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도 얘기했듯이, 저먼 패스는 1일 단위로 계산되기 때문에 하루 종일을 더 쓸 수 있는 상황이었다.
(반대로 얘기하면, 안 쓰면 그대로 하루를 날린다는 뜻임)
호텔에서 짐을 정리하고 나니 약간 피곤하긴 했지만, 그대로 다시 짐을 꾸려 함부르크에 있는 미니어투어를 가기로 했다.
미니어투어(Miniatur Wunderland)는 미니어처 마을이란 점에서 네덜란드의 마두로담과 유사하긴 하지만, 성격은 완전히 다르다.
마두로담은 전쟁기념관의 성격을 띄는 데 반해, 미니어투어는 순수하게 즐기는 곳이다.
또한, 만들어진 시점도 2000년으로 현대인데다, 규모에 있어서도 미니어투어가 훨씬 거대하다.
함부르크 중앙역에 도착하자 마자 인근 지하철 역으로 갔다.
가서 우선 일일권 트램 티켓부터 사려고 하는데, 관광객 한 분이 표를 살 필요가 없다고 해주셨다.
이날 하루 함부르크는 모든 시내교통이 무료란다!! 지화자!
뭔 얘긴진 모르겠지만, 이날 하루 공짜란 뜻이라고 함. 왼쪽에는 함부르크의 존(zone)이 표시되어 있음
미니어투어 주변 역인 바움발(Baumwall) 역에 도착. (공짜는 언제나 즐겁다. 룰루랄라)
함부르크는 엘베 강을 통해 수많은 교역이 이루어지는 물의 도시로, 독일 최대의 항구도시다.
엘베 강을 통한 유람선 관광도 가능하지만... 이 날의 목표와 관련이 적으니 패스.
이런 건 워낙 자주 보는 풍경이라... 패스!
함부르크도 다른 유명한 도시들과 마찬가지로 역사와 전통이 있는 곳이다.
성 니콜라이 성당, 성 카테리네 성당 같은 멋진 곳이 있지만, 다음을 위해 패스... ㅠ.ㅠ
시커먼 게 성 니콜라이 성당, 색이 밝은 쪽이 성 카테리네 성당
미니어투어 쪽으로 가는데, 반가운 차가 한 대 보인다. Z3!
드디어 미니어투어 입구 도착.
개장시간은 8시 30분부터 저녁 8시까지라고 적혀있음.
EINGANG: 입구, AUSGANG: 출구
우선 입장 티켓을 구매.
오늘의 매직 카펫 티켓. 단돈 10€
티켓을 구매한 뒤 안으로 들어가니, 미니어처 마을답게 입구엔 미니어처 자동차를 산더미처럼 갖다놓고 팔고 있다.
사진에 찍힌 정리된 것 외에도 커다란 상자 4개에 잔뜩 또 들어있는데, 애들은 사달라고 난리도 아니다.
그리고, 처음 들어가서 딱 만난 곳은 이름하여 "Kid's Corner"였다.
그런데, 이게 뭐야... 내가 이딴거 보려고 기차 한 시간 타고 온 거임?
실망을 뒤로 하고 다음 방으로 들어가는데, 입이 떡 벌어진다.
다소의 변형이 있긴 하겠지만, 알프스 전체를 미니어처로 만들어놓은 것이다!!! ㄷㄷㄷ
(그렇다! 앞의 방은 Kid's Corner였다! 애들이 가는 곳!)
엄청난 규모에 처음부터 기가 팍 죽는다. (이런! 난 관광객이란 말이다!)
엄청난 규모도 규모지만, 관광객을 더욱 즐겁게 만드는 것은 디테일이다.
알프스 어딘가에 있는 화장실인데, 모든 사람이 서로 다른 옷과 서로 다른 자세, 서로 다른 상황을 보여준다.
이 엄청난 디테일은 미니어투어의 특징 중 하나로 매번 올 때마다 다른 기분을 만끽하게 해주는 원동력이다.
이런 디테일이 있기 때문에 아래와 같이 사람을 함께 촬영하면 어색함이 더욱 커진다.
(물론, 이런 어색함이야말로 잘 만들어진 미니어처 도시에 놀러가는 가장 큰 이유다)
미니어투어의 또 하나의 장점은 모든 볼거리가 동적이라는 점이다.
조명도 변하고, 콘서트장에선 콘서트도 열린다.
이 콘서트장에서 공연을 할 때는 무려 아래와 같은 광경이 펼쳐진다!
여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조명이 계속 바뀌어 낮과 밤이 지나가는 효과를 계속 보여준다.
여기와...
여기처럼...
앞에서도 얘기한 디테일인데... 이 미니어처 산은...
이런 디테일이 있어 더 큰 생생함을 느낄 수 있다.
정말 저기를 가보면 저런 돌멩이가 있을 것 같아 찾아보니 저 돌멩이는 Unpunnen Stone이라는 놈이란다.
현재 미니어투어는 1150㎡의 면적이 7개의 구역으로 나뉘어져있다.
이것이 2014년까지는 면적을 1800㎡로 늘리고, 구역도 10개로 늘리는 작업을 진행중이다.
그 중 하나인 공항을 제작하는 모습을 관객들에게 공개하더라.
한 편으로는 이런 모습도 보여준다.
버튼을 누르면 동작하는데, 보는 사람들마다 배를 잡고 웃어댄다.
물도 멋있게 표현했다.
실리콘을 이용해서 물과 유사한 느낌을 주는데, 은근히 반투명한 것이 정말 물 같지만, 실제로는 투명 실리콘+색소.
심지어는 익사한 사람(!)과 경찰들, 엠뷸런스 등은 물론, 주변에 있는 무관심한 농민들 및 순록(?)까지도 표현했다.
이런 디테일에 사랑놀음이 빠질 수 없다.
열심히 숙면을 취하시는 남녀도 묘사되어 있다!!!
이런 멋진 놀이기구가 가만히 멈춰있으면 애들이 좋아할 리 없다...
따라서 이렇게 움직인다.
건물 안에서 공연을 보는 사람들을 보여주기 위해 과감하게 건물을 반으로 쪼개버리는 신공도 발휘한다.
미니어투어는 함부르크에 있는데, 함부르크 자체도 이 미니어투어에 포함되어 있다.
아래는 함부르크 중앙역.
이곳은 성 카테리네 성당. 여기가 어디냐면 바로... 본 페이지 맨 위에 있는 사진으로만 찍은 곳이다.
결국 안 갔지만, 마치 간 것 같은 생생함을 느끼게 되었다. 얏호!
이런 미니어처 도시들을 만드는데, 축구장이 빠질 수 없다.
(네덜란드의 마두로담과 마찬가지로) 독일이 이기고 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점수가 올라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미니어투어에는 독일만 있는 것이 아니다. (물론, 첫 입구부터 스위스였다!) 미국도 있다.
우주 왕복선 및 우주 탐사선 등의 미니어처가 만들어져있다. 그런데...
이 우주 왕복선은 날아가기도 한다!
CSI: Las Vegas 팀이 빡세게 일하는 라스베가스도 있다.
이 라스베가스의 불야성 역시 리얼하게 묘사되어 있다.
미국을 묘사했는데, 그랜드캐년이 빠질 수 없다.
이 그랜드캐년의 디테일 역시 다른 곳들과 마찬가지로 훌륭한데, 계곡 하나의 묘사에 있어도 장난이 아니다!
같은 곳을 봐도 들여다보기에 따라 전혀 다른 풍경들이 펼쳐진다!
이런 디테일한 묘사는 비단 지구인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심지어는 외계인에 대한 묘사도 섬세하다! (누구 외계인 본 적 있는 사람?)
게다가, 외계인에 의해 살이 찢겨져나간 젖소도 같이 묘사되어 있다.
심지어는 외계인들이 뭔가를 하는 모습도 보여준다. 그게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미니어투어 전체를 한번 보고나서, 밖으로 나와서 숙소로 향했다.
미니어투어에 도착한 시간이 오후 1시 30분 경이었다.
미니어투어를 한 바퀴를 돌아보고 나니, 3시... 약 1시간 30분동안 전체를 한 번 둘러볼 수 있었다.
이제 겨우 오버뷰를 한 상태였지만, 누적된 피로와 내일의 일정을 고려해서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다.
아니나다를까... 기차에서 거의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문제는 브레멘 역이 종착역이 아니기때문에 자칫 잠들어버리면 바보가 될 수 있다는 거.
(하긴, 저먼레일 패스라 내려서 다시 오는 거 타면 되긴 된다마는...)
끝까지 정신을 집중해서 브레멘 역에서 잘 내리고, 숙소까지 무사히 간 뒤 기절해버렸다. ㅎㅎ
그런데, 뒤에 생각해보니, 이 날 함부르크에서 쓴 돈은 단돈 10유로인 거다. 입장료밖에 쓴 게 없더라. 푸헐~
우와 멋지네요!
답글삭제@구차니 - 2009/10/12 09:52
답글삭제정말 멋진 곳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