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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8월 16일 토요일

007의 M… 여자란 건 어색해요.

전작인 [살인면허]의 흥행실패로 인해 몇 년간 좌초 위기에 빠졌던 007 프랜차이즈는 1995 작인 [골든아이]로 화려하게 부활합니다.

주연 배우의 교체, 시대상황의 반영 및 007 클리셰의 은근한 복귀 등을 무기로 삼은 이 영화에서 특히 두드러진 특성 중 하나는 M여자(주디 덴치 여사)로 교체되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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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적인 등장 장면:

올해 (2008년) 개봉 예정인 [퀀텀 오브 솔라스]에도 덴치 여사의 M이 여전히 나올 예정이니 원조 M인 버나드 리의 기록인 17년간 출연을 깰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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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 Rimington

사실, M 역이 여자로 바뀐 이유(또는 배경) 중 하나가 MI5수장이 당시에 여자였다는 것입니다.

[골든아이]가 기획될 때 스텔라 리밍턴이라는 분이 MI5(007이 소속된 MI6가 아닙니다) 최초의 여성 수장(DG / Director-General)을 맡고 있었는데, 여기서 모티브를 따와서 여성 M을 등장시키게 됩니다.

그래서 그런지 덴치의 M의 패션은 짧은 헤어 스타일, 간결한 귀걸이 등 여러모로 스텔라 리밍턴을 닮았습니다.

참고로, 이 스텔라 리밍턴 여사(정식으로 Dame 작위를 받았습니다)께서는 은퇴 이후 실전 경험을 바탕으로 스파이 소설을 3권이나 집필하셨습니다.
(우리나라에선 전직 국정원장들이 뭐 하고 살고들 있죠? 낙하산?)

그런데, 007 영화의 세상에서는 MI6의 국장은 (남자였음은 물론) 해군 2성 제독(소장)이었습니다. 버나드 리 부터 로버트 브라운 까지 정복을 입고 등장하는 장면에선 언제나 소장 계급장을 달고 나왔더랍니다.


문제는 실제로 영국 해군에서 여성에게 수여한 최고 계급은 준장(1성 제독)이었다는 것입니다. (BBC 뉴스 기사 보기)
그것도 무려 2004년에 와서야 여성 최초로 캐롤린 스테이트 대령이 준장으로 진급한 것이 유일한 경우입니다.

물론, 영화 속의 세상과 실제 세상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닙니다.
하지만, 22편의 영화가 46년동안 나왔다면 전체적인 일관성이나 실제 세상과의 적절한 연결은 유지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게 유지되지 못하니까 보기 어색합니다.

007 영화는 편당 평균 5천만 달러의 제작비가 투입되고, 5억 달러 이상을 벌어들이는 대작 시리즈물이니까요.


  
  

2008년 4월 16일 수요일

007 영화 인물열전 : M

제임스 본드 영화에서 본드에게 명령을 내리고 임무를 관리하는 MI6의 국장은 M으로 불립니다.
버나드 리, 로버트 브라운주디 덴치 여사까지 3명의 배우가 M을 연기했는데, 세 배우의 개성은 뚜렷한 편입니다.

우선, M의 정체(?)에 대해서는 재미있는 점이 있습니다.
현재 M 역을 맡고 있는 덴치 여사는 분명히 앞의 두 배우와 다른 사람입니다.
[골든아이]에서 주코프스키가 본드에게 하는 대사를 들어보면 분명합니다.

Valentin Zukovsky: Still working for MI6, or have you decided to join the 21st century? I hear the new M is a lady!
                           (아직도 MI6에서 일하나, 아니면 21세기에 적응하기로 했나? 새로 부임한 M은 여자라면서!)

그런데, 앞의 두 M인 브라운은 여기에 대한 어떠한 단서도 찾을 수 없습니다.

지금부터 간단하게 3명의 M에 대해 적어보겠습니다.


1. 원조 M : 버나드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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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 Sir. Miles Messervy. A.K.A. M.


능글능글한 제임스 본드를 잡아버리는 카리스마를 보여준, 긴 말이 필요 없는 원조 M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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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첫편인 [살인번호]부터 11번째 영화인 [문레이커]까지 그가 사망하기 전까지 제작된 모든 007 영화에서 M 역을 맡았습니다.
[유어아이즈온리]에서도 그가 M 역을 맡을 것으로 계획되어 있던 상태에서 위암으로 사망하였고, 그에 대한 경의를 표시하는 뜻으로, 다른 배우로 대체하지 않고, 휴가를 갔다는 설정으로 바꿨습니다.
(휴가 중 본드에게 임무지시를 한 것은 수석 보좌관 빌 터너인데, 따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소설 "황금총을 가진 사나이"에서 그의 진짜 이름이 Sir. Myles Messervy라고 나오는데, 영화 [나를 사랑한 스파이]에서도 KGB의 고골 장군과 서로 실명으로 호칭하는 장면에서 같은 이름을 사용합니다.

M: After you, Alexis. (먼저 가시오, 알렉시스)
General Gogol: No, no. After you, Myles. (아닙니다. 먼저 가시오, 마일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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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 먼저, 아우 먼저


즉, 소설 속의 M = 버나드 리의 M임을 알 수 있습니다.


2. 2대 M : 로버트 브라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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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벨쥬의 알을 경매장에서 훔쳤다고? 떽! 잘했네. 그리고, 그건 정부 자산이네. ㅋㅋㅋ


버나드 리에 비해 다소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보여줍니다.
본드의 등 뒤에서 웃는 모습도 보여주고, [살인면허]에서는 도망치는 본드를 슬쩍 보호해주기도 합니다.
앞에서는 좀 더 딱딱해진 것 같지만, 등 뒤에서 보여주는 모습은 자상한 아버지의 이미지에 더 가깝습니다.

그런데, 이 분의 정체는 다소 혼란스러운 면이 있습니다.
이 분은 이 전에 [나를 사랑한 스파이]에서 하그레이브즈 제독으로 출연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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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miral Hargreaves


문제는 원조 M도 해군 제독(Admiral Miles Messervy)이었다는 점입니다.
해군 제독이었다는 점만으로는 M의 정체에 대해서는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합니다.

1. 버나드 리가 은퇴하고서 하그레이브즈 제독이 진급을 했다
2. 배역을 맡은 배우가 바뀌었을 뿐 로버트 브라운의 M과 버나드 리의 M은 동일인물이다.

하지만, 계급을 좀 더 상세하게 뜯어보면 또 다른 혼란이 발생합니다.

원조 M : 소장 / 하그레이브즈 : 중장 / 브라운의 M : 소장  (해군 계급장은 좀 어렵죠?)


하그레이브즈 제독과 브라운의 M이 동일인물이라고 하면 그는 (불명예스럽게도) 강등된 것이 됩니다.
설마 강등되면서 정보부의 수장이 될 리는 없을 것이니, 하그레이브즈 제독과 브라운의 M은 다른 사람으로 보는 것이 맞습니다.

하지만, 원조 M과 브라운의 M은 (계급이 같기는 하지만) 동일인물이라는 근거는 없습니다. (성격도 약간 다릅니다)
여기에 대해 어떠한 설명도 없었기 때문에 은연중에 동일인물일 것이라는 인상을 풍기기만 했었죠. 그런데…


3. 3대 M : 주디 덴치 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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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어스 브로스넌과 함께 새로운 시대의 본드 시리즈를 열게 한 새로운 M을 맡았습니다.
세상이 변하면서 함께 변했다는 것을 표현하는 뜻으로 여성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앞에 이로 인해서 리의 M브라운의 M이 동일인물인가 아닌가에 대한 궁금증만 더 커졌다는 것입니다.

어쨌든, 전임자들과는 다른 이미지의 M을 연기하고 있습니다.
약간의 모성애적인 면이 보이기는 하지만, 좀 더 냉철하고, 정보나 수치에 기반한 이성적인 판단을 주로 합니다.
([리빙데이라이트]를 보면 브라운의 M은 체면을 꽤 중시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카지노 로얄]를 보면 원래부터 제임스 본드를 믿기는 하지만,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하긴, 쫄따구가 자기집 문 따고 들어와서 자기 정보부터 까발리고 앉아있으면 누가 좋아하겠습니까…)





긴 시리즈임에도 불구하고, 단 3명의 배우가 이 역을 맡았다는 것부터 영화 속에서 이 역의 비중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각 영화에서 보면 긴 시간동안 등장하지는 않지만, 충분한 무게감을 보여주어야 하는 역할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