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히 알려진대로 그래픽은 혁명이었다. 판도라 행성 장면들은 CG라는 생각을 여러번 잊어버렸다. 마치 나비족 사람을 어디에선가 섭외해서 찍은 것 같았다.
심야인지라 들어가기 전에 카페인 충전!
워낙에 ㅎㄷㄷ한 수준의 그래픽에 충격을 먹은 상태라 복잡한 리뷰는 패스하고 단상 위주로 정리함.
1. 그래픽
이건 뭐 말이 필요 없다. 클라이막스 비행선 전투씬에서 [스타워즈 에피소드3]의 도입부 우주 전투 씬이 마치 드라마 [아이리스]의 시가전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눈이 튀어나오는 경험이란 게 바로 이런 것이었다.
2. 주인공은?
샘 워딩턴이 연기한 제이크 설리는 실제적으로 주인공이 아니다. 주인공은 판도라 행성 그 자체다.
제이크 설리는 (영화의 내용 그대로) 행성의 수많은 생명체 중 하나일 뿐이다. 지구와는 전혀 다른 생명체들 뿐만 아니라 지구와는 다른 물리법칙이 존재하는 행성 그 자체가 진정한 주인공이다.
그리고,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이 주인공을 지구인이 공격한다.
3. 플롯이 단순한 게 단점이라고?
이 영화의 주된 배경은 (실질적인 영화의 주인공인) 판도라 행성이다. 이 행성은 지구와는 전혀 다른 세상이다.
이런 환경에서 복잡한 플롯이 등장한다면 (지금까지의 카메론 영화와는 다른) 한번에 이해가 되지 않는 불친절한 영화가 될 것이다.
이 영화에서 플롯이 단순하다는 점은 장점이다. 플롯이 단순하고 명쾌하기 때문에 굉장히 낯선 판도라 행성의 환경을 관객들이 부담 없이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4. 제이크 설리의 머리카락 길이는 생각의 변화를 의미함
샘 워딩턴이 연기한 제이크는 (익히 알려진 바와 같이) 전직 해병대원이다. 도입부에서 쿼리츠 대령과 제이크는 머리카락 길이가 거의 같으며, 생각도 비슷하다. (그냥 무식한 해병... ㅋㅋ)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의 생각이 바뀌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머리카락도 길어진다. (머리 길이 역시 영화 진행에 맞춰 길어지는 걸 보면 배우들을 어디까지 두들겨잡았는지가 눈에 선하다)
그리고, 나비족일 때의 그는 장발이다.
덧. 영화 [아바타]에 대해 '억' 소리 나는 볼거리…'싼티' 나는 아이디어라는 기사(?)가 한겨레에 올라왔다. 여기저기서 짜집기했다며 플롯에 대해 다른 영화들의 제목을 거론하는데, 그냥 이런저런 거 좀 봤다고 자랑하는 글일 뿐이다.
그 기자가 기억이 안 나는 것 같은데, (그 전설적이었고 혁명적이었던) [터미네이터2]는 '미래에서 온 로봇과 어린이가 친구가 된다'라는 '싼티 나는 아이디어'였고, (도저히 흥행을 깨뜨릴 수도 없는) [타이타닉]은 '침몰하는 거대한 배에서 남녀가 사랑에 빠지고, 남자의 희생으로 여자는 산다'라는 '싼티 나는 아이디어'였다.
게다가, 거대로봇에 사람이 타는 얘기는 (아마도 기자가 어려서 잘 모르는 듯한데, 역시 혁명적이고... 또 뭐 있나...?) [에어리언2]에서 제대로 보여줬으며, 카메론 감독의 첫 작품인 [제노제네시스]에서 자신이 구현했던 장면이다. 그런데, 개념이 좀 다른 [아이언 맨]을 굳이 비교하는 싸구려틱한 개념은 뭔지...
[터미네이터: 미래전쟁의 시작] 개봉에 즈음해서 예전에 올렸던 포스트를 약간 손봐서 다시 올립니다
[Terminator 2]는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역량을 보여주는 엄청난 작품이었습니다. 극장에 개봉된 내용만으로도 엄청난 화제가 되었고, 내용 면에서나 기술 면에서나 엄청난 완성도를 자랑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꽤 알려진 사실이지만) [T2]는 두 가지 버전이 존재합니다. 극장판과 확장판인데, 입소문을 많이 탔음에도 불구하고, 확장판은 아는 사람만 아는 버전이 되어버렸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극장판 일부가 삭제되는 바람에 극장판을 확장판으로 오해하는 분도 있습니다)
확장판에서 추가된 장면은 (Future Coda라고 불리는 엔딩 장면을 제외하고) 9 장면입니다. (엔딩 장면으로는 두 가지 버전이 제작됐는데, 이 중 선택되지 않은 쪽이 확장판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추가된 각 장면은, 전체의 흐름을 더 자연스럽게 하거나, 두 터미네이터들의 약점을 비추는 장면들입니다.
카일리스(마이클 빈 분)가 특별출연하는 장면입니다. 아쉽게도 극장에서는 그의 얼굴을 볼 수 없었지만, 역시 [터미네이터] 시리즈에서 사라 코너의 연인은 카일 리스밖에 없습니다! (이런 면에서 [사라 코너 연대기]에서 사라 코너의 동거남 설정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극장판에서는 어느 시점에서부턴가 갑자기 터미네이터가 사람 말투를 배우고 따라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정확히는 차 안에서 Hasta la vista 같은 속어를 존 코너에게 배우는 장면)
그럼 그 전에는 왜 그런 모습을 단 한번도 보이지 않았을까요?
터미네이터 몸에서 총알을 빼는 장면의 극장판 대사는 이것입니다. "내 CPU는 신경망 프로세서다. 접촉이 많을수록 많이 배운다" 하지만, 확장판의 대사를 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내 CPU는 신경망 프로세서다. 하지만, 스카이넷이 과거로 보낼 때는 읽기전용 모드로 세팅한다" 네, 그래서 이 CPU를 쓰기 가능 모드로 전환하는 장면이 이 장면입니다.
한편, 이 장면에서 존은 단순한 어린이로서의 모습이 아닌, 뚜렷한 주관을 갖는 미래 지도자로서의 잠재력을 보여줍니다.
더불어, 이 장면은 순수 아날로그 촬영기법을 사용해서 만들어진 멋진 장면입니다. 보면 볼수록 이 장면을 촬영한 기술진의 실력이 놀랍습니다.
7번과 마찬가지의 의미를 갖는 장면입니다. 극장판에는 이 동영상의 앞부분(크롬 형태로 스캔하는 장면)만 들어있습니다. 극장에서 볼 때 저 뜬금 없는 장면이 다소 의아했었는데, 뒷부분까지 보고 나서 이해가 됐습니다. (극장판에서도 저 장면은 열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을 표현하는 장면이었습니다)
[터미네이터: 미래전쟁의 시작] 개봉에 즈음해서 예전에 올렸던 포스트를 약간 손봐서 다시 올립니다
데자뷰 [deja vu] 처음 가본 곳인데 이전에 와본 적이 있다고 느끼거나 처음 하는 일을 전에 똑같은 일을 한 것처럼 느끼는 것. 또는, 자신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이나 주변의 환경이 마치 이전에 경험한 듯하게 느끼는 것. 대부분 꿈속에서 본 적이 있는 것 같다고 말함.
[터미네이터 3 : Rise of the Machines]는 전작인 [T1], [T2]에 비해 흥행 면에서 성공하지도 못하였고, 관객들의 평도 좋지 않았습니다. 존 코너 역을 맡았던 닉 스탈의 외모가 전혀 지도자답지도 않았을 뿐더러 (혹자는 특정 동물에게 비교하기도 했죠) 카리스마를 보여주지도 못했던 것이 원인이라고도 하지만, 전작과의 연계성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거나 전작에서 보여준 설정을 전혀 업그레이드하지 못한 것이 주원인입니다.
게다가 영화 자체의 설정 오류나 어설픈 코미디, 억지스러운 전작과의 연계성 등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나열하면 끝도 없습니다.
특히, 터미네이터가 배터리 2개(하나는 예비)로 동작하는데, 둘 다 빼도 정상동작하는 장면이나 사라 코너도 나오지 않는 마당에 굳이 실버만 박사가 묘지씬에 등장(이 사람은 심리학자입니다…)하는 장면들은 실소를 자아내기에 충분한 장면들이었습니다.
투입된 예산과 영화의 수익만을 비교하면 T3는 1억 7천만달러를 투입해서 4억 3,305만 달러를 벌어들였으니(2.5배) 결코 실패한 영화는 아닙니다. 하지만, [T1]은 640만 달러 투입으로 7,800만 달러를 벌어들였으며(12배가 넘는 수익입니다), [T2]가 1억 달러를 투입해서 5억 1,681만 달러를 벌어들였고(5배밖에 되지 않습니다 ^^;;;), CG와 SFX를 전면에 내세운 영화의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던 것에 비해, 이름값을 못한 완성도와 관객들의 악평을 생각해보면 실패에 가깝습니다.
터미네이터가 타임머신을 타고 오는 장면을 보면 트럭 옆에서 종이들이 깔려있고, 캔과 종이컵이 보입니다. 두 영화 모두 말이죠. 이건 우연히 들어간 장면이 아닙니다. 자연스럽게 속편이라는 느낌을 주기 위해서 철저하게 계산된 장면입니다. 그리고, [T2]에서 캘리포니아 주지사님이 등장하는 장면 역시 [T1]의 장면을 업그레이드한 장면입니다. 땅이 좀 파였다는 것을 제외하면 [T1]의 느낌이 고급스러워졌을 뿐입니다. 특히, 트럭 옆이 동그랗게 잘린 장면은 정말 멋있습니다.
[T3]에서는 유리통에, 악마의 별(오각형별 주변에 동그라미)까지, 쓸데 없는 비주얼에만 신경을 썼죠.
2. 개가 터미네이터를 보고 짖음
[T1]에서 카일 리스의 얘기에서도 나오지만, 개는 터미네이터를 알아보고 짖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보여주는 장면이 [T1]과 [T2]에 모두 등장합니다.
파괴자와 구원자가 처음 만나는 장면을 보면 연계성이 확연히 드러납니다. 파괴자는 권총을 사용하고, 구원자는 샷건을 사용합니다. (구원자의 첫 무기가 더 강한 것은 초반에 누가 누구인지 약간 헷갈리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리고, 양쪽 모두 파괴자의 첫발은 구원자의 샷건때문에 빗나갑니다. 샷건을 여러발 맞은 파괴자는 쓰러지는 듯 보이지만, 즉시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일어납니다.
4. 목표물 대신 죽는 희생자
3번 장면에 이어서 목표물 바로 뒤에서 대신 죽는 목표물과 같은 성별의 피해자가 있습니다. 특히, [T2]에서는 굳이 등장할 필요가 없는 피해자인데, 들어있는 이유는 역시 의도적으로 연계성을 보이기 위함입니다. (우리나라 VHS에서는 이 장면이 삭제되어 있습니다)
5. 주지사님 등으로 유리창 깸 / Come with me if you want to live
I'll be back만이 [T1]/[T2]에서 계속 등장하는 대사가 아닙니다. I'll be back은 영화 광고 덕분에 더 유명한 대사이기는 하지만, Come with me if you want to live가 [T2]에서 처음으로 차용된 [T1]의 대사입니다. 물론, 등으로 떨어져서 유리창을 깨는 장면도 그대로입니다. 카메론 감독은 영화를 촬영할 때 좌우 방향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왼쪽으로 등을 대고 깬다는 점도 그대로입니다. 참고로, [T2]에서 T-1000은 주지사님을 집어던진 다음에 자기랑 비슷한 조각품을 째려봅니다.
6. 차 유리 파손
터미네이터가 차에 매달려서 표적을 죽이려고 뒷유리를 손으로 깨는 장면입니다. [T1]에서는 차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후진하고, 터미네이터가 오른손으로 앞유리를 깹니다. [T2]에서는 차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달리고, 터미네이터가 오른손으로 뒷유리를 깹니다. (카메론 감독은 좌우 방향에 엄청나게 민감하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재미있습니다)
7. 머리 부딪쳐 기절하는 경찰
주지사 님의 한 방으로 머리를 부딪쳐 기절하는 경찰이 있습니다. ([T1]에서는 죽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
8. 경찰차 타고 등장
[T1]에서 경찰차를 뺏아탄 터미네이터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등장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T2]에서는 아예 이 장면을 업그레이드해서 경찰 제복을 입고(?) 나옵니다.
[T1]에서 심리학 전문가로 등장해서 카일 리스를 조사하던 실버만 박사는 이 비디오를 통해 자기의 캐리어를 쌓을 수 있을 것이라고 (즉,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좋아합니다.
결국, 그는 [T2]에서는 성공한 모습으로 나옵니다. 정신병원의 원장으로 나오고, 뒤에는 그에게 배우는 학생들이 줄줄 따라옵니다. 물론, 카일 리스와 동일한 증상(일반 과대망상증 환자와 다르게 앞뒤가 딱 맞는 내용을 똑같이 주장하는 정신병)을 보이는 사라 코너도 자기 병원 소속(?)입니다.
무시무시한 화면 덕분에 5번의 Come with me if you want to live에 비해 Get out!은 많이 알려진 대사입니다. [T1]에서는 무시무시한 기계 괴물이 꺼지라(Get out!)고 하고, [T2]에서는 느믈느믈한 액체 괴물이 꺼지라(Get out!)고 합니다.
이 장면은 대사 외에도 왼쪽, 오른쪽의 방향성 역시 눈여겨볼만 합니다. [T1]에서는 T-800이 왼쪽 문으로 들어오고 운전사는 오른쪽 문으로 나갑니다. [T2]에서는 T-1000이 왼쪽 창을 깨고 들어오고 조종사가 오른쪽 문으로 뛰어내립니다.
[T1]에서는 관객들을 뒤집어지게 만들었던 장면입니다. 이 무렵에는 우리나라 극장이 좌석제가 아니었습니다. (이런 시스템을 open seat이라고 합니다) 그 때는 영화 끝나고 일찍 나가지 않으면 인파에 밀려 빨리 나가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영화가 끝나면 조금이라도 빨리 나가기 위해서 이 장면에서 많이들 나갔습니다. 음악도 끝나는 음악이고, 터미네이터가 타죽는 장면도 근접 샷으로 오래 보여줬으니까요…
하지만, 터미네이터의 공포는 여기서 다시 시작하죠. 극장에서 나갔다가 다시 들어온 사람들 많았습니다. 결국, 영화는 마지막 5분이 중요하다는 유행어 아닌 유행어를 만드는 장면이 되었습니다.
[T2]에서는 트럭이 터지는 장면을 상당히 초반에 보여줍니다. 그리고, T-800은 앤도 스켈리톤(기계골격)만 남아서 쫓아왔던 것에 비해, T-1000은 다림질 하나 구겨지지 않은 칼같은 모습을 보여줘서 업그레이드란 무엇인가를 보여줬습니다.
엄밀하게 말하면 [T2]에선 허리를 공격당하는 장면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 장면과 [T1]의 장면을 비교해보면 한 가지 명확한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T-800은 허리를 잘 공격하면 약해질 수도 있지만, T-1000은 소용없다는 거… 그런 특성을 보이기 위해서 집어넣은 장면입니다.
사라코너는 [T1]과 [T2] 모두 터미네이터와 싸우면서 다리를 심하게 다칩니다. [T1]에서는 왼쪽 다리에 관통상을, [T2]에서는 오른쪽 다리에 총상을 입습니다.
14. [T1]에서 남은 부속 덕분에 터미네이터 개발이 앞당겨짐
[Terminator]
[Terminator 2]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재치를 보여주는 구성 중 하나입니다. [T1]에서 터미네이터를 완전히 파괴해서 터미네이터가 부활할 여지가 없을 것처럼 만들었지만, 남은 부속(한 쪽 팔과 머리 속에 남아있는 CPU)을 가지고 연구해서 개발이 더 빨라지고, 이로 인해 T-1000같은 고급형 제품이 나오게 되었다는 설정은 그의 아이디어와 재치를 보여줍니다.
그는 1986년에 [Alien]의 설정을 기반으로 [Aliens](에어리언 2편)을 촬영하면서 다시 한 번 이 재치를 보여줍니다. [Alien]을 보면 도저히 속편이 나올 수 없을 것 같이 끝났거든요…
더불어, 이 면에서 [T3]의 갑갑한 점 중 하나는 [T2]에서 모든 공장을 파괴했는데, 어떻게 더 업그레이드된 터미네이터가 오게되었는가 하는 설명이 전무하다는 것입니다. 그냥 나노기술이 좀 뜨는 것 같으니까 나노기술을 활용한 터미네이터(T-X)가 등장한다는 아이디어는 도대체 누구 아이디어인지 모르겠습니다.
※ [T1]의 허리 폭파 씬에서 다리 한 쪽도 남아있는 것이 보입니다만, [T2]에서 이 다리는 등장하지 않습니다.
[T1]-[T2] 간의 연계성과 이로 인해 속편이 확실하다는 강한 인상을 준 것이 [T2] 성공의 한 축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T3]가 실패한 이유가 설정 등등의 문제 외에도 관객들에게 [T2]의 속편인 [Terminator 3]라는 강한 인상을 전혀 심어주지 못했다는 점도 실패의 큰 요인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