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2월 9일 화요일

[살인번호]에서 구축된 제임스 본드의 클리셰들

EON의 첫 007 영화 [살인면허]를 감독한 테렌스 영 감독은 영화 전반에 걸쳐 제임스 본드의 클리셰를 구축합니다.
이후 [위기일발], [골드핑거]에서 Q나 본드카와 같은 새로운 클리셰가 일부 등장하지만, 기본적인 클리셰의 골격은 이 영화에 다 등장했습니다.

[살인번호]에서 정교하게 구축된 본드의 클리셰들을 알아보겠습니다.


1. Trench, Synvia Trench

James Bond: I admire your courage, Miss...?
Sylvia Trench: Trench. Sylvia Trench. I admire your luck, Mr...?
James Bond: Bond. James Bond.


본드가 스스로를 "본드, 제임스 본드"라고 소개하기에 앞서, (본드의 고정 애인으로 계획되었던) 실비아 트렌치가 이런 식으로 자신을 소개합니다.

이 장면은 본드가 자신을 "본드, 제임스 본드"라고 소개하는 클리셰를 만드는 것 외에도, 본드의 고정 애인이라는 클리셰를 만드는 목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골드핑거]를 감독한 가이 해밀튼 감독은 실비아 트렌치를 제외시켜버립니다.


2. Baccarat Chemin de Fer의 필승



바카라(Baccarat)의 한 종류인 Baccarat Chemin de Fer제임스 본드의 카드게임이라 부를 수 있을만한 종목입니다.
소설 <카지노 로얄>에서 이 종목으로 르쉬프를 꺾었으며, 영화 [카지노 로얄]에서 '텍사스홀덤'으로 종목을 바꾸기 전까지 007 영화에서 본드는 언제나 이 종목으로 싸웠습니다.

영화 [살인번호]는 첫작품답게 Baccarat Chemin de Fer에서 승리하는 본드의 모습을 멋지게 보여줍니다.


3. 모자 던지기


코너리의 본드는 중절모를 썼는데, 언제나 모자를 던져서 걸었습니다.
이후 무어 시절에 와서는 해군 정복을 입고 있을 때는 이런 모습을 보이지 않다가, [문레이커]에서만 모자를 던져서 거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한편, [골드핑거]에서 오드좁의 칼날모자는 이 장면의 오마주입니다.


4. 머니페니와의 끈적한 로맨스


시간이 흐르면서 (즉, 코너리나 무어 그리고, 로이스 맥스웰이 나이가 들어가면서) 좀 퇴색하고, 다시 배우가 교체되면서 리부팅되는 과정들이 있기는 했습니다만, 어쨌든 본드와 M의 비서인 머니페니와의 관계는 다소 끈적한 로맨스 관계입니다.


5. M과의 관계


M이 여자(주디 덴치 여사)로 바뀌면서 가장 실망스러운 부분이 카리스마의 감소입니다.
물론, 덴치 여사가 여성으로서의 카리스마를 보여주는 것은 사실입니다만, 원조 M인 버나드 리에 못 미친다는 것입니다.

처음 M이 얼굴을 보일 때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는 M이 담배에 불을 붙이는 장면입니다.
본드가 불을 붙이려 손을 내밀지만, M은 아는지 모르는지, 본드를 무시하고 일어나버립니다.

이 장면을 통해 둘의 관계는 명확해집니다.
즉, M에겐 본드가 함부러 대할 수 없는 카리스마가 있고, 본드는 M을 어려워한다는 것입니다.


6. Walther PPK


제임스 본드는 [네버다이]에서 어이상실한 Walther P99로 바꾸긴 하지만, 그래도 제임스 본드의 총이라면 Walther PPK입니다.
(결국, 그의 총은 [퀀텀 오브 솔러스]에서 스리슬쩍 PPK로 돌아옵니다)

이 PPK는 [살인번호]에서 처음 지급됩니다.

※ 이 총을 지급해주는 사람은 부스로이드 소령인데, Q의 실명이 부스로이드 소령입니다. 즉, Q 할아버지과 이 분은 동일인물입니다.


7. Smirnoff Vodka


본드의 술은 스미르노프 보드카입니다. 이건 [카지노 로얄] 이전까진 변함이 없었습니다.
[카지노 로얄]과 [퀀텀 오브 솔러스]에선 베스퍼라는 칵테일만 등장하는데, 앞으로 어떻게 될 지는 알 수 없군요.


8. Felix Leighter


[카지노 로얄]에서 본드와 필릭스가 서로 처음 만나는 장면이 있습니다만… 둘이 처음 만나는 장면은 [살인번호]에도 나왔습니다.

필릭스는 [살인면허]에서 상어에게 당할 때까지 총 7편의 영화에 등장하고, [카지노 로얄]로 리부팅 된 이후에도 2편 연속으로 꾸준히 등장합니다.


9. 냉혈한 킬러


제임스 본드라는 캐릭터의 본질적인 성격은 냉혈한 킬러란 것입니다.
이 점을 명확하게 하기 위한 장면이 덴트 교수를 죽이는 장면입니다.

이 장면은 논란의 여지가 있는 것이 굳이 덴트 교수를 죽여야하는 이유가 별로 없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캐릭터를 구성하는 측면에서 보면 이 장면의 의미는 명확합니다.
제임스 본드는 그저 잘 생기고 착한 캐릭터와는 거리가 엄청나게 먼, 냉혈한 킬러라는 것입니다.



댓글 9개:

  1. 영화 닥터 노...를 보면서 눈에 들어왔던 것이...



    숙소에서 나갈때, 가방에 가루를 뿌려 지문을 볼 수 있게 하거나, 벽장에 머리카락을 붙이는 등의 매우 꼼꼼한 성격을 보여줬다는 것 이고요. 사실 진짜 스파이들은 저럴것 같아서요.



    그리고 외출 이후, 그것들을 다 확인하고, 테이블 위의 보드카의 냄새를 맡는 장면을 보고 '아...' 했거든요. 뭔가 이상한 지 콘솔 안에 있는 다른 병을 꺼내서 마시는 등의 행동들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을 짓고 하는데요. 실제로 독이 들은 것을 확인했는지 아니면 그냥 미심쩍어서 그랬는지는 알 수 없고요...



    뭐.. 카지노 로얄에선 햇병아리 첩보원이라 극약 들어간 칵테일 마시고 무지개다리 건널뻔 하셨죠...ㅡㅡ;



    그런데 그 독약 장면은 데이빗 니븐과 우디알렌이 나온 카지노로얄에서의 오마쥬 이겠죠?.. 소설에는 없는 내용인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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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아...딴지는 아니고...

    로저 무어 횽님때 중절모 장면은 'For your eyes only' 입니다...^^

    머니페니가 화장하면서 거울을 보는데 중절모가 휘익 날아가 옷걸이에 걸리는 장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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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M은 무어가 들어오면서, 많이 너그러워진 느낌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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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이윤철 - 2008/12/10 08:48
    아! 그렇죠. 거울 너머로 중절모가 등장했더랬죠.

    깜박 잊었습니다.



    [문레이커]에선 커다란 모자를 던져서 거는 장면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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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이윤철 - 2008/12/10 08:44
    호텔에서 이거저거 뒤지는 장면이 무어 때까지도 종종 등장했었는데, 지금은 왜 사라졌는지 이해를 못하겠습니다.

    특히, [살인번호]에서 꼼꼼히 뒤지는 장면은 백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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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marlowe - 2008/12/10 11:20
    그런 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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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사내에서 다소 끈적한 관계가 지속되면 저처럼 두 아들을 둘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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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이정일 - 2008/12/10 22:40
    그랬으면 007이 007이 될 수 없다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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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trackback from: 최송현활동중단, “연기자로 컴백하겠다. 김래원과 영화 찍는다”
    최송현 전 KBS 아나운서가 연기자로 컴백하기 위해 당분간 모든 연예 활동을 잠정 중단했다. 최송현은 현재 전문 연기자로 거듭나기 위해 일주일에 최소 3일 집중적으로 개인 연기 지도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측근에 따르면 최송현은 연기에 탁월한 소질을 보여 하루하루가 다르게 실력이 늘고 있다. 한편, 김래원과 같은 소속사인 블레스엔터테인먼트에 소속된 최송현은 김래원이 주연을 맡은 `인사동스캔들`에 캐스팅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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