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9월 21일 일요일

[다크 나이트] 대본 번역 완료!

This town deserves a better class of criminals.
이 동네엔 더 격조 있는 악당이 필요해.

극장에서 [다크 나이트]를 3번 봤습니다. 3번째 볼 땐 대사를 제법 외울 수 있겠더군요.
그러면서 영화를 보니 번역이 뭔가 2% 부족해보였습니다.

한편으로는 대사나 플롯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도 궁금해졌습니다.

그래서 아예 통째로 번역해보기로 했습니다. 더 격조있는 번역을 위해서요.

직접 번역해보니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부분도 이해가 되었고, 제대로 읽어내지 못한 코드도 읽어지더군요.



1. 조커의 대사가 짧은 것은 학력이 낮아서가 결코 아님

DVD Prime의 어떤 글에서 조커의 정신분석을 했습니다.
근데, 그 중 기본적인 단어를 사용하는 것을 보아 고급교육은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문장을 하나하나 읽어보니 정반대입니다.
조커가 사용하는 표현은 대단히 함축적인 표현들이었습니다.
어휘가 모자라서가 아니라 최대한 함축적인 표현을 하는 과정에서 단어가 줄어든 것입니다.

대표적인 표현은 역시 "You complete me(넌 날 완전하게 해)!"겠죠.
(물론, 이 표현은 [제리 맥과이어]에 나온 표현입니다)
You make me perfect. 따위의 진부한 표현이 아닌 짧고 강렬한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대사를 들으며 알프레드와 비슷한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게다가 알프레드는 초기에 조커의 본질을 알아차립니다!!)
알프레드 역시 함축적이고 의미심장한 대사를 합니다.


2. 레이첼이 웨인을 떠난 이유는 그가 "남자답지 못해서"가 아님

레이첼은 브루스 웨인이 아닌 하비 덴트가 "I am the Batman."이라고 말하자 웨인을 떠납니다.
(저는 그렇게 믿었습니다)
그 장면을 보고 브루스 웨인이 남자답지 못해 떠났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레이첼의 편지에 있는 글은 정확히 이렇습니다.

When I told you that if Gotham not longer needed Batman we could be together, I meant it.
But now I'm sure the day won't come when you no longer need Batman.

내가 그런 말을 했지?
고담시가 더 이상 배트맨을 필요로 하지 않는 날이 오면 우린 함께 할 수 있을거라고. 진심이었어.
하지만, 네가 배트맨을 필요로 하지 않는 날은 오지 않을 거란 확신이 들었어.


레이첼이 떠난 이유는 브루스와 하비가 진정으로 배트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을 알았기 때문인 것입니다.


3. chance란 단어는 계속 등장하지만, 한 단어로 번역이 어려움

하비가 동전을 던지면서 강조하는 것은 chance입니다.
그런데, 이 단어는 그가 투페이스가 된 뒤에 50:50의 확률(또는 기회나 승산?)을 얘기하면서 사용되기도 합니다.
또, 고든 청장이 배트맨에게 "당신에게 남은 유일한 기회가 이 도시를 정화한다는 것이었는데..."라고 할 때도 나옵니다.

가장 번역이 어려운 단어였던 것 같습니다.


4. 하비가 '공평함'에 미친 것은 조커 때문임

하비가 레이첼과 마로니 사건에 대해 얘기할 때부터 그는 공평함을 얘기합니다. (Fair's fair.)
하지만, 그를 공평함에 미치게 한 것은 조커의 대사 때문입니다.

Oh, and you know the thing about chaos? It's fair.

참, 혼란의 핵심이 뭔지 알아? 공평하단 거야.

결국 마지막 장면에서 그는 단지 공평함을 위해 고든의 아이에게 총을 겨누게 됩니다.


5. 엔딩의 고든의 대사는 스스로에게 하는 독백과 아들에게 하는 대화를 같이함

실제로 가장 짧고 멋있기도 했지만, 의외로 번역이 어려운 대사가 엔딩의 대사였습니다.
엔딩에서 고든의 대사는 독백이자 대화의 의미를 함께하기 때문입니다.

Because he's the hero Gotham deserves, but not the one it needs right now.
So we'll hunt him, because he can take it.
Because he's not a hero.
He's a silent guardian, a watchful protector.
A dark knight.


그는 고담시가 바라는 영웅이지만, 지금 당장 그를 필요로 하지는 않는단다.
그래서 우린 그를 쫓을 거다. 그가 감당할 수 있기 때문이지.
왜냐면 그는 영웅이 아니라...
그는 은밀한 수호자이며, 유심히 우릴 지켜주는...
"어둠의 기사"니까!


이 부분은 페니웨이 님과 okto 님의 자문을 거쳐 이 번역을 선택했습니다.

번역 파일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아래 링크를 클릭하시기 바랍니다.
혹시 오역이나, 더 좋은 의견 있으시면 답글 부탁드립니다.


덧. 영어 원문은 Divx SubTitles에서 다운받은 버전 및 웹에 돌아다니는 [다크 나이트]의 대본(pdf 버전)을 기준으로 했습니다.

 

댓글 39개:

  1. ㅋ 출장의 와중에서도 포스팅을 해주시는 센쓰~

    답글삭제
  2. 이 영화 번역에 문제가 있다는 글이 심심찮게 보이더라고요.

    어느 아마추어 번역가가 의역을 배제한 직역을 한 오프닝 동영상을 봤었는데, 정말로 극장판 번역보다 더 나아보였습니다. 혹시 <다크 나이트> 번역가가 누구인지 아시나요? (다시는 영화 번역일 안했으면 좋겠어요. -_-) 왠지 이미도씨가 아닐까 싶다는.. 끄응~

    답글삭제
  3. @페니웨이™ - 2008/09/22 09:24
    이건 정말 꼭 하고싶었던 포스팅입니다.

    다시 봐도 감동이라능~ ㅠ.ㅠ

    답글삭제
  4. @배트맨 - 2008/09/22 19:52
    다행히(?) 이미도 씨는 아니었습니다.

    성함은 잘 기억나지 않네요...



    아무래도 아마추어들이 팬심으로 번역한 것이 시간 맞추기 급급한 번역보다 나은 것 같습니다.

    (돈을 받았으면 그만한 수준을 유지하라고!)



    덧. 그래도 이미도씨의 [반지의 제왕] 시리즈보단 낫지 않았나요?

    오우거도 "괴물", 오크도 "괴물"... 뭐하자는 것이냣!

    답글삭제
  5. @배트맨 - 2008/09/22 19:52
    이것도 괴물, 저것도 괴물... 정말 그런만행을 저질렀단 말입니까?ㄷㄷ

    (저도 들어본걸 보면 상당히 유명한 분이신거 같은데 어찌...)

    답글삭제
  6. 비밀 댓글 입니다.

    답글삭제
  7. @Anonymous - 2008/09/22 23:28
    보내주세엽!

    답글삭제
  8. 번역자 이름이 박영준인가 .. 아무튼 박 아무개 씨였는데 .. 영화 보는 내내 제 짧은 영어로도 어이가 없어서 두번째 감상할때 두눈 부릅뜨고 번역자 이름 봤다는 .. 왕십리점 아직도 오픈 안하네요 .. 결국 다크나이트 아이맥스를 왕십리 점에서 세번째 감상하는 일은 포기해야 할 듯 .. 번역하신거 잘 받아 갑니다 ..

    답글삭제
  9. @마장군 - 2008/09/23 00:28
    방금 다른 블로그에서 발견 했는데 박지훈 씨라는 군요 .. ㅋ

    답글삭제
  10. @마장군 - 2008/09/23 00:28
    아! 그 이름이 맞는 것 같습니다.

    뭐, 시간에 쫓기다보니 대충 번역할 수 밖에 없었다고 나름 이해하려 노력하는 중이긴 합니다. ㅠ.ㅠ



    그리고, 혹시 보시면서 수정할 것 있으면 올려주시길 부탁드립니다. ^^;;;

    답글삭제
  11. @배트맨 - 2008/09/22 19:52
    극장판 다크나이트의 번역가는 박지훈씨 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미도씨 번역보다는 훨씬 무난했다고 생각됩니다^^

    답글삭제
  12. 정말 꿀같은 자료군요.흐흐. 감사를.

    답글삭제
  13. trackback from: [선착순100] 다크 나이트 티져 포스터 원본 소스 살포
    이 뭐...불법 공유 사이트스러운 포스팅이란 말입니까. 한 달간 자리 비우기 전에 좋은 일 한 번 하고 가자는 취지이긴 한데 필요로 하시는 분이 있으실지 모르겠습니다. 요 포스터의 원본 이미지라고 합니다. 가로 길이가 대충 7천 몇 픽셀 정도 되는 거 같고 용량은 딱 100메가. 원본 받기 내일 쯤 확인해봐서 100회 다운로드가 끝났으면.........아니 안 끝났어도 그냥 이 글은 사라집니다.

    답글삭제
  14. @바구미 - 2008/09/23 15:40
    한번 읽어보시고 수정할만한 내용이 있으면 답글 부탁드릴게요. ^^;;;

    답글삭제
  15. 이왕 시작한 일,,, 아예 자막 파일을 만들어서 배포하시는 것은 어떨까요? 그리고 도메인 이름과 파비콘이 바뀌었군요.

    답글삭제
  16. @도아 - 2008/09/25 05:39
    개인용 자막도 만들었습니다만, 불법을 조장하는 블로그가 아니라서요... ^^;;;

    답글삭제
  17. 비밀 댓글 입니다.

    답글삭제
  18. @Anonymous - 2008/09/29 22:36
    번역이 상당히 어려운 부분 중 하나였습니다만,

    제가 좋아하는 문구가 "나를 죽이지 못하는 것은 나를 강하게 만든다"이기 때문에 최대한 여기에 근접하게 직역했습니다.

    의역 버전이라면... 굉장합니다!!!

    답글삭제
  19. @BLUEnLIVE - 2008/09/30 00:01
    아~ 그런 깊은 뜻이 있었군요. 그 문장이 어떻게 나오게 되었는지 이제야 알것 같네요;;

    답글삭제
  20. @Anonymous - 2008/09/29 22:36
    결과적으론 초큼 주관적 해석이 끼어있는 겁니다. ^^;;;

    참, 좋은 소식이 있더군요. 즐감하시기 바랍니다.

    답글삭제
  21. 다크나이트 처음볼 땐 자막을 크게 신경쓰진 않고 봤는데

    두번째 볼때 여러 부분에서 오역이 많이 거슬리더군요



    그래서 3번째 볼땐 아예 마지막 부분에 고든의 대사는

    자막을 아예 안 봤다죠.. ㅎㅎ

    답글삭제
  22. @축구왕피구 - 2008/10/03 17:00
    전체적으로 완전히 잘못된 오역은 아니더라도 감상에 거슬리는 오역은 꽤 있더군요.



    고든의 대사는 이젠 그냥도 외운다능~ ^^;;;

    답글삭제
  23. 우와 잘쓰셨네요.

    저는 시험끝나고 보려 했는 데 손잡고 갈 친구들이 전부 봤다고 하네요 ㅋㅋㅋ

    DVD라도 빌려야겠어요 ㅎㅎ

    답글삭제
  24. @ 환타 - 2008/10/05 18:57
    오~ 이런 명작을 놓치시다니...

    극장에서 필감 영화입니다.



    참고로, 내년 초에 아카데미 시상식에 맞춰 재개봉이 계획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할 지는 미지수지만요... ^^;;;

    답글삭제
  25. @배트맨 - 2008/09/22 19:52
    이미도씨 지옥의 번역의 긍극은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이었죠. 프로도를 또다시 인던으로 보내고, 집에 돌아오신 걸 무슨 대서사시의 끝으로 만드셨던...



    나중에 DVD로 다시 보고나서야 진정한 감동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P.S. 메일은 잘 도착하셨나요? 잘 안됐으면 다시 보내보겠습니다.

    답글삭제
  26. 박지훈씨는 그나마 이번엔 번역이 엄청 양호한 편이었습니다.



    긍극의 발번역 엑스맨 최후의 전쟁(이 작품은 저에게 절대 3편이 아닙니다. 싱어는 빨리 돌아와서 3편 찍어라)과 박물관은 살아있다를 생각한다면...-_-

    답글삭제
  27. @천용희 - 2008/10/26 02:28
    아... 그런 짓(?)도 하셨었군요.

    메일 잘 받았습니다.



    회사 시스템이 좀 복잡하다보니 답장을 미루게 되더군요. 죄송합니다.



    (보안시스템 때문에 웹메일 수신은 가능한데, 발신은 회사 메일만 가능합니다. --; )

    답글삭제
  28. 아마도 이 글이 다크나이트에 다는 마지막 댓글이 될 것도 같은데 .. 얼른 다음편이 나와서 ..

    슈퍼히어로가 아닌 ..

    다크나이트 .. 아니면 놀란의 배트맨 .. 으로 ..

    이 블로그에서 한자리 떡하니 차지 하고 앉았으면 좋겠습니다 ^^



    그동안 내용만 죽어라 파다 보니 한번 적고 싶었던 말을 이제야 적네요 ㅋ



    음 .. 다크나이트가 미국에서 대학상 받을때 재상영 한다면

    우리나라 OCN에서는 수상기념으로(벌써 히스레져의 수상을 혼자 확정하고 있는 ㅋ) 배트맨 시리즈 재탕 .. 놀란 감독,베일씨 ,히스레져,게리올드만,모건프리먼 대표작 ..들의 방영으로 몇주 내지는 몇일은 방송 스케쥴 걱정없이 맘껏 해먹을 거리가 생기겠네요 ..

    답글삭제
  29. @마장군 - 2008/11/23 11:21
    재상영시 OCN 시나리오는... 가능성 100%입니다. ^^;;;

    답글삭제
  30. 비밀 댓글 입니다.

    답글삭제
  31. 영문 자막으로 보고는 싶지만 정신이 없기에 (한글 자막 보는 것만 해도 ~.~;)

    안타깝게도 한글 자막으로 살아야 되는게 ㅠㅠ...





    극장에서 느꼈지만, 딕테이션이 하나도 안되는 저도 '몇몇 부분'은 응? 할 정도였으니...

    어쨌든 번역 감사합니다 :D





    p.s 요새 극장&DVD 자막 들 참 발로 한듯...



    다이하드 4.0 극장 자막과 영문 자막을

    하나하나 보니 이건 줄임을 극강으로 한.. ㅠㅠ

    답글삭제
  32. @Anonymous - 2009/03/01 01:32
    즐감하시기 바랍니다. ^^;;;

    방문 감사드립니다.

    답글삭제
  33. 비밀 댓글 입니다.

    답글삭제
  34. @Anonymous - 2010/01/30 22:15
    the thing을 "핵심"이라 번역한 것에 무슨 문제가 있단 뜻인가요?

    답글삭제
  35. @BLUEnLIVE - 2010/01/30 22:19
    비밀 댓글 입니다.

    답글삭제
  36. @Anonymous - 2010/01/30 22:15
    아... 그런 뜻이군요...

    "thing"이 사전적 의미로는 "것"이지만, 이런 식으로 사용될 때는 뜻을 강조하는 뜻입니다.

    이 경우에 "핵심"이란 해석은 무리가 없습니다.

    게다가 내용상으로도 조커는 "혼란의 화신"(agent of chaos)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니 더욱 딱 맞는 해석이라 자부합니다. (자뻑?)



    그리고, 대본은 말씀하신 그 버전 맞습니다. 그래도 해상도는 높으니 볼 만은 하더군요.

    답글삭제
  37. @BLUEnLIVE - 2010/01/31 20:23
    비밀 댓글 입니다.

    답글삭제
  38. 후아....
    인터넷 자막에 '조금만 밀어주면 되거든!'을 '속도가 계속 붙거든!'이라고 오역한 자막을 받고 짜증나서 찾아봤는데...감사합니다.

    답글삭제
  39. 다만
    날 죽이지 못하는 것은...


    다른 존재로 만든다는 거지.
    부분만큼은
    '사람은 자고로 죽을 고비를 넘기면.... 더 이상해져'로 번역하는게 더 좋을 것 같습니다.

    답글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