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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2월 8일 월요일

영화속 제임스 본드의 외국어 구사능력

소설 속 제임스 본드는 영어 외에도 프랑스어와 독일어를 자연스럽게 구사하는 것으로 나옵니다.
(주로 1950년대에 집필되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영화화된 이후 시간이 흐르면서 제임스 본드가 구사할 줄 아는 외국어는 점차 변하고 발전했습니다.

영화 속 제임스 본드는 어떠한 외국어를 사용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1. 일본어: [두번산다]


영화 속에서 실제로 일본어를 구사하는 장면은 없습니다.
하지만, 일본으로 파견되기 전에 머니페니가 일본어 교범을 주자 "나 옥스포드에서 동양 어학을 공부했삼"이라며 교범을 반납합니다.
(근데, 그 놈의 동양 어학(oriental languages)은 뭔지… ㅡㅡ+)


2. 이집트어: [나를 사랑한 스파이]


이집트에서 본드가 트리플 엑스에게 마이크로 필름을 뺏긴 후 그녀의 행처를 사공에게 물어볼 때 이집트어를 사용합니다.


3. 그리스어: [유어아이즈온리]


멜리나의 시트로앵으로 카체이싱을 하다 엔진이 꺼지는 절체절명의 상황이 발생합니다.
본드는 사람들에게 차를 밀라고 그리스어로 얘기합니다.
또, 콜롬보랑 술을 마실 때는 그리스어로 건배를 하기도 합니다.


4. 스페인어: [옥토퍼시]


오프닝에서 본드는 쿠바 육군의 토로 대령으로 위장해서 잠입합니다.
이 때 쿠바군에게 스페인어로 얘기하는 장면이 잠깐 나옵니다. (쿠바는 스페인어를 씁니다)


5. 독일어: [옥토퍼시]


본드가 동독에서 폭탄을 쫓아가는 중에 차를 히치하이크 하거나 공중전화에서 독일인과 실랑이를 벌입니다.
이 때 독일어를 유창하게 사용합니다.


6. 프랑스어: [뷰투어킬]


파리에서 프랑스 사설탐정인 오버진과 식사 하면서 오버진이 주문한 요리에 대해 본드가 얘기하는 장면이 있는데,
둘의 대화를 보면 본드가 프랑스어를 정확히 이해한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7. 아프간어: [리빙데이라이트]

Bond: Khaista
Kara: What does that mean?
Bond: It means beautiful in Afghan.

카라에게 '카이스타'라고 말하고 아프간어로 아름답다란 뜻이란 얘기를 해줍니다.
그런데, 이 부분은 좀 하자가 있는 장면입니다.

아프가니스탄에는 파슈토(Pashto)어와 다리(Dari)어라는 2개의 공용어가 있습니다.
(아마도 카이스타란 단어는 파슈토 단어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Afgan나라의 이름일 뿐, 그 언어를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이 표현은 정확히 사용하려면 "It means beautiful in Pashto"가 되어야 합니다.


8. 러시아어: [리빙데이라이트], [골든아이], [언리미티드]


제임스 본드는 냉전 시대에 소련과 싸우던 스파이였지만, 정작 러시아어를 사용하는 모습은 냉전이 끝날 무렵에야 보여줍니다.
게다가 러시아는 냉전이 끝난 직후인 [골든아이]에서야 갑니다.

[리빙데이라이트]에서는 "Smiert Spionom"을 해석해주는 장면 및 경찰 주파수를 감정하는 장면에서, [골든아이]에서는 006이 러시아어로 장난치는 장면에서 각각 러시아어를 이해하는 장면을 보여줍니다.

"Smiert Spionom" 이란...


그리고, [언리미티드]에서는 크리스마스 존스 박사가 그를 시험하는 장면에서 능숙한 러시아어를 사용하며, 러시아인으로 위장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9. 덴마크어: [네버다이]


중국과 영국은 전쟁 일보직전으로 가고 MI6에서는 제임스 본드를 호출하는데, 본드는 덴마크어 교수님과 덴마크어로 능숙하게 대화를 나누며 숙면을 취하시고 있습니다.


2008년 10월 30일 목요일

[퀀텀 오브 솔러스] 소설 vs 영화 차이점 007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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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BLUEnLIVE
편집 및 감수: 페니웨이™

이 포스팅은 영화 [퀀텀 오브 솔러스]의 개봉을 기다리며 페니웨이™ 님과 함께 팀블로깅을 목적으로 쓴 글입니다.
팀블로깅을 흔쾌히 허락해주신 페니웨이™ 님께 감사드립니다.


이제 영화 [퀀텀 오브 솔러스]의 개봉이 한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소설 <퀀텀 오브 솔러스>는 단편집 <For Your Eyes Only>의 세번째 에피소드로서, 이 책은 1959년집필되어, 1960년에 첫출간되었습니다.
따라서, 올해 (2008년)는 이 책이 집필된지 50년째 되는 해입니다.

[퀀텀 오브 솔러스]는 소설에서 제목을 가져왔지만, 소설과는 무관한데, 원작은 스파이 소설이 아닙니다.
또한, 이 영화는 [나를 사랑한 스파이]와 더불어 소설에서 제목만 가져오고 내용은 하나도 가져오지 않은 거의 유일 경우인데, 소설 <나를 사랑한 스파이> 역시 스파이 소설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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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onathan Cape. All Rights Reserved

단편집 <유어아이즈온리>의 표지와 목차. <뷰투어킬>, <퀀텀 오브 솔러스> 등 낯익은 제목이 보입니다

소설 <퀀텀 오브 솔러스>와 영화 [퀀텀 오브 솔러스]는 줄거리와 장르를 포함하여 모든 분야에서 상당히 다른 작품입니다. 둘의 차이를 나열해보겠습니다.


1. 줄거리

장르가 다르다보니 줄거리가 같을 수가 없습니다. 소설은 임무를 마치고 귀환 중에 남의 러브스토리를 듣는 이야기지만, 영화는 죽은 연인의 복수입니다.

소설 : 007은 쿠바에서의 임무를 마치고 귀환하던 중에 (영화 [카지노 로얄]의 초반 배경인) 바하마 낫소에 들린다. 여기서 사교계 명사들의 파티에 참가하고는 지루함을 느끼던 중 늙은 총독이 해주는 한 공무원과 항공기 여승무원과의 비극적인 러브스토리를 듣는다. 이 얘기를 들은 007은 때론 스파이 임무보다 사람들의 평범한 일생이 더욱 드라마틱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영화 : [카지노 로얄]에서 비극적인 죽음을 맞은 연인 베스퍼의 복수에 나서는 본드. 진실을 밝히기 위해 본드와 M은 미스터 화이트를 심문하는데, 그 과정에서 베스퍼를 협박했던 조직이 예상보다 훨씬 복잡하고 위험한 조직이라는 것을 알게된다.

비밀에 쌓인 이 조직의 수뇌인 도미닉 그린은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천연 자원을 독점하기 위해 망명 중인 메드라노 장군과 계략을 꾸미고 있다. 이 과정에서 본드는 Mi6의 요원인 필즈와 도미닉에 대한 복수심에 불타는 여성 카밀를 만나게 된다. 배신, 살인과 기만이 난무하는 가운데, 진실을 밝히기 위해 옛 동료들과 합세한 본드. 베스퍼의 배신에 책임이 있는 자를 찾아 내기 위해, 본드는 CIA, 테러범, 그리고 심지어 M보다 한발 앞서 도미닉의 사악한 계책을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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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A Corporation, Columbia Pictures Industries. All Rights Reserved

[퀀텀 오브 솔러스] 시작 1시간 전 장면


2. Quantum of Solace의 뜻

제목인 Quantum of Solace라는 표현 자체의 의미마저도 소설과 영화는 차이가 있습니다.

소설 : "The amount of comfort when the other person not only makes you feel insecure
but actually seems to want to destroy you, it’s obviously the end. The Quantum of Solace stands at zero."


편안하게 느껴지는 정도(합계)를 의미함. 누군가가 자신을 불편하게 만드는 것을 넘어, 완전히 파괴하려고 할 때의 Quantum of Solace가 0임.

※ 편집자 주: 뜻이 애매한 듯 하여 풀이를 하자면, 이언 플레밍의 단편소설 <Quantum of Solace>에서는 사랑이 지속되기 위하여 필요한 수치(편안함, 인간애, 동료애를 포함)의 합계가 Quantum of Solace라고 정의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말해 Quantum of Solace가 "0"이라면 사랑이 죽어버렸다는 의미다.

영화(다니엘 크레이그) : "This title is meant to confuse a little.
It debates relationships and how they hurt and how people can be hurt.
If you are not respecting each other - it's over, and at the end of the last movie Bond doesn't have that because his girlfriend has been killed."


제목이 다소 혼란스러운 것은 사실이지만, 두 사람 사이에서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정도를 의미하며, 서로를 존중하지 않으면 끝장이란 의미임.

전작 [카지노 로얄]의 끝부분에서 본드는 이것이 전혀 없는데, 여자친구가 죽음을 맞이했기 때문임. (또한, 본드가 싸우는 범죄조직의 이름도 퀀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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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커다란 차이 외에도 둘의 세부적인 차이는 아래와 같습니다.


3. 장르

<퀀텀 오브 솔러스>는 제임스 본드가 타인의 연애담을 듣는 것이 주인 서머셋 모옴 스타일의 소설입니다.

영화 [퀀텀 오브 솔러스]는 상당한 수준의 액션과 복수가 주를 이루는 터프한 스파이 액션물입니다.


4. 다른 작품과의 연계성 및 시간적 배경

소설 <퀀텀 오브 솔러스>의 시간적 배경은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쿠바에서의 임무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인데, 플레밍의 원작 중에 쿠바에서 수행하는 임무는 없습니다.

영화 [퀀텀 오브 솔러스]는 [카지노 로얄] 1시간 후에서 시작됩니다. 살인면허를 발급받은지 얼마 되지 않은 신출내기 007이 계속되는 것입니다.

※ 소설은 쿠바에서 독립적인 임무를 완수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영화에 비해 뒷시간이라 추측됩니다.


5. 공간적 배경

소설 <퀀텀 오브 솔러스>의 공간적 배경은 [썬더볼]의 배경으로도 유명한 휴양지 나소입니다.

영화 [퀀텀 오브 솔러스]는 멕시코나 바하마, 볼리비아 등의 남미 쪽이 배경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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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지노 로얄]의 배경은 [썬더볼]의 배경이기도 했던 바하마 나소입니다


6. 주인공

소설 <퀀텀 오브 솔러스>는 필립 메이터스가 주인공입니다. 그의 얘기를 사람들이 듣는 내용이고, 본드도 청중 중 한 명일 뿐입니다.

영화 [퀀텀 오브 솔러스]의 주인공은 물론 제임스 본드입니다.



7. 주변인물

소설 <퀀텀 오브 솔러스>는 필립 메이터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주 내용이라 별 주변인물이 없습니다.

영화 [퀀텀 오브 솔러스]엔 M은 물론, 본드걸 카밀, 악당 도미니크 그린과 수많은 주변인물이 나옵니다.
게다가 원작 소설에서 친구로 나오던 르네 마티스도 드디어(!) 누명을 벗고 등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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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로 회귀한다면 르네 마티스가 배신자일 수 없습니다. 그는 <위기일발>에서 본드를 구한 친구입니다.


8. 그 밖에 영화에 관한 사항

  1. 영화는 2시간이 조금 못되는 러닝타임을 기록할 듯. (지금까지 가장 짧은 러닝타임을 보여준 작품은 1997년작 [네버 다이]로 119분 입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다니엘 크레이그가 처음 제임스 본드 역을 맡았던 [카지노 로얄]의 경우 144분으로 시리즈 중 가장 긴 러닝타임을 보여줍니다.)

  2. 마크 포스터 감독이 추구한 [퀀텀 오브 솔러스]의 컨셉은 1960~70년대 007 무비로의 회귀이며, 전체적인 분위기는 켄 아담이 미술감독을 맡은 [살인번호]와 [골드핑거]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합니다. 아마도 [퀀텀 오브 솔러스]에서는 이런 예전 영화들의 고전적 세트 분위기를 만끽할 것으로 보입니다.

  3. 영화 시작후 1시간 동안 모든(almost too much) 액션들이 몰아쳐 나온다는 정보가 있습니다. 이는 예고편의 풍부한 액션씬이 전반부에 집중되어 있고 후반부는 보다 드라마에 치우쳤던 전작 [카지노 로열]과도 흡사한 양상을 띄게 될 것 같습니다.

※ 007과 관련된 모든 책표지,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Jonathan Cape, Columbia Pictures Industries의 소유임을 알립니다.


2008년 7월 20일 일요일

007 소설 vs 영화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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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7 시리즈는 원작 소설을 가능한 스크린에 옮기려고 했던 1960-1970년대의 작품부터 소설에서 제목만 따온 1980년대의 작품들 또, 영화가 원작이지만 소설의 아우라를 유지하려 노력하던 1990년대 이후의 작품들까지 무려 21편의 시리즈를 5명의 배우가 제임스 본드 역을 맡으며 유지되어 왔습니다.

지금은 편 당 1억 달러가 넘는 수익을 거두며, 주연 배우에게 엄청난 부와 명성(심지어는 자신의 영화사까지)을 주는 블럭버스터 액션 어드벤처 영화가 되었지만, 초기의 007영화는 스파이 스릴러 영화였습니다.

이러한 시리즈들을 한 편씩 정리했습니다.

원작 소설이 있는 영화는 원작 소설과 비교해가면서 정리했고, 영화가 원작인 경우에도 가능한 소설과의 연계성 등을 정리했습니다.

2008년 7월 19일 007 언리미티드: 무능력한 M, 약자킬러 본드, 그리고 허술한 플롯의 대본의 포스팅으로 연재를 완결하였습니다.
첫 포스팅이 2007년 7월 18일 007 Dr. No : 소설 vs 영화였으니, 딱 1년 1일만이네요.


James Bond 소설 vs 영화01. Dr. No: 소설 vs 영화
02. From Russia With Love: 소설 vs 영화
03. Goldfinger: 소설 vs 영화
04. Thunderball: 시대를 넘어선 액션/어드벤처의 걸작
05. 두번산다 : 본드를 안드로메다로 보낼 뻔한 괴작
06. 여왕폐하의 007: 저주받은 수작
07. 다이아몬드는 영원히: 코너리의 복귀가 독이 된 시리즈물
08. 죽느냐 사느냐: 2% 부족했지만, 세대교체는 성공
09. 황금총을 가진 사나이 : 소설 vs 영화
10. 나를 사랑한 스파이: 스스로를 리메이크한 성공작
11. Moonraker : 거대자본이 투입된 괴작
12. 유어 아이즈 온리: 무어의 작품 중 유일하게 본드다운 본드
13. 옥토퍼시: 인디아나 존스의 제임스 본드 버전
14. 뷰투어킬: 용두사미가 되어버린 훌륭한 캐릭터
15. 리빙데이라이트: [위기일발]의 정교한 리메이크
16. 살인면허: 실패로 끝난 "소설로의 회귀"의 아쉬움
17. 골든아이: 너무 가벼워졌지만, 성공한 세대교체
18. 네버다이: 방송국 사장과 힘겹게 싸우는 무력한 본드
19. 언리미티드: 무능력한 M, 약자킬러 본드, 그리고 허술한 플롯의 대본
20. Die Another Day: 또 하나의 숨은 괴작 007영화
21. Casino Royale: 소설 vs 영화

부록 01. [Die Another Day]에서 차용한 전작의 장면들
02. 007 시리즈에서의 Casino Royale(2006)의 의미
03. 괴작열전(怪作列傳) : 카지노 로얄 (1967) #1, #2 - 미리 패러디된 007 영화들
04. 007 영화에서 거세된 "복수"의 코드
05. 007 영화에서의 배우의 재활용 사례들
06. 007만 있나? 002, 009도 있다
07. 007 영화 인물열전



  

2008년 4월 27일 일요일

007 영화에서 거세된 "복수"의 코드

Dr. No: I thought there might be a place for you with SPECTRE.
James Bond: I'm flattered. I'd prefer the revenge department.
                        My first job would be finding the man who killed Strangways and Quarrel.


닥터 노: 스펙터엔 당신같은 사람이 필요하오.
제임스 본드: 혹하는군. 난 복수 부서에 넣어주시오.
                     첫번째 임무는 스트랭웨이즈와 쿼럴을 죽인 놈들을 찾아내는 것이 되겠지.
- [Dr. No (살인번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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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 prefer the revenge department. (난 복수 부서에 넣어주시오)






긴 제임스 본드 영화의 역사에서 가장 커다란 위기이언 플레밍사망이었습니다.
물론 그의 사후에도 그의 원작소설들이 남아있기는 했지만, 그의 사후에 제작된 007영화들은 생전에 제작된 영화들에 비해 캐릭터의 생명력이 떨어져보입니다.

그가 살아있는 동안 제작된 3편의 영화들은 사실, 소설과 영화에서의 주된 적이 약간씩 다릅니다.
[살인번호] : Dr. No는 소설에서는 프리랜서, 영화에서는 스펙터 소속
[위기일발] : 소설에서는 소련 SMERSH, 영화에서는 스펙터
[골드핑거] : 골드핑거는 소설에서는 SMERSH 요원, 영화에서는 프리랜서

하지만, 이러한 설정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영화에서 악당들은 캐릭터가 살아있었고, 이것을 통해 제임스 본드생명력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1. 소설에서의 "복수"

이언 플레밍은 생전 14편의 007 소설을 집필했는데, 이 중 단편 모음집 2편을 제외한 12편이 장편소설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12편의 장편소설 중에 제임스 본드의 복수를 주된 플롯으로 삼은 소설이 3편입니다.
<죽느냐사느냐>에서는 친구 필릭스 라이터가 상어에게 한쪽 팔과 한쪽 다리를 잃자 복수에 나서게 되고, <여왕폐하의 007>에서 부인을 살해당한 뒤 복수하는 것이 <두번산다>의 핵심 플롯입니다.
(물론, <여왕폐하의 007>의 주제는 복수가 아닙니다. 하지만, 작가 플레밍 입장에서의 이 작품은 복수를 위한 서막입니다)

즉, 장편소설의 1/4는 제임스 본드의 원한과 복수가 주된 플롯이었던 것입니다.


2. 영화에서의 "복수"

이 글 맨 위에 나온 대사는 첫 영화인 [살인번호]에서 본드와 닥터 노가 처음 만났을 때의 대사입니다.
이 장면은 소설에서는 없는 장면으로 (원작과는 다르게) 스펙터라는 조직을 끼워넣는 과정에서 등장했습니다.
그리고, 본드의 성격을 규정한 장면 가운데 하나가 되었습니다. (그는 복수를 하고야 마는 사나이입니다)
이 영화를 제작할 때는 원작자 이언 플레밍이 상당한 수준으로 개입했으므로 저 대사는 플레밍의 뜻이 담겨있다고 봐야 합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나온 007 영화 21편 중에서 복수가 제대로 다뤄진 것은 [살인면허]가 유일합니다.
[죽느냐사느냐]에서 (소설과는 달리) 친구인 필릭스 라이터가 상어에게 당하지 않았던 것을 [살인면허]에 가서야 당하도록 플롯을 짰고, 이에 따라 복수를 감행하게 됩니다.

그래서, (흥행과는 무관하게) [살인면허]에서 제임스 본드는 생명력이 넘칩니다. ('왜 죽여야하는가'의 당위성이 있으니까요)

하지만, 또 하나의 복수 이야기가 되었어야 할 아내에 대한 복수는 완전히 묻혀버렸습니다.
[여왕폐하의 007]에서 블로펠드(정확히는 그의 오른팔인 이르마 분트)에게 아내를 살해당한 제임스 본드는 다음 작품인 [다이아몬드는 영원히]에서 3번이나 그를 죽입니다. 하지만, 3번 모두 제임스 본드의 표정은 그저 웃고 있을 뿐이어서 복수를 한다기 보다는 약간은 살인을 즐기는 듯한 인상만 줍니다.
게다가, 3번째에 보트에 타고 있는 블로펠드를 죽일 때는 사체를 확인도 하지 않는 등 복수할 의지가 전혀 없다는 것을 명백하게 보여줍니다.

게다가 [유어아이즈온리]에서 마지막으로 한번 더 그를 죽일 때는 아주 여유있는 농담 (Keep your hair on!)까지 하면서 제대로 즐기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같은 사람을 무려 4번이나 죽이면서 분노하지도, 짜증내지도 않고 그저 즐기기만 하는 제임스 본드

결국, 제임스 본드 영화에 있어서 "복수"라는 코드는 완전히 거세되어 버리고, 그는 마치 살인을 즐기는 캐릭터로 변질되어 버린 것입니다.





앞으로 제작될 영화에서의 "복수"는?

제임스 본드는 [카지노 로얄]을 통해 성공적으로 재부팅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원작 소설에서는 적이 소련의 첩보기관인 SMERSH였기 때문에 복수를 하기 어려웠지만, 영화에서는 의문의 비밀조직이기 때문에 복수가 가능하고, 차기작인 [퀀텀]에서는 복수를 위해 그 조직을 깡그리 박살내는 것이 주된 내용이 될 것이라고 합니다.
(또한, 이러한 박살내기를 통해서 그의 파괴본능의 근원도 설명할 것 같습니다)

이러한 복수는 줄거리에도 생동감을 주지만, 주인공의 캐릭터생명력을 불어넣어줄 수 있을 것입니다.

앞으로는 원작 소설 및 초기 작품과 같은 생명력을 가질 수 있도록 가끔씩은 복수의 코드가 돌아오기를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