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글을 읽은 뒤에 이 글을 읽으시면 좀 더 재미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최초의 007 소설인 '카지노 로얄(Casino Royale)'은 TV판을 포함하여 무려 3번이나 영화화 되었습니다. 이 중 1967년에 개봉되었던 두 번째 버전은 패러디 영화로서 좋은 평이라고는 하나도 받아보지 못했습니다.
제작자인 찰스 펠드만은 처음에 EON 프로덕션과 공동제작하려고 했다가 공동제작이 불가능해지자 기존 007 시리즈(4편)의 패러디 영화로 만들었기 때문에 기존 007 영화를 패러디한 장면들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40년이 더 지난 지금 와서 보니 특이한 점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에 나온 007 영화의 장면들을 미리 패러디한 장면들이 많이 보이는 것입니다. (엥? 뭥미?)
1. 초반에 본드를 사냥터에서 죽이려고 하는 장면은 [문레이커]에서도 비슷하게 나옵니다.
사냥터임을 표현하기 위해서겠지만, 몰이하는 장면이 먼저 등장한다는 점도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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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원격으로 조종하는 자동차는 [네버다이]에 가서야 처음으로 등장합니다. (대단한 카지노 로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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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에블린 트램블이 거울로 둘러싸인 방에서 코스프레(-.-;;;)를 하는데, [황금총을 가진 사나이]에서 거울방이 나옵니다. (사실, 이 거울방 씬은 이소룡의 걸작 [용쟁호투]를 어설프게 흉내낸 장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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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제임스 본드 경의 딸 마타 본드가 독일에 있는 첩보기관에 잠입했을 때 경매가 열립니다.
경매장면은 [옥토퍼시]에서 등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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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마타 본드가 첩보기관에서 탈출하면서 소화기를 발사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다이아몬드는 영원히]에서 제임스 본드가 밀수업자인 피터 프랭크스를 제거할 때 소화기를 이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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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계속 마타 본드가 첩보기관에서 탈출하는 장면입니다. 난간을 타고 내려가는데, [옥토퍼시]에서 로저 무어 경의 대역(-.-;;;)께서 비슷하게 타고 내려오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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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에블린 트램블(제임스 본드)이 마티스로부터 임무를 시달받을 때 누가 엿듣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세차장 안에서 시달받습니다. [뷰투어킬]에서는 티벳 경이 세차장에서 살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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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에블린 트램블(제임스 본드)이 총으로 샴페인 뚜껑을 따는 장면이 나옵니다.
[황금총을 가진 사나이]에서 스카라망가가 본드에게 얼굴을 비추기 전에 같은 방법으로 샴페인 뚜껑을 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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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미스 굳타이츠(Miss Goodtights)라는 여자가 등장하는데, [황금총을 가진 사나이]에 나오는 제임스 본드의 옛 비서의 이름이 미스 굳나잇(Miss Goodnight)입니다.
사실, 이 이름은 소설 '황금총을 가진 사나이'에도 등장합니다. 즉, 이 영화에서는 007 소설을 패러디한 것입니다. EON의 제작자들도 이 점을 알고 있었는지 [문레이커](1979)에서 닥터 굳헤드(Dr. Goodhead)를 등장시킵니다.
(슬슬 뭐하자는 것인지를 모를 상황으로 들어가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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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사실, 굳타이츠는 적의 첩자입니다. 에블린 트램블(제임스 본드)에게 수면제를 탄 샴페인을 먹여 재웁니다. 이 장면은 [위기일발]에서 그랜트가 타티아나 로마노바에게 수면제를 먹이는 장면을 패러디한 것입니다.
그런데, [카지노 로얄](2006)에서 본드가 강심제를 탄 샴페인을 먹고 쓰러지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이제 정말 누가 누구를 패러디하는지를 감을 잡을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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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트램블은 르 쉬프르가 투시 가능한 특수 썬글라스를 사용해서 패를 읽는다는 사실을 알아챕니다.
그런데, 이런 썬글라스를 [언리미티드]에서 제임스 본드가 사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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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트렘블이 고문당할 때 꿈 속에서 린드가 나타나서 백파이프 총을 난사하며 트렘블을 구해줍니다.
[언리미티드]에서 Q의 사무실에서 이 백파이프 총을 시연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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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본드 경과 머니페니가 카지노 로얄을 탈출하는 과정에서 정신사나운 방에 들어가게 되는데, [황금총을 가진 사나이]에서 스카라망가의 기지 내에서 비슷한 느낌을 주는 곳이 등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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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본드 경이 카지노 로얄 내에 있는 닥터 노아의 기지에서 닥터 노아와 마주쳤을 때 강력한 자석이 내려와 본드 경의 총이 자석에 붙어버립니다.
[나를 사랑한 스파이]에서는 본드가 거대 자석을 조종해 죠스를 붙여버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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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카지노 로얄](1967)이 정신이 없는 패러디 영화입니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 다시 패러디된 장면들을 나열해보니 누가 더 정신이 없는 것인지, 누가 누구를 패러디하는 것인지를 모를 지경입니다.
혹시나 이 영화를 보실 마음이 있으신 분들은 이런 장면을 생각하면서 보시면 좀 더 즐거운 감상이 될 것이라 봅니다. 챠오~
trackback from: ThumbTanic
답글삭제추석연휴의 시작과 함께 허리를 아주 독하게 삐는 바람에 내내 누워만 있었고모처럼 영화, 드라마를 많이 감상할 수 있었다. 옥토씨는 주로 눈이 즐겁거나 아무 생각없이 웃으며 즐길수 있는 영화를 좋아한다.싫어하는 영화는 일관성없는 영화(차라리 초지일관 유치하던가), 결말이 애매모호한 영화(의미없는 썩소로 끝나는 영화), 진행이 더딘 영화 등이다. 잡설..지금까지 가장 재미없게 본 영화는 드라큐라2000 이라는 영화였다. 군바리시절 휴가나와서 봤던걸로...
도대체 불륜님(살려주세요^^;)은 어떻게 이런 대단한 내공을 갖고 계시는지 신기할 따름입니다. 007에 이런 괴작이 있을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이런 패러디를 하나하나 알고 감상하는것 역시 보통 매니아가 아니면 알아차리기 힘들것 같네요ㄷㄷ
답글삭제괴작하면 빠질수 없는 '스티브 오데커크'가 있죠. 모르실리 없겠지만 완전 4차원 감독겸 제작자/영화배우입죠. 예전에 이 괴인의 영화한편을 소개한게 있어 트랙백 쏘고갑니다.
@okto - 2008/04/10 15:08
답글삭제처음 들어본 제목입니다.
좋은(????) 정보 고맙습니다.
(이거 한 편 쓰고는 공황에 빠져 제정신이 아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