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5월 26일 월요일

007 Thunderball: 시대를 넘어선 액션/어드벤처의 걸작 (소설 vs 영화)

I've directed the first, the best and the biggest James Bond movies
- Terence 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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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7 영화 중에서 최대의 수익을 올린 작품은 [카지노 로얄]입니다. (5억 9400만 달러)
하지만,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얘기가 다릅니다. 바로 [썬더볼]입니다.
(위키피디아 참조)

이 작품은 비단 수익 면에서 뿐만 아니라 여러 면에서 상징적인 면이 많은 영화입니다. 그러한 점들을 한 번 나열해보겠습니다.

1. 007의 클리셰를 확립한 테렌스 영의 마지막 007 영화

이 작품은 이언 플레밍과 더불어 또 한 명의 제임스 본드의 아버지인 테렌스 영 감독의 마지막 007 영화입니다.
제임스 본드의 냉소적인 농담, 모자를 던져서 거는 습관 등과 같은 클리셰는 (소설이 아닌) 테렌스 영 감독이 만든 것이죠.

이후의 007 영화들은 테렌스 영 감독이 확립한 클리셰들을 반복해서 사용합니다.


2. 마지막으로 아카데미상(특수효과상)을 수상한 007 영화

이 영화는 1965년에(무려 43년 전에) 나온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에서 사용된 기술들은 전혀 어색하거나 촌스럽지 않습니다.
수중촬영 장면은 화려하기 서울역에 그지없고, 폭격기가 바다에 침몰하는 장면은 (약간 장난감의 티가 나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자연스러운 느낌을 줍니다. 순수한 아날로그로 이런 장면을 촬영할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대단합니다.
(이 영화는 [스타워즈]가 영화세상을 뒤집기 12년 전에 나왔습니다!)


3. 처음부터 영화화를 염두에 두고 집필된 원작

이 작품은 처음부터 영화화를 목적으로 집필되었습니다. 그것도 첫 영화로 고려되었는데, 만약 그랬다면 오히려 시리즈 전체가 침몰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왜냐하면, 이 작품은 처음부터 블럭버스터 급으로 기획되었기 때문입니다.

[썬더볼]에 투입된 자금은 1000만 달러였습니다. 물론, 이전 작품들의 엄청난 수익이 있었기 때문에 이러한 대규모 투자가 가능했던 것이죠. 하지만, 첫 작품인 [살인번호]는 100만 달러로 만들어진 저예산 영화였습니다.
만약 100만 달러로 [썬더볼]을 만들었다면 그만큼 높은 완성도의 작품을 만들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4. 판권이 EON에 없는 또 하나의 007 영화

[카지노 로얄]과 더불에 이 작품의 판권은 EON 프로덕션에 없었습니다. ([카지노 로얄]은 1999년에야 EON의 손으로 들어갑니다)

이 작품은 처음부터 영화화를 목적으로 집필되었지만, 이언 플레밍이 단독 집필한 작품이 아니라 케빈 맥클로리, 잭 휘팅햄과 공동집필하였고, 결국 이 작품의 판권(에다가 블로펠드, 스펙터의 판권까지…)을 복잡한 소송 끝에 케빈 맥클로리가 갖게 된 것이죠.
(이후 리메이크 작품인 [네버 세이 네버 어게인]까지 나오게 되는 파란만장한 작품이기도 하죠)

게다가, 이 작품은 그 소송으로 인해 플레밍의 건강을 심각하게 악화시켰던 (그리고 아마도 그의 사망을 앞당기게 했던) 작품이기도 합니다.


5. 00 요원이 가장 많이 등장하는 007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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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 번 써먹는) 지각대장 007


이 영화에서는 00요원 9명이 몽땅 등장하는 장면을 보여줍니다.
이전/이후의 007 영화들에서는 한두명만 등장하거나 이름만 언급되는데 비해서 [썬더볼]에서는 9명의 요원이 모습을 보입니다. 뭐, 그런다고 얼굴과 이름을 일일이 불러주지는 않고 뒷모습만 보이는 것이 대부분이지만요.

※ 이 부분은 사실 소설과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 이언 플레밍의 원작 소설들에서는 00요원은 002, 007, 008, 0011만 언급되었는데 영화에서는 [썬더볼]에서 9명을 보여줌으로써 001~009가 있다는 인상을 강하게 풍기게 됩니다.


6. 제임스 본드의 탁월한 능력을 가장 많이 보여준 007 영화

[썬더볼]에서는 제임스 본드의 능력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이 장면들이 삽입됨으로서 수퍼 스파이 제임스 본드의 능력이 현실적으로 와닿게 됩니다.

a. 부바르 대령의 미망인이 가짜라는 것을 한 눈에 알아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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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면을 보면서 미망인이 가짜라는 것을 확신합니다


b. (누군지 모른 상태로) 더발 소령의 시체를 본 뒤에 사진을 보면서 한 눈에 그를 알아봄

c. 수중에서 수류탄이 터졌지만 견딤

d. 샷건을 쏘면서 가늠자를 눈으로 보지 않고 감각으로 쏘아 명중시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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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딴걸 쏘면서 굳이 가늠자를 볼 필요까진 없음!


e. 암살자가 숨어서 자신을 쏘기 직전에 몸을 돌려 팜므 파탈을 죽이게 만듬


7. 블럭버스터로 완전히 돌아서서 이후의 시리즈를 나락에 빠뜨린 단초가 된 007 영화

[골드핑거]와 [썬더볼]은 스파이 스릴러가 아닌 블럭버스터 액션 어드벤처로서의 역할 즉, 관객에게 스릴감보다는 눈요기거리를 제공하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습니다.

하지만, [썬더볼]을 통해 블럭버스터에 맛을 들인 제작진은 다음 작품인 [두번산다]를 원작을 완전하게 무시하고 블럭버스터로 기획하여 최대의 졸작 중 하나를 만들게되고, 이후에 이 실수를 반성하지 않고 [문레이커]라는 괴작을 또 만들게 되는 등, 시리즈의 정체성을 상실하게 만드는 단초를 제공하게 되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원작자체가 영화화를 목적으로 만들어졌고, 상당히 충실하게 영화화되었지만, 그래도 약간의 차이는 있습니다.
소설과 영화 [썬더볼]의 차이는 아래와 같습니다.

  1. 소설에서 본드가 요양소에 간 이유는 과다 흡연량을 줄이고 건강을 회복하기 위함이었는데, 영화에서는 흡연 장면이 등장하지 않음

  2. 소설은 스펙터(SPECTRE)와 블로펠드가 등장하는 첫 영화이지만, 영화는 이미 3번째였음

  3. 영화의 팜므 파탈인 피오나 볼페 및 여성 요원인 폴라는 소설에서는 등장하지 않음

  4. 소설의 필릭스 라이터는 2번째 작품인 <죽느냐 사느냐>에서 상어에게 팔과 다리를 잃은 뒤 CIA를 그만두고 사립탐정으로 활동하면서 사건에 개입하지만, 영화에서는 멀쩡하며 여전히 CIA 소속임

  5. 소설에서는 지시를 받고 바하마로 갔지만, 영화에서는 더발 소령의 시체를 보고 자원해서 감

  6. 소설에서 블로펠드가 리피 백작의 살해를 지시한 이유는 제임스 본드에게 불필요하게 시비를 걸어 작전을 노출될 뻔 하게 만들었다는 것이었지만, 영화에서는 안젤로(가짜 더발 소령)가 돈을 더 요구하는 것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으로 보임

  7. 소설에서는 수중전은 등장하지 않음. 영화에서 수중전이 등장한 것은 제작자인 맥클로리가 스쿠버 다이빙을 좋아했기 때문이라는 설이 있음

영화 [썬더볼]에 대해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들은 아래와 같습니다.

  1. 폴라 역을 맡은 마르틴 베스윅은 [위기일발]에서 집시 여자 싸움꾼 조라 역을 맡았었음

  2. [썬더볼]은 1966년 미국과 영국에서 동시에 최고 수입을 거둔 영화가 되었음

  3. 도미노 역을 맡은 클로딘 오저는 영화에 등장하는 수영복을 함께 디자인했음

  4. 소형 호흡기는 CO₂캡슐 2 개를 붙여 만들었음

  5. 머니페니 역을 맡은 로이스 맥스웰 여사는 (앞의 3편에서 자신의 옷을 직접 갖고 와서 촬영했던 것과 달리) 처음으로 의상을 지급받았음

  6. 핵폭탄의 모양은 켄 아담과 피터 라몬트가 촬영한 비밀 카메라 사진을 기초로 디자인되었음

  7. 초기의 시나리오에는 제임스 본드가 가이거 카운터 시계(geiger counter/watch)를 계속 들여다보고, 도미노는 그것을 보면서 본드가 자신을 지루하게 여긴다고 생각하는 내용이 있었음


  

댓글 8개:

  1. 여전히 멋진 포스팅입니다. 아닌말로 정말 유사시에 제 블로그를 위임해 드리고 싶은 분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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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페니웨이™ - 2008/05/26 11:48
    과찬이십니다.

    참, 존스 박사는 실망이 크신 것 같더군요.



    전 그저 80년대 영화 한 편 본다고 생각하니 좋던데요…

    (리뷰를 쓸까 고민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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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지각대장 007에서 넘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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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이정일 - 2008/05/26 16:43
    즐겁게 읽으셨기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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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오오 흥미로운 007 이야기 잘 읽었습니다.



    언제봐도 재미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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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trackback from: 007 제임스 본드 전쟁 (1부)
    1. '007 시리즈 역사상 가장 많은 돈을 벌어들인 작품은 무엇일까요?'라는 가벼운 질문으로 이야기를 시작해 보겠습니다. 박스오피스 모조의 기록에 따르면 2006년 새롭게 시리즈를 혁신시킨 다니엘 크레이그의 [카지노 로얄]이 전세계 흥행수입 5억 9천만 달러를 벌어들여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만 물가상승률을 고려해 계산해 보면 상황이 조금 달라집니다. 지금까지 나온 어떤 작품도 시리즈 네번째 작품인 [썬더볼, 1965]이 달성한 천문학적인 9억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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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trackback from: 007 제임스 본드 전쟁 (2부)
    자료: 타임아웃 매거진 아트워크 (1983) 1부에서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1. 맥클로리의 76년 선전포고: 이온 프로덕션과의 12년 신사협정이 끝난 1976년, 자신의 제작사를 세우고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던 케빈 맥클로리는 마침내 숀 코네리와 함께 '핵탄두 (Warhead)'라는 가제의 007 영화를 만들겠다고 선언하는데 이는 정식 시리즈 열번째 작품인 [나를 사랑한 스파이, 1977]를 준비중이던 알버트 브로콜리와 이온 프로덕션에게는 악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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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은사장 - 2008/05/28 11:28
    고맙습니다.

    눈치채셨겠지만, [썬더볼]의 수익 얘기는 은사장님 블로그에서 슬쩍 업어온 내용입니다.

    좋은 정보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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