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7월 1일 화요일

007 리빙데이라이트: [위기일발]의 정교한 리메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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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또 한 번의 리메이크

이 영화 [리빙데이라이트]를 제작할 때 제작진은 3가지 면에서 고민을 하게 됩니다. 미소 관계가 화해무드를 타게됨에 따라 냉전의 산물 제임스 본드의 역할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점과 새로운 배우가 로저 무어 경의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이어나가야 한다는 점 그리고, 소설은 거의 다 떨어졌다는 점이었습니다.

제작진은 이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나를 사랑한 스파이], [옥토퍼시], [뷰투어킬]에서 썼던 카드인 리메이크 무공을 다시 한 번 써먹습니다.
([유어아이즈온리] 이후, 장편 원작소설이 고갈됨에 따라 새로운 돌파구를 찾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제작진이 선택한 카드는 리메이크였습니다)


2. 사용된 소설은?

제목에도 사용되었듯이 이 영화의 시작부분은 단편집 <Octopussy and the Living Lights>중 <The Living Daylights>입니다.
이 단편소설의 줄거리는 아래와 같습니다.

<The Living Daylights> 줄거리 열기…


영화 [리빙데이라이트]는 "센더 대위"가 "손더스"로, "방아쇠"가 "카라 밀로비"로 바뀐 점을 제외하고는 거의 변한 것이 없습니다.
여기서 저격수인 "카라"가 진짜 저격수가 아니라 함정일 뿐이라는 상황에서 시작해서 자연스럽게 [위기일발]로 넘어갑니다.
즉, 저격수 카라 밀로비는 사실, "저격수(Trigger)"가 아니라 [위기일발]의 암호해독기 "렉토르"였다는 것입니다.

이후 [위기일발]에서 차용한 설정은 여러 장면에서 볼 수 있습니다.

a. 소련의 변절자가 소련과 영국을 이간질시킴

b. 주요 목표는 제임스 본드와 MI6

c. 본드가 진짜 킬러를 제거하면서 실마리를 찾음

d. 악당은 이 과정에서 수면제를 사용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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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거… 졸려… 정신이…


e.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본드의 동료가 살해당함 (해당 지부의 지부장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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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d of section V in Vinenna


f. SMERSH 또는 원어인 Smiert Shpionom은 진짜 악당이 아니며, 악당의 정체를 본드가 밝혀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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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iert Spionom(SMERSH)가 돌아왔다고?


g. 제임스 본드가 작전을 짠 당사자를 죽이지 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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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드가 죽이지 않을 뿐… 당근 이 인간은 편히 죽기 힘들다는 거...



3. 프리 타이틀 "Smiert Shpionom" 씬의 또 다른 의미는?

프리 타이틀 액션에서 007과 함께 002, 006이 등장합니다. ([썬더볼]을 제외하면 00요원 최다 출연작입니다)
그런데, 얼굴을 잘 보면 두 배우는 조지 래젠비 및 로저 무어 경과 각각 닮게 생겼습니다.
이 부분은 그렇게 생긴 사람만 00요원이 될 수 있다는 영화제작진의 의도가 숨어있는 장면입니다.



4. 영화의 장점과 시도한 점

이 영화에서 제작진은 션 코너리가 주연한 초기의 본드 영화로 돌아가려는 시도를 합니다.

a. 정통 스파이 영화의 모습을 유지하려고 노력함

[리빙데이라이트]에서는 오랜만에 판타지를 버리고 현실적인 스파이의 모습을 보여주려합니다.
본드는 항상 긴장상태이며, 동료는 죽임을 당하고, 누군가는 그를 함정에 빠뜨립니다.
(그래서 다른 작품이 아닌 [위기일발]을 리메이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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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007 영화에서 보기 힘들었던 스파이다운 탈출장면


b. 본드가 담배를 핌

원작자 이언 플레밍 및 소설의 제임스 본드는 헤비 스모커입니다.
그렇다면 원작으로 돌아가려는 시도에서 담배는 빠질 수가 없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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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히 장관님 앞에서 담배를 피는 모습은 결코 그냥 들어간 장면이 아닙니다.


c. 제임스 본드와 머니페니의 관계를 리부팅

원래 본드와 머니페니의 관계는 가벼운 농담을 주고받는 애매한 젊은이 커플이었습니다.
하지만, 로저 무어 경과 로이스 맥스웰 여사의 나이가 듦에 따라서 중후한 중년 커플로 그려진 것입니다.
하지만, [리빙데이라이트]에서는 이 두 커플의 관계를 리부팅해서 초기의 분위기를 연출하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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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가벼운 농담을 주고받는 둘의 관계로 돌아간 본드-머니페니


d. 원작 소설에서 보이던 거친 느낌을 살리려 노력

티모시 달튼의 인상이 거친 편인 이유도 있지만, 영화 전반에서 소설의 거친 느낌을 주려는 흔적들이 보입니다.

하지만, 이 부분은 크게 작용하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처음 이 영화의 대본을 썼을 때는 로저 무어 경이 한 편 더 찍는다는 가정을 두고 대본을 썼고, 다음으로는 피어스 브로스넌이 찍을 것이라고 대본을 썼습니다. (달튼과 맞지 않는 대본은 다 이 과정에서 나온 것입니다)
결국, 다음 작품인 [살인면허]에야 달튼에게 딱 맞는 대본이 나오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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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영화의 단점: 본드카의 귀환

이 영화는 장점이 많은 영화입니다.
앞에 언급한대로 소설의 플롯을 상당수 차용하여 짜임새와 생동감이 있는 전개로 정통 스파이 영화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주고, 티모시 달튼 역시 "현실적 본드"의 모습를 보입니다.

하지만, 정통 스파이 영화거리가 먼 모습을 보여주는 도구가 등장했으니… 바로 본드카 애스턴 마틴입니다.
더우기, 본드는 [나를 사랑한 스파이] 한 편을 제외하고는 본드카를 이용해서 탈출에 성공한 적이 없었습니다만, [리빙데이라이트]에서는 (비록 자폭하긴 하지만) 본드는 탈출에 성공합니다.

이점은 결국 현실적인 본드에게 2% 부족한 모습을 보이게 하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바퀴의 레이저 빔, 전방 미사일 등은 [골드핑거]에 대한 오마주입니다


6. 단편소설 <The Living Daylights>와 영화 [리빙데이라이트]의 차이

a. 변절자는 소설에서는 "272"라는 암호명을 사용하지만, 영화에서는 "코스코프 장군"이란 실명을 사용함

b. 소설에서는 동독→서독으로 탈출하지만, 영화에서는 체코슬로바키아→오스트리아로 탈출함

c. 소설에서 본드를 돕는 현지 대원은 폴 센더(Paul Sender) 대위지만, 영화에서는 "V" 섹션의 손더스(Saunders)

d. 소설에서는 저격수는 "방아쇠"로만 불리지만, 영화에서는 "카라 밀로비"라는 실명으로 불림


7. 본드가 사온 술과 안주는?

코스코프 장군이 귀환(?)했을 때 본드는 음식을 약간 사옵니다. 볼린저 샴페인, 캐비어, 그리고 푸와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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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린저 샴페인, 캐비어, 푸와그라… 헬헬헬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 음식은 [네버 세이 네버 어게인]에서 본드가 건강 클리닉에 들어갈 때 몰래 들고 들어간 음식들과 거의 같다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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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네버 세이 네버 어게인]에선 EON 프로덕션의 공식 후원사 중 하나인 스미르노프(Smirnoff) 보드카 대신 압솔루트(Absolut) 보드카가 사용되었습니다.

여담이지만, [네버 세이 네버 어게인]의 제작자인 케빈 맥클로리는 치사했습니다.
자신은 저작권 운운하면서 영화는 거의 안 만들고 법정싸움만 해댔지만, 정작 자신은 자기가 판권도 갖고 있지 않은 <카지노 로얄>의 이름을 슬쩍 끼워넣는 짓을 했습니다.
(물론, 이언 플레밍의 건강을 이용해서 법정싸움을 통해 [썬더볼]의 판권을 얻어낸 것부터 시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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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라르고의 카지노가 카지노 로얄이냐고!



8.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들

  1. 달튼은 사실 1960년대 말, 코너리가 떠날 때부터 본드 역으로 고려되었으며 3번의 기회가 있었지만, [여왕폐하의 007], [다이아몬드는 영원히] 때에는 자신이 너무 젊어보여 스스로 반납했고, [유어아이즈온리]때는 다른 영화와의 계약으로 역할을 맡을 수 없었음

  2. 고골장군(월터 고텔 분)의 마지막 출연작으로 크레딧에 "아나톨 고골 장군"이라는 풀네임이 적혀있으나, [나를 사랑한 스파이]에서 M은 그를 알렉시스라고 불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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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안전가옥에 있던 앵무새는 [유어 아이즈 온리]에 나왔던 그 녀석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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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유어아이즈온리]의 마지막 장면에서 "데탕트"가 언급되는데, [리빙데이라이트]에서는 코스코프 장군이 이것에 대한 노골적 반감을 얘기함

  5. 프리 타이틀 액션에서 위스키 J&B의 엄브렐러가 보이는데, James Bond의 이니셜을 연상시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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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스키 J&B? 아니면 James Bond?


  6. 얼티미트 에디션에 포함된 삭제장면 중에 본드가 카펫을 타고 나는(?) 장면이 있음. 이 장면은 러닝 타임을 줄이기 위해 삭제되었음



  7. 002의 시신에 달아놓은 태그와 손더스 시신 근처에 있던 풍선에 적힌 글귀는 "Smiert Spionam"인데, "스파이에게 죽음을"이라는 뜻의 러시아어임. 이것의 약어는 SMERSH인데, 이는 2차대전 당시 실존했던 KGB 산하의 스파이 조직이며, 소설 <카지노 로얄>에서 본드의 손에 山 모양의 문신을 새기기도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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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MERSH… 30년만에 다시 이름을 듣는 조직이닷!


  8. 소설에서 제목을 차용한 거의 마지막 007 영화임. 무려 20년이 지난 뒤에야 [카지노 로얄]에서 다시 소설을 기반으로 한 007 영화가 나옴


  

댓글 5개:

  1. 드뎌 제가 가장 좋아하는 007이 나왔군요. 이걸 보려고 영등포의 삼류극장까지 찾아가 관람했던 알흠다운 추억이 생각납니다. 티모시 달튼도 정말 멋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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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페니웨이™ - 2008/07/01 22:32
    개인적으로 처음 극장에서 본 007 영화라서 상당히 기억에 남습니다.

    이 영화의 대본이 무어-브로스넌-달튼에 대한 혼란을 겪는 통에 차기작 [살인면허]에서의 그의 이미지가 빛을 잃어버렸죠.



    (개인적으로는) 액션만 좀 보강하고 한 편 더 찍었으면 정말 멋진 본드가 되었을 것이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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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막판에 너무 얻어터져서 좀 안쓰러웠지 말입니다.

    기존의 제임스 본드와는 좀 분위기가 많이 달라서 당황스러웠던 기억이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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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쌀국수 - 2008/07/02 20:51
    [살인면허]를 말씀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죠?

    [리빙…]은 그렇게 많이 얻어터지진 않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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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BLUEnLIVE - 2008/07/02 20:52
    헉~ 그렇던가요?

    음... 왜 이리 헷갈리지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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