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1월 18일 화요일

[렛미인]: 엄청난 여운에 뒷통수가 얼얼한 성장영화

뜬금없이 okto님께 연락을 받았습니다. 영화나 같이 보자고...
그래서 별 생각도, 정보도 없이 [렛미인]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분명히 흡혈귀 영화입니다.
흡혈귀인 이엘리는 인간의 피를 먹으며, 초인적인 능력을 보여주고, 햇빛에 약한 등 전통적인 흡혈귀의 성능(?)을 충실히 보여줍니다.
약간 특이한 점으로 허락받아야만 남의 집에 들어갈 수 있다는 설정이 있지만, 이 역시 일부 흡혈귀 전설에서는 등장하는 설정입니다.

피가 흐르지만, 고어씬이 전혀 아닙니다.


하지만, 이 영화에는 피가 튀기는 고어씬이나 절대악인 흡혈귀를 잡으러 다니는 절대선 반 헬싱 교수 따위는 나오지 않습니다. 오히려 최근의 많은 영화들이 그러하듯이 이 영화의 큰 줄기는 '진짜 흡혈귀가 우리 주변에 있고, 그 흡혈귀가 누군가와 사랑에 빠진다면...'입니다.


1. 이 영화의 미덕

a. 말로 사랑을 표현하지 않더라


Wall-E~ / E-va~ (번역 불필요)
[Wall.E] 중에서

이 영화는 구차하게 말로 사랑을 표현하지 않고, 행동으로 사랑하는 마음을 표현합니다.

사랑한다는 말 따위는 전혀 하지 않지만 이 영화에서 흡혈귀 이엘리와 왕따소년 오스칼은 사랑하는 사이입니다.
서로를 믿고, 의지하고, 지켜주는 모습을 보면 사랑한다는 것을 분명히 느낄 수 있습니다.

이 점은 [Wall.E]에서 보여주는 Wall.E와 Eve의 모습과 유사한 느낌을 느끼게 해줍니다.


b. 영화 자체보다 여운이 더 크더라


He's a silent guardian, a watchful protector.
A dark knight.

그는 소리 없는 수호자이며, 주의 깊은 보호자이자...
"어둠의 기사"니까.
[다크 나이트] 중에서

또한, 이 영화는 영화 자체의 줄거리보다 끝난 뒤의 여운이 더 큰 영화입니다.
마치 [다크 나이트]에서 그러했듯이 말이죠.

이 영화는 영화 자체가 잔잔한 만큼 여운은 엄청나게 거대합니다.
(리뷰를 쓰는 이 시점에도 정신이 없을 지경입니다)


c. 마음으로 보는 영화더라

루빅스 큐브... [Wall.E]에 이어 [렛미인]에서도 비슷하게 사용됩니다.


기존 전통의 흡혈귀 영화([드라큘라], [노스페라투] 등등)와 변형 블럭버스터 흡혈귀 영화([드라큘라 2000], [반 헬싱], [언더월드], [블레이드] 등등)들에 비한 장점들을 일일이 나열하는 것이 우스울 정도의 영화입니다.
다 나열하려면 끝이 없겠지만, 가장 큰 점은 머리로 보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느낄 수 있는 영화란 점이 가장 큰 미덕입니다.


d. 두 주인공의 연기력은 먼치킨이요, 넘사벽이더라

정말로 특이한 구도: 여자가 뒤에 있습니다. ^^;;;


흡혈소녀 이엘리는 (기존 헐리우드 흡혈귀 영화에서 보여주던) 아름다운 얼굴이 결코 아닙니다.
하지만, 영화를 볼수록 흡혈귀로 보일 뿐더러, 얼굴에 사랑, 슬픔, 연민 등의 감정에다 수십, 수백년을 산 듯한, 모든 느낌이 스며있습니다.
(저의 경우 영화가 끝날 무렵엔 영화라는 사실을 잊을 지경이었습니다)

왕따계의 제왕 오스칼 역시 마지막까지 어설픈 왕따의 모습을 완벽하게 소화해냅니다.

두 주연배우의 열연 역시 몰입감을 무한대로 끌어올리는 원동력 중 하나입니다.



2. 그 외의 사실들...

a. 영화는 스웨덴 영화이며, 원작 소설 역시 스웨덴 소설입니다

b. 원작 소설에서는 이엘리의 아버지는 소아 성도착증 환자이며, 이엘리는 100여년전에 거세당한 남자입니다
    (이엘리에 대해서는 영화에서 슬쩍 묘사되기도 합니다)

c. 병원에서 흡혈귀(버지니아)가 햇빛에 타죽는 장면은 [미녀 드라큘라](1992)의 한 장면과 같습니다

햇빛에 노출되면 타버리는 흡혈귀


d. 이 영화는 2009년 개봉을 목표로 헐리우드에서 리메이크가 진행중입니다
    (휴~ 걱정일 뿐입니다)

댓글 13개:

  1. 아~ㅠㅠ 정말 말로할수 없는 영화더군요. 훌륭한 설정이며 연기에다 먼치킨 감독, 그리고 깔끔한 마무리까지!! 왠만하면 헐리우드의 자본으로 이 영화를 건들지 말아줬으면 한다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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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okto - 2008/11/18 12:12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버전이 망칠 것을 생각하면 벌써부터 안습...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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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부천에서 봤습니다. 참 서늘하니 좋더군요.



    진짜 애들은 긍극의 먼치킨이던...



    P.S. 부천 상영버전은 엘리던데 원작은 이엘리인가 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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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trackback from: 렛 미 인
    같은 학교친구 코니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오스카는 매일 밤을 복수를 꿈꾸지만 현실은 계속 괴롭힘 당할 뿐입니다. 어느 날, 옆집에 한 여자아이와 그 아버지가 이사를 오고, 그녀를 만나면서 그의 일상은 나아집니다. 하지만 옆집 소녀 엘리와 그녀의 아버지에게는 비밀이 있습니다. 그것도 치명적인 비밀이...복수를 꿈꾸는 소년하지만, 그의 현실은 맞고서도 사실을 말하지 못하는 것과 함께 무관심한 엄마와의 삶이기도 합니다.스웨덴의 작가가 쓴 동명의 소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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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천용희 - 2008/11/18 14:43
    네. 상당히 드라이하게 촬영했는데, 의외로 서늘한 맛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영어 이름은 Eli인데, 극장에선 이엘리라고 되어있더군요.

    그리고, 듣기에도 이엘리였습니다.



    참, 좀 일찍 보신 분들은 엘리라고 되어있다고 하시던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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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근데 아무리 봐도 남녀구분이 안돼는 얼굴들이네요. 금발이 남자고 흑발이 여자(?)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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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블랙 - 2008/11/21 06:27
    배우는 금발이 남자, 흑발이 여자입니다만,

    구분이 안 가는 것은 감독의 의도라 보여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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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비밀 댓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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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Anonymous - 2008/11/22 18:33
    아마 원작 소설에 명시된 것 처럼 퀴어적 요소가 뚜렸했다면 비호감의 극치가 될 수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런 부분을 은근하게 덮은 것이 비호감 요소를 많이 줄였다고 생각합니다.



    헐리우드에서 리메이크하면 그런 부분이 부각될 것 같고 말이죠...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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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trackback from: 최근 감상한 영화들
    극장 + DVD 감상 요약 렛미인(Låt den rätte komma in) - 정보 | 리뷰상반기에 다크나이트가 있었다면 하반기는 렛미인이었다. 흡혈귀 영화의 역사에 길이 남을 작품. 공포스러운 씬이나 잔임함의 비중이 낮고 로맨스로 줄거리를 이끌어 나가지만, 지금까지의 그 어떤 영화보다도 흡혈귀를 잘 보여주었다. 배우들의 연기력이 출중하며 영화는 슬프고 아름답다.★★★★★Max Payne - 정보 | 리뷰경악 그자체... 그어떤 졸부라도 이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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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trackback from: '렛 미 인' 오스칼은 이엘리에 낚였다?
    주변에 평이 너무 좋아 기대가 컸던 탓인지 그 만큼의 공간을 다 채워주진 못했다. 하지만, 그래도 보길 잘했다. 로맨스라고 하기엔 스웨덴에 펼쳐진 하얀 절경이 소름끼치도록 창백하고 공허하다. 그리고 새하얀 눈 위를 물들인 붉은 빛의 선혈은 눈 부실 정도로 선명하다. 그렇다고 공포라 하기엔 오스칼과 이엘리의 창백한 얼굴과 투명한 눈망울에 그려진 서로의 모습처럼 서글프게 아름답다. 영화는 내내 미묘한 이 경계를 오고간다. 영화를 보는 내내 궁금했다. 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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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오랜만에 BLUEnLIVE님 블로그에 들렸네요^^;

    텍스트큐브로 옮기셨나보네요. 스킨도 그렇고 이것저것 많이 바뀌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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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w0rm9 - 2008/12/26 09:36
    본진( http://zoc.kr )은 티스토리에 그대로 두고 영화만 텍스트 큐브로 옮겼습니다.

    그런데, 텍스트큐브는 스킨도 제한이 많고 아직 개발 중이라 버그도 있는 게 좀 불편하네요.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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