 등 뒤에 줄 매는 건 [뷰투어킬]



    이런 장면들은 놀란의 의도가 다분히 보이는 장면들이었습니다.

    아니면 그 007 영화들이 놀란에게 인셉션 되었던지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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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terminee - 2010/07/26 11:05
    관객 인셉션 설의 근거가 되는 말씀이군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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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킬리언 머피에 대한 놀란의 행위는 왠지...츤데레의 정점에 선 자 같더군요...



    아님 S거나요...좋아해서 괴롭히는 듯한...-_-;;;



    영화는 2번 보니 뭔가 명확해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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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제가 보기엔... BLUEnLIVE 님께서 인셉션 당하신 거 같습니다. 다른 영화와 이만큼 비슷하다는....ㅋㅋㅋㅋ

    다른 사람들은 그걸 봐도 영화를 모르기 때문에 인셉션 안 당하는데 BLUEnLIVE 님만 인셉션 당하신 것이 아닐까요?

    라고 그냥 말해 봅니다. 사실 이젠 웬만한 영화 장면들은 다 이전 영화들 중 비슷한 장면이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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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천용희 - 2010/07/29 10:44
    좃쿠나~ 츤데레 감독.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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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 @goldenbug - 2010/07/29 20:12
    그런걸까요? 쩝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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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 은근 많이 비슷하군여, 재미나네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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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 이 영화 보자마자 BNL님 블로그를 들를 생각을 했습니다. 제가 놓친 부분은 틀림없이 BNL님이 꼬집어 주실 거란 믿음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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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 trackback from: 인셉션 (Inception, 2010)
    인셉션 (Inception, 2010) 분명 스토리텔링에는 시대적 경향이 뚜렷하게 반영되는 것 같다. 어쩌면 영화가 거대한 산업으로서 기능하기 위해서는 소위 '유행'이라고 하는 것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사실 난 이런 류의 영화를 좋아한다. 아직까지는 상상이 그 주된 기반이지만 미래사회를 지향하는 영화. 그중에서도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 나의 개인적인 경험에서는 '매트릭스'로부터라고 기억되는데, 그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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