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월 3일 토요일

[카지노 로얄] vs [퀀텀 오브 솔러스] 이미지 구축 성공과 실패

오랜만에 적어보는 007 포스팅이군요.

1. [카지노 로얄]

[골든아이]와 [카지노 로얄]을 연출한 마틴 캠벨은 영리한 감독입니다.
주인공의 캐릭터를 명확하게 표현하는 방법을 알고 있거든요.

You shot him in the leg, you stole his car, you took his girl.

[골든아이]에서 주코프스키에 대해 CIA 요원 잭 웨이드와 대화하는 장면에 이런 얘기가 나옵니다.

You shot him in the leg, you stole his car, you took his girl.
(냉전 당시에) 자네가 그의 다리를 쏘았고, 차를 훔쳤으며, 여자를 뺏았단거군.

이 대사의 의미는 이런 겁니다.
제임스 본드는 옛날엔 무척 터프하고 나쁜 놈이었는데, 지금은 속으로 감추고 착한 척 한다는 거죠.

터프한 모습이 잘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피어스 브로스넌을 은근 터프해보이도록 슬쩍 띄워주는 대사인 겁니다.


11년 뒤에 그는 [카지노 로얄]을 감독하면서 이 "나쁜 놈" 캐릭터를 실제로 보여줍니다.
이 작품에선 제임스 본드는 아직은 무척 터프하고 나쁜 놈이니까요.
다시 말해 이 드미트리오스라는 캐릭터는 주코프스키의 오마주인 것입니다.
(세상에나, 자기가 만든 작품을 오마주하다니...)

하지만, 이 장면은 워낙 사실적으로 그려져있어 오마주라는 느낌이 잘 들지 않고 그럴싸하게 표현되었습니다.

그와 포커를 치기 전에 바에서 술을 주문하는 장면에서도 이 "나쁜 놈" 캐릭터는 명확하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저기... 제 술... 쿨럭... / 뭐야 십라~

본드는 자기가 주문한 술이 아니라 먼저 앉아있던 손님에게 나온 술을 들고 가버립니다.
"Guten Abend!"라고 독일어로 인사하면서 말이죠.



2. [퀀텀 오브 솔러스]

그런데, [퀀텀 오브 솔러스]에선 캐릭터를 이렇게 강렬하게 표현하는 장면이 거의 없습니다.
[퀀텀 오브 솔러스]에서는 액션 장면이 총 8번 등장하는데, 이 중 이런 식으로 성격을 보여주는 액션 시퀀스딱 한 번입니다.
바로 르네 마티스를 죽게만든 경찰청장을 쏘는 장면입니다.

You and I have a mutual friend!

이 장면은 이 영화 전체에서 유일하게 본드의 캐릭터를 보여주는 액션 시퀀스입니다.
(이외엔 캐릭터를 보여주면 액션이 없고, 액션 장면에선 캐릭터를 보여주지 않습니다)

문제는 이 영화는 스토리와 플롯마저도 희생하면서까지 (무자비한 복수의 화신에서 냉정한 스파이로 변해가는) 제임스 본드의 캐릭터만을 염두에 둔 영화라는 것입니다.
(플롯을 무시한채 본드만을 보면, 초반에는 아무나 닥치는대로 죽여가다가 후반에 가면 생사여부를 고민하고, 죽일 놈만 죽인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심경을 표현해주는 드라마와 액션이 제대로 배치되지 않아, 본드의 성격이 어떻게 변해갔는가를 제대로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그렇게 진행되다 혼을 빼버리는 것은 바로 이 장면입니다.

두둥~ (응?)

이 장면에서 감독이 뭘 생각했는지를 정확하는 알 수 없습니다만, 아마도 "오~ 슬픔의 퀀텀이여..." 정도의 느낌을 주려고 한 것이 아닐까합니다.

solace  [미] [sɑ́ləs] [영] [sɔl-]

  • 명사

    1. U 위안, 위로 (⇒ comfort 유의어)
      find[take] solace in …을 위안으로 삼다
    2. [a ~] 위안이 되는 것 《to》

어쩌면, 마지막 장면에서 제목이 등장함으로써 관객들에게 헤드샷을 날렸던 어떤 영화 한 편을 따라한 것 같기도 한데...

그 어떤 영화 보기...


그런 임팩트 따윈 찾아볼 수 없고, 허무한 느낌에 앞서, "저 제목이 무슨 뜻일까?"하는 멍때리는 생각이 드는 것은 뭔지...



댓글 5개:

  1. 골든아이와 카지노로얄이 같은 감독이었군요. 두편 다 재밌게 봤는데 정말 유능한 감독이었군요. QoS는 처음엔 그냥 불만이었지만 지금에 와서는 아주 훌륭한 작품이 될수도 있었을거란 아쉬움이 생기네요. 만들다 만 듯한 느낌 떄문에 다음편이 나올것 같기도 하고 또 나와줬으면 하는 생각도 있지만, 전편을 수습하기 위한 후속편이이라면 그냥 리셋하는게 나을것 같기도 합니다. 슈마허→놀란의 성공사례(?)도 있고요;; 무엇보다 배우가 너무 아깝다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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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okto - 2009/01/04 12:23
    작품에 대한 평가와는 무관하게 크레이그는 [QoS]로 확실하게 이미지를 각인시켰다능~



    솔직히 배우는 전혀 아깝지 않다능.

    코너리를 가볍게 능가하는 터프함에 덧붙여 안정적인 연기력까지 보여줘버렸다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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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BLUEnLIVE - 2009/01/04 15:27
    배우가 아깝다는 말은 그러니까... 음...수습을 위한 속편이 나올경우 아까울 거라능... 물론 안그러겠지만 시리즈가 워낙 전통이 있다보니 은근히 걱정도 되네요.

    다니엘에 5편인가 계약했다고 들었는데 벌써 두편이나 출연했잖아요. <QoS>는 배우가 잘해준것만큼 관객에게 만족을 주지는 못했던것 같아서 남은 세편은 제발 빵빵 터뜨려줬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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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뜬금없지만 오타지적으로 새해인사를 대신합니다.

    독일어로 저녁인사는 Guten Abend!입니다.

    Quantum of Solace는 독일에서는 Quantum Trost라는 제목으로 개봉하였습니다. Trost는 Solace의 독일어이지요.

    새해인사는 Frohes neues Jah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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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jvm - 2009/01/05 07:07
    고맙습니다.



    Who so serious?, Gutan Abend! ...

    계속 외국어에 오타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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