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5월 27일 화요일

인디4 리뷰: 존스 박사와 제작진을 위한 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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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토요일)에 [인디아나 존스: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 (이하 인디4)을 심야로 봤습니다.
조카가 애들을 데리고 있어준 덕분에 마눌님 및 okto98님 커플과 함께 넷이서 영화를 봤습니다.
(여담이지만, okto님의 여친은 참 예쁘십니다. okto님은 행운아인 것 같습니다)

사람들마다 호불호가 엇갈리는 영화지만, 저는 재미있게 봤습니다.
(오랜만에 애들을 집에 놔두고 봤기 때문에 홀가분했다는 것도 큰 이유같습니다)

이 영화의 단점들에 대해서는 수많은 블로그나 영화 평론 매체들에서 보실 수 있을 것이니 생략하고, 제가 이 영화를 좋게 생각하는 이유들을 적어보겠습니다.


아래의 글에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아직 안 보신 분들은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1. 80년대 구성의 귀환

1980년대에 비해서 1990년대 이후의 액션/어드벤처물의 주인공 캐릭터의 특성 중 하나는 성격이 비정해졌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변화를 주도한 캐릭터가 바로 제임스 본드입니다. 이 전의 터프가이들… 영화에서 2명 죽이면 많이 죽였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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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 우리가 친구아이가.

하지만, 1980년대의 영화들을 보면 주인공이 비정하기는 커녕, 주인공 옆에 있는 친구가 주인공을 배신하다가 죽을 위기에 처하고, 주인공은 끝까지 친구를 지켜주려고 하지만, 마지막에 개과천선한 친구는 그냥 죽음을 택하는 구성을 종종 볼 수 있었습니다.
즉, 주인공과 악당을 순수한 선과 악으로 구분해서 설정하는 것이죠.

오랜만에 이런 80년대식 구성을 볼 수 있었습니다.


2. 불필요한 디지털의 배제

개미떼 씬에서 CG가 좀 많이 사용되었습니다만, 이 장면을 제외하고는 CG가 눈에 거슬리는 장면이 없었습니다.
(개미떼는 존스의 패러디물인 [미이라]의 식인 딱정벌레를 다시 패러디했다는 느낌밖에는…)

※ 엔딩 무렵의 장면은 물론 몽땅 CG겠지만, 이걸 굳이 아날로그로 찍을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인디아나 존스를 디지털 기술로 떡칠하는 것은 또 한 편의 [007 어나더데이]를 보는 느낌일 것 같아 걱정했었거든요.

물론, 존스 박사의 대역 전문 스턴트맨인 빅 암스트롱이 스케쥴 관계로  빠진 관계로 존스 박사의 대역촬영분은 얼굴을 아예 안 보이도록 촬영했기 때문에 티가 좀 많이 납니다만… CG로 존스 박사를 그리는 것보단 차라리 대역을 통한 아날로그가 더 보기 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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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격 뿐만 아니라 얼굴도 포드 아저씨랑 상당히 닮은 빅 아저씨.


3. 기독교/유대인 만세 세계관 배제

기존 3부작에서 가장 거슬리는 부분은 동양 문화에 대한 비하기독교/유대인 만세 세계관입니다.
하지만, 인디4에서는 이 부분을 상당부분 제거하려고 한 흔적이 역력했습니다.

비록 예고편 및 영화의 앞부분에 미쿡 국기가 커다랗게 화면을 덮는 장면이 있지만, 다음 장면과의 연계를 생각해보면 미국 정부에 대한 냉소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고 보는 편이 자연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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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이후 이어지는 "I like Ike!"를 중심으로 하는 반공스러운 대사들은 은근히 미국 만세를 담고 있던 전작들과는 달리 냉전 시대의 이데올로기 대립을 비아냥거리기 위해 들어간 느낌이 들었습니다.
(물론, 너무 노골적이어서 전작들의 은근한 맛이 없어졌다는 문제가 큽니다만, 장점만 얘기하려고 합니다)

※ 이 대사는 "난 공산당이 싫어!"로 번역되었는데, 우리의 시대상황과 비교해서 보면 아주 적절한 번역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원주민들의 등장씬을 최소화하고, 문명인(특히 백인)이 그들을 속이거나 조종하는 내용이 없는 점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영화의 주된 소재에 대해서 X-File의 존스 버전이 아니냐하는 비판도 많은데 일부러 성경의 세계관을 버리면서도 초현실적인 내용을 담다보니 소재에 대한 선택의 폭이 좁아진 것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극장에서 무려 19년만에 보는 존스 박사는 반갑기 그지없었습니다.
고딩 때 인디3을 보고서 소설판을 한 권 사서 여러번 다시 읽었던 기억이 아직도 선합니다.
(소설판에는 -영화에는 없던- 성수를 마신 뒤 환상을 보는 장면이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이 영화를 보시고서 많이들 실망하신 것 같았습니다.
기대치를 요즘 영화를 보는 것보다 조금만 낮추고, 19년 전의 영화를 보는 것보다 조금만 높이면 훨씬 즐거운 감상이 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해봅니다.



덧. 극장에서 엔딩 크레딧을 다 보고 나왔습니다.
크레딧 말미에 "ASYLUM"이란 글자가 보였습니다.
왜 들어있을까요? 덜덜덜


   

댓글 24개:

  1. 기대치를 낮추고 봤음에도 대략 좌절인 이 심정은...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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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trackback from: 인디아나 존스: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 - 진부한 속편의 전형적 한계
    어드벤쳐 영화의 텍스트로서 군림해온 [인디아나 존스]가 무려 19년만에 드디어 네 번째 이야기를 들고 돌아왔다. '4편은 없다'던 스필버그가 마음을 바꿔 만든 [인디아나 존스: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은 명실공히 2008년 최대 기대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5월 22일 전세계 개봉과 함께 한국에서도 예매율 70%이상의 압도적인 수치를 기록하고 있는 만큼 이 작품의 거는 팬들의 기대가 정말 대단하다. 과연 돌아온 닥터 존스는 그 기대에 부응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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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페니웨이™ - 2008/05/27 13:13
    크레딧 말미에 있던 Asylum 보셨나요?

    왜 들어있는지 아직 모르겠습니다만… 두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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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trackback from: 어드벤처의 신화 인디아나 존스
    과거 어드벤처 영화의 대표작을 손꼽으라면 단연 '인디아나 존스' 였을 것이다. 1980년대에 이만한 스펙타클한 영화가 있었을까 생각이 들 정도로 그 당시엔 '닥터존스' 꽤 매력있는 캐릭터 였다.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 때 문방구에선 제조사도 모를 인디아나 존스 채찍이나 모자들이 판매까지 하곤 했었다. 그리고 그 유명한 음악....빰빠밤빠~ 빰빠바~ 가슴 설레는 음악까지 배우,영화,음악,감독 등 호흡이 꽤나 척척 맞지 않았는가... 그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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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행운아라... 아잉~ 왠지 뿌듯하네요^ㅇ^

    역시 블루님 날카로운 견해를 갖고 계시는군요. 저는 아무 생각없이 봤다는...

    저도 "공산당..."보고 웃었더랬죠ㅎㅎ 마지막에 바위 날아다니는 CG는 의외로 진짜 돌같아서(비록 CG라는걸 알고봐서 중립적이진 않지만) 역시 ILM이라는 생각이...

    저에게도 한가지 아쉬웠던점이 있다면 보스라고 할수있는 여자의 최후가 너무 간단했다는거정도... 그런식의 종말이 시리즈의 전통이랄수도 있지만 내심 아들놈이 없애줬으면 했다죠.

    잼있는글 잘봤습니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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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okto - 2008/05/27 13:53
    행운아죠. 정말로 ^^;;;

    악당 여자의 최후… 네. 아쉬웠습니다. 차라리 3편처럼 마지막에 하나의 퍼즐을 하나 더 등장시킨 뒤 그 퍼즐을 존스만 푸는 쪽으로 했으면 어땠을까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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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trackback from: 닥터 존스의 귀환... 인디아나 존스 :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Indiana Jones and the Kingdom of the Crystal Skull)
    경쾌하게 울려퍼지는 레이더스 마치가 스크린에서 다시 울려퍼지길 얼마나 기다렸던가... 19년의 세상을 넘어 스크린을 통해 마주한 그는 여전히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중절모와 채찍을 휘두르며 여전한 모습이었다. 시간강사 고고학 교수의 매력적인 모험... 19년 만에 찾아온 영화 인디아나 존스 :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Indiana Jones and the Kingdom of the Crystal Skull)는 딱 그런 느낌이었다. 참... 깊이있는 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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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케이트 블란쳇이 악당 여자로 치부되다니...ㅠㅠ 슬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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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페니웨이™ - 2008/05/27 13:13
    [optical=asylum]을 봤을만한 사람은 정말 극소수일 거에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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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okto - 2008/05/27 17:09
    못봤네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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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라디오키즈 - 2008/05/27 15:19
    하하하. 캐릭터가 그렇다보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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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페니웨이™ - 2008/05/27 13:13
    비쥬얼 이펙트를 asylum(이라는 회사)에서도 담당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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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페니웨이™ - 2008/05/27 13:13
    고맙습니다.

    혹시 그 회사가 [나는 오메가다], [B.C. 100만년]의 그 Asylum과 같은 회사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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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 trackback from: 미국에서 본 [인디아나 존스 4]
    미국내 관객들의 반응과 영화 정보, 개인적인 느낌을 중심으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 (7번항목을 제외하고는 특별한 스포일러성 내용은 없습니다) 전반적인 소감은 비록 전편들에 미치지는 못해도 시리즈의 명성에 부끄럽지 않은 작품이라는 것입니다. 다른 영화와 비교를 한다면 1990년 겨울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의 [대부 3]를 관람하고 나서 느낀 감상과 매우 유사하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네요. 영화 자체는 좋은데 이미 전설로 남은 전편들 때문에 뭔가 미흡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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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 잘 읽었습니다 ^^



    기독교적 세계관이 빠져서 특이했네요...이번 소재도 그리 나쁘진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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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 @은사장 - 2008/05/28 10:26
    전 개인적으로 재미있게 봤습니다만, 다른 분들의 평이 대체적으로 좀 부정적이더군요.



    오랜만에 존스 박사를 봤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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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 trackback from: [인디아나 존스 4]- 거부된 각본들
    오늘은 인디아나 존스 4편이 만들어지기까지 검토되었던 (하지만 채택되지는 않았던) 몇가지 각본에 대하여 검토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 1989년 시리즈 3편인 '최후의 성전'이 전세계적으로 대성공을 거두자 (미국 흥행 2위, 전세계 1위) 루카스-스필버그 콤비는 4편의 제작을 고려하기 시작합니다. 원래 1977년 두사람이 애초에 맺은 하와이 약속은 이 시리즈를 3편까지 만드는 것이었지만 스타워즈에 버금가는 인기 프랜차이즈로 성장한 인디아나 존스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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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 전 오늘 [나니아 연대기] 보고왔습니다.

    [인디아나 존스] 볼까 하다가 [나니아 연대기]가 시간이 더 빨라서...^^;;

    다음주에 [인디아나 존스] 보러 가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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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 @회색코끼리 - 2008/05/30 03:22
    재미있으셨으면 리뷰 부탁드려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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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 크리스털 해골에 관한 이야기가 있네요. 이런거 좋아하실것 같아서 링크 남겨요~

    http://diarix.tistory.com/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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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 @okto - 2008/06/10 23:59
    고맙습니다. 잘 읽겠습니다.

    덧. 오늘 [강철중] 시사회 갑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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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 @BLUEnLIVE - 2008/06/11 10:16
    ㅠㅠ(턱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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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 @okto - 2008/06/10 23:59
    페니웨이( http://pennyway.net )님께서 구하신 시사회 티켓으로 같이 가자고 하셔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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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 @okto - 2008/06/10 23:59
    [공공의적1-1]시사회( http://zoc.kr/377 )에 간단한 시사회 후기 적었습니다.

    워낙 간단하게 적었지만 그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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