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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7월 24일 토요일

[인셉션]에서 느낀 다른 영화의 흔적들

[인셉션]의 두번째 감상을 마쳤다.
이제 첫 감상에서 놓쳤던 장면들이 꽤 찾은 것 같기도 하면서, 더욱 미궁에 빠지는 기분이다. 헐~

그런데, 이리저리 다른 영화의 흔적들이 꽤 눈에 띈다. 슬슬 중독되어가는 것 같다.


1. 포스터

[다크 나이트] 포스터 중 가장 인상적이고 무서운 포스터는 바로 조선생 등짝 포스터다.
그런데, 인셉션의 포스터는 이 등짝 포스터와 상당히 닮았다.

서로 다른 감독이 만들었으면, 표절시비라도 터졌을 듯한 포스터…


색의 배치나 전반적 구도부터, 바닥의 물, 하늘의 구름까지…



2. Gravity 그리고, Therapy

놀란 감독은 영문학도답게(런던 대학교 영문학과 출신) 단어의 사용에 신중하다.
[다크 나이트]에서도 need와 deserve라는 단어를 명확히 구분해서 썼다. 엔딩 부근 고든의 대사를 보라.

그런데, 재미있게도 조커가 광기를 설명할 때 사용했던 gravity(중력)이란 표현을 또 사용한다.

Cobb: I hope you do understand the gravity of that request.
코브: 제 요청의 막중함(중력)에 대해 이해해주셔야 됩니다.

굳이 gravity란 단어 대신 다른 단어를 써도 되었을텐데…

또, therapy란 단어도 사용되었다. (정확한 대사는 잘 기억나지 않음. ㅠ.ㅠ)
이 역시 조커가 사용한 단어다.
갱들 모여서 고민하고 있을 때 불쑥 들어와서 group-therapy session(정신병 집단치료) 받냐며 비아냥거렸다.

그렇다. 두 단어 모두 조커가 쓴 표현들이다. 이제 고담시를 넘어 꿈속 세상까지 혼란에 빠뜨리려는 거냣!



3. [배트맨 비긴즈]

와타나베 켄, 마이클 케인 그리고, 킬리언 머피까지 [박쥐선생 시작하다]에서도 활약했던 멤버가 셋이나 출연했다.

이 중 킬리언 머피는 [박쥐선생 시작하다]에서 스캐어크로우 역을 맡으면서 머리에 두건을 뒤집어썼는데, [인셉션]에서도 또 비슷한 걸 뒤집어썼다.

어이, 놀란 선생… 킬리언 머피가 싫으면 얘기하라구. 그렇게 괴롭히지만 말구… (응?)



4. [미행]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장편 데뷰작은 [미행(Following, 1998)]인데, 이 영화에서 주인공과 함께 도둑질을 하는 자의 이름은 코브(Cobb)이다.
(알렉스 호라는 사람이 연기했는데, 다른 직업이 있었으며, 유일무이한 출연작이 [미행]이었음)

[인셉션]에서 디카프리오가 연기한 코브(Cobb)의 직업 역시 도둑에 가깝다.



5. [유주얼 서스펙트]

이 영화는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낚시다.

그런데, [야곱의 사다리], [노웨이 아웃] 같은 수작들과 어깨를 나란히하는 대형 낚시영화 [유주얼 서스펙트]에서 고바야시 변호사 역을 맡았던 명배우 피터 포슬스웨이트가 나온다.
물론, 영화 내에서의 진짜 실명은 알 수 없고, 컵 회사 이름일 뿐이지만. (지금 쓴다고 스포일링이라진 않겠지?)

이 양반도 대형 낚시 영화 전문 배우로 뛰기로 했냐는 생각이 들었다.



6. [여왕폐하의 007]

설산을 배경으로 촬영된 장면들은 다분히 [007] 시리즈를 연상시킨다.
사용된 장비들은 주로 [뷰투어킬]을, 일부 장면은 [나를 사랑한 스파이]의 오프닝 씬을 생각나게 했다.

하지만, 산 위에 지어진 건물은 분명히 [여왕폐하의 007]에 등장하는 스펙터 기지의 변형이었다.
쉴트호른에 있는 피츠 글로리아 말이다.


덧. 이 외에 [다크 시티], [13층], [매트릭스], [라비앙로즈] 등 많은 영화들이 있지만, 너무 잘 알려진 내용은 포스팅 하기 싫음.

2010년 5월 19일 수요일

피츠 글로리아에서의 지름 신고 (스위스 부록 2)

[여왕폐하의 007]의 촬영장소로 유명한 피츠 글로리아에 가서 007 영화와 관련된 것들 몇 가지를 샀다.


1. 술잔

007이라면 술이 빠질 수 없다.
007이 좋아하는 술의 재료들은 이미 갖고 있고... 이번에 지른 건 술잔이다.

3배 빠른 술잔 (응? 그분은 아니잖아!)



2. 재떨이

그리고, 담배가 빠질 수 없다.
최근 영화에선 좀 뜸해졌지만, 제임스 본드는 과다 흡연으로 인해 건강클리닉까지 들어간 헤비 스모커다.

라이터는 좀 없어보여서 포기하고, 재떨이를 샀다.
(스위스 애들도 웃긴 게 1회용 라이터를 판다!!!)



3. 시계

2008년에 스와치에서 007 영화의 악당 컬렉션을 출시했었다.
하나 쯤 사고 싶었는데, 이런 저런 사정으로 지르지 못했다.

피츠 글로리아에 온 김에 하나 지르기로 했다.
산 모델은 당연히 [여왕폐하의 007]의 블로펠드 버전(모델명: YGB1001AG).


오늘 밤은 왠지 [여왕폐하의 007]를 보고싶다.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2010년 1월 11일 월요일

[Bond 23]에서는 눈밭에서 개고생하는 본드를 보면 좋겠다

제임스 본드는 눈밭에서 개고생한 적이 있을까?

개고생의 달인 waiting 박대기 기자... ㅋㅋ


007 영화에서의 스키씬이라면 대부분 [나를 사랑한 스파이]나 [유어아이즈온리] 등의 멋진 씬만을 기억할 것이다.
제임스 본드라면 왠지 눈밭에서 멋진 스키복을 입고 화려한 스키 체이스를 벌여야 자연스러울 것 같다.
눈밭에서 고생하는 제임스 본드라면 왠지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나를 사랑한 스파이]의 전설적인 스키 스턴트 씬


하지만, 최초로 스키 체이스 씬이 도입된 [여왕폐하의 007]을 보면 그렇지 않았다.
그는 눈사태에 휩쓸린 뒤 피앙세가 납치당하고, 언덕에서도 떨어지는 등 온갖 개고생을 겪었다.

눈사태에 휩쓸리고, 언덕에서 떨어지는 개고생 제임스 본드


그 개고생을 겪고 겨우겨우 블로펠드를 해치운 줄 알았지만, 결국 해치우지도 못하고 아내만 잃은 불쌍한 본드였던 것이다.

이제는 다니엘 크레이그의 본드도 스키 한 번 탈 때가 된 것 같다. 그리고, 크레이그 본드라면 왠지 미끈하게 스키 슈트 차려입고 스키를 타는 모습보다는 이런 개고생이 왠지 더 어울릴 듯 하다.

덧. 요즘 눈 때문에 개고생해서 쓴 글은 아니다. 헐~

2009년 7월 12일 일요일

내가 처음 접했던 [007] 영화들 (부제: 내가 리얼리티 007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

태어나서 처음으로 본 007 영화는 [유어아이즈온리]였다.
초등학교 3학년 때 학교에서 필름을 가져다가 강당에서 상영을 해줘서 본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계약 수량보다 많게 즉, 추가로 복사한 필름을 파기하지 않고 갖고 있다 틀어준 것 같음)

어렴풋한 기억에도 뭔가 재미있었던 것 같은데, 특히 기억에 뚜렷이 남는 것은 아래의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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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ony Pictures Home Entertainment. All rights reserved.


이 때만 해도 주인공이 악당을 냉정하게 그냥 제거하는 영화를 본 적이 없었다.
보통은 마지막에 살려두며 위기를 자초하는 뻘짓거리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니까.


두 번째로 본 007 영화이자, 극장에서 처음 본 007 영화는 티모시 달튼의 007 데뷰작인 [리빙데이라이트]였다.
전체적인 구조가 정통 스파이 영화라서 몰입감이 우선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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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ony Pictures Home Entertainment. All rights reserved.


당시에 이소룡에게 한창 빠져있을 때라 액션은 뭔가 2% 부족해보였지만, 서양 배우들 중에 액션을 제대로 찍는 배우는 보기 드문 시절이었기 때문에 한쪽눈을 감아줄 수 있었다.
오히려 눈에 띈 장면은 C-130에서 킬러인 네크로스를 떨어뜨린 뒤에 냉정한 표정으로 말하던 "He got my boot."였다.


이 무렵 정식으로 수입된 007 비디오(VHS)가 비디오 대여점에 출시되기 시작했다.
(그 전까지는 불법복제품이 비디오 대여점에 있었는데, 그 시절엔 집에 비디오 플레이어가 없어 볼 수도 없었다)

비디오 플레이어를 산 기념으로 빌려본 비디오는 [위기일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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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ony Pictures Home Entertainment. All rights reserved.


이 영화는 정말 최고였다.
비록 20년도 더 지난 작품이라 일부 소품이 좀 구식이긴 했지만, 꽉 짜여진 스파이 영화다운 스토리, 한 순간도 눈을 뗄 수 없는 구성 그리고, 정말 무시무시한 킬러 그랜트까지... 최고의 영화였다.
(이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나에겐 최고의 007 영화는 [위기일발]이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영화는 뭔가 [리빙데이라이트]와 많이 닮아있었다.

의도적으로 제임스 본드를 노린 작전, 영국 vs 소련의 구도인 척 하지만, 제 3의 세력이 장난을 친다는 점, 현실적이고 무자비한 킬러... 뒤에 생각해보니 [리빙데이라이트]는 [위기일발]의 정교한 리메이크였던 것이다. (참조 포스트: 007 리빙데이라이트: [위기일발]의 정교한 리메이크)


이후 몇 편의 007 영화를 비디오로 본 후에 극장에서 다음으로 본 007 영화는 (당연히) [살인면허]였다.
이 영화를 보면서 "딱 007이닷!!!"하는 생각이 여러모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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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ony Pictures Home Entertainment. All rights reserved.


특히, 무자비한 적에게 걸맞는 무자비한 제거장면은... 최고의 장면 중 하나였다.
제임스 본드가 악당을 무자비하게 제거한다면 저 정도는 해야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살인이 무슨 장난도 아닌데, 아무리 영화라지만 심하게 장난스럽게 제거하는 장면은 좀 어색해보인다)


007 영화는 [위기일발], [여왕폐하의 007]과 같은 정통 스파이 영화, [골드핑거], [썬더볼]과 같은 액션 어드벤처, [퀀텀 오브 솔러스]와 같은 액션영화까지 다양한 장르로 만들어져왔다.

그런데, 초기에 봤던 리얼리티 스파이 영화들이 영화에 대한 몰입감은 최고였다고 본다.
또한, [살인면허]와 같은 리얼리티가 극대화된 변형 스파이 영화 역시 강한 생명력이 있다.

[퀀텀 오브 솔러스]가 너무 힘이 많이 들어간 액션 영화여서 차기작은 다시 힘을 빼고 유머 코드를 집어넣을 것 같다.
하지만, 과도한 유머를 위해 리얼리티를 버리는 실수는 하지 말고, 균형이 잘 잡힌 영화를 만들어주면 좋겠다.


※ 본 포스트에 사용된 스틸은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 Sony Pictures Home Entertainment에 귀속됨을 알립니다.

2008년 10월 30일 목요일

제임스 본드는 결혼을 몇 번 했을까?

Many lady friends but married only once. Wife killed...
Major Anya Amasova in [The Spy Why Loved Me]

제임스 본드는 결혼을 몇 번 했을까요?

① 안 했다
② 한 번
③ 두 번
④ 세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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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ried only once


우리나라의 여기저기서 볼 수 있는 책 등의 자료를 보면 보통 두 번 결혼했다고 되어있습니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을 해보면 두번째 결혼은 임무수행중의 위장결혼이었기 때문에 한 번이 맞는 것 같습니다.
(두 번이라고 되어있는 수많은 기사들은 영화전문기자분들의 복사-붙이기 신공 때문입니다,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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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봐... 임무수행도 결혼이냐?

제임스 본드는 [여왕폐하의 007]에서 "공식적으로" 트레이시결혼을 합니다.
(결혼식 직후에 블로펠드의 오른팔인 이르마 분트의 총에 사살됩니다)

하지만, [두번산다]에서는 결혼식을 올렸을 지언정, 결혼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단지, 일본의 한 어촌에서 활동하기 위해서 결혼을 할 뿐입니다.
(이 부분이 좀 우스운데, 180Cm가 넘는 가슴에 털난 몸짱 백인이 눈에 뭘 붙이고 분장 좀 한다고 일본인으로 보일까요?)

어쨌든, 이 설정은 소설에서 가져왔으며, 소설에서도 거의 비슷합니다.

소설의 순서는 영화와 반대로 [여왕폐하의 007] 다음이 [두번산다]이긴 하지만, 결혼에 대한 내용은 거의 일치합니다.
[여왕폐하의 007]은 소설을 거의 그대로 스크린에 담은 작품이고, [두번산다]의 경우 원작소설의 설정이 거의 개무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에 잠입해서 위장결혼하는 설정은 살아남았습니다.

또, 그 이후의 작품인 [나를 사랑한 스파이]에서 아마소바 소령 및 [살인면허]에서 필릭스의 대사에도 딱 한 번 결혼했다는 내용이 언급됩니다.

하지만, 이러한 복잡한 얘기는 [카지노 로얄]과 함께 정리되었습니다.
[카지노 로얄]을 제작하면서 dossier 페이지를 일부 갱신했는데, 이 때 제임스 본드의 결혼 기록이 리셋된 것입니다.

아래에 보시다시피, 공식적으로 제임스 본드는 결혼하지 않았습니다.
[여왕폐하의 007]은 아직까진 먼 훗날의, 아직 벌어지지도 않은 얘기일 뿐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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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nd has never been married!!!!!


결론적으로, 본 포스팅의 처음에 올린 질문의 답은 ① 안 했다입니다.

 

2008년 5월 28일 수요일

여왕폐하의 007: 저주받은 수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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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훈: The World Is Not Enough

이 영화의 원작소설 <여왕폐하의 007>은 첫 메이저 007 영화였던 [살인번호]가 제작되고 있을 때 집필된 작품입니다.

이 소설을 통해 앞에 집필된 <썬더볼>에 등장시켰던 스펙터(및 블로펠드)와 제임스 본드 간의 관계는 더욱 가까워지고, 서로에 대한 원한은 깊어가게 되고, 본드의 캐릭터는 더욱 입체감을 갖게 됩니다.

약간의 변화는 있지만, 영화 [여왕폐하의 007]은 이 작품을 거의 그대로 스크린에 담았으며, 이전의 3작품(또는 2작품)에서 너무 눈만 즐거운 007 영화로 변질되었던 것을 다시 원래 기조인 스파이 스릴러로 돌아오려 시도한 작품입니다.

하지만, 이 작품은 본드 역을 맡은 조지 래젠비는 션 코너리 경의 오라를 지워내지 못하는 등의 이유로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주지 못합니다.

(경제적인) 흥행에 실패했다는 말도 있는데, 그렇지는 않습니다.
이 작품은 전작인 [두번산다]에 비해 수익이 적기는 했지만, [두번산다]는 이미 [썬더볼]에 비해 수익이 줄었던 상태로 내리막은 시작된 상태였거든요. 게다가 투자금액의 12배가 넘게 벌어들였기 때문에 흥행에는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관객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지 못했기 때문에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다고도 많이 얘기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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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007 영화의 투자금액, 수익 및 현재 기준으로 환산한 수익 - Wikipedia.org 참고


1. 줄거리

제임스 본드는 블로펠드 제거 작전인 베들램 작전이 지지부진한 것에 대해 질책을 받습니다.
본드는 우연히 트레이시라는 여자가 자살하는 것을 막지만, 갑자기 달려든 조폭들에게 끌려가, 최대 규모의 범죄조직인 유니온의 두목 드라코를 만나게 됩니다.
드라코는 트레이시의 아버지인데, 본드에게 딸의 정신적 안정을 위해 결혼을 제의하나, 본드는 결혼을 거절하고 치료를 위해 친구로 지낼 것을 약속합니다.
드라코는 블로펠드의 본거지가 스위스 어딘가에 있다는 정보를 알려주고, 본드는 추적 끝에 블로펠드가 성형수술을 통해 얼굴과 일부 특징을 바꾸고 문장원(College of Arms)을 통해 블뤼빌 가문의 후손이라는 것을 증명해서 완전하게 잠적하려고 한다는 사실을 알아냅니다.
문장원의 대표인 힐러리 경을 대신해서 블로펠드의 기지에 간 본드는 블로펠드가 생화학무기를 퍼뜨릴 준비를 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붙잡히지만, 스키를 타고 탈출하며, 탈출 과정에서  트레이시를 만나 함께 탈출에 성공하고 청혼을 합니다.
영국으로 돌아온 본드는 유니온 조직의 도움을 받아 블로펠드의 기지를 초토화시키고 블로펠드를 사살하려 하지만, 블로펠드는 탈출합니다.
임무를 완수한 제임스 본드는 트레이시와 결혼하지만, 신혼여행을 가는 도중에 블로펠드에게 습격을 받고, 이 습격으로 제임스 본드의 아내인 트레이시 본드죽임을 당합니다.


2. 영화화 과정의 난제들

a. 촬영 타이밍 맞추기가 어려웠음

이 영화는 제임스 본드 영화 중 최초로 클라이막스 장면의 배경이 설원인 영화입니다.
문제는 당시에는 007 영화를 1년에 한 편씩 찍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촬영 이후에 편집하는 시간을 고려하면 설원을 배경을 촬영하는 영화를 1년 간격으로 내놓는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고 이러한 이유때문에 영화화가 계속 지연되었습니다.


b. 션 코너리 경의 재계약 거부

전작인 [두번산다]를 촬영하면서 션 코너리 경이 "재계약은 없다!"고 선언을 해버렸습니다.
덕분에 다음 작품의 선정보다는 '시리즈를 계속 제작할 것이냐', '계속한다면 배우는 누구로 교체할 것이냐' 등의 고민이 우선되었습니다. 결국 1968년에는 007 영화가 나오지 않았고, 이 영화는 1969년에 개봉됩니다.

※ 코너리의 재계약 거부의 원인으로 추정되는 원인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추정일 뿐입니다!)
    ① 코너리는 스키를 전혀 못타고 오히려 스키를 두려워함   ② 1년에 한 편 촬영이 육체적으로 너무 힘듬


c. 전작과 연계성이 떨어짐

[여왕폐하의 007]은 이런 저런 사정으로 [두번산다]의 (전편이 아닌) 속편이 되어버렸습니다.
소설에서 두 작품의 구성을 보면 이 점은 이 작품의 정체성에 커다란 상처를 남기게 되었습니다.

※ 아마 [두번산다]의 주연이 코너리만 아니었으면 [두번산다]가 정체불명의 007 외전으로 남았을 것입니다.


3. 흥행부진(?)의 원인

앞에서 적었듯이 이 작품은 흥행면에서는 부진한 영화가 결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흥행 부진이라고 하고, 이미지 구축은 실패했으므로 흥행부진이라고 표현하겠습니다.

a. 과장된 액션이 오히려 어설퍼보임

조지 래젠비는 무려 3000:1의 경쟁을 뚫고 본드역을 맡은 배우입니다.
그는 군에서 격투기 교관을 지냈고, 스크린테스트에서는 실제로 상대의 코를 부러뜨리는 등 강한 육체적 능력을 보유했습니다.

게다가 감독인 피터 헌트는 이전 007 영화들의 편집을 맡았는데, 당시의 다른 영화와는 달리 액션 장면이 영화의 흐름을 끊지 않도록 편집하여 영화의 호흡을 빠르게 만들었던 실력파 편집자였습니다.
(당시의 영화들은 편집 기술의 부족으로 액션이 나오면 영화의 흐름이 느려지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최고의 감독과 최고의 능력을 갖춘 배우가 만나 하던대로만 했어도 충분했을텐데, 액션 부분을 좀 더 빠르게 처리하려고 하다보니 과장되어 보이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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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을 쭉 뻗고 올려치면 액션은 커보이지만… 아파보이지 않는다는 거…


지금의 눈으로 액션을 봐도 액션 자체의 구성은 괜찮은 편입니다.
하지만, 너무 가까이서 찍은 액션, 너무 짧게 편집된 화면 그리고, 전혀 어울리지 않는 배경음 (총소리도 아니고 이건 뭐…) 등으로 인해 마치 초등학생을 액션스타로 만들기 위해 과장한 듯한 느낌이 나서 오히려 제임스 본드가 약하고 어설퍼보입니다.


b. 난무한 언론의 추측 및 과장보도

당시 언론은 래젠비를 자주 코너리와 비교하면서 사소한 꼬투리를 계속 잡으려고 시도했습니다.
(다니엘 크레이그도 이 부분은 비슷했습니다만, 그는 태연하게 씹어버리고 훌륭한 결과를 보였습니다)

심지어는 배우들 간에 했던 농담마저도 기사의 제목으로 올라가는 촌극도 벌어졌습니다.
하루는 트레이시 역을 맡은 다이아나 릭이 키스신을 찍으면서 "나 마늘 먹었는데, 당신도 먹을래요?" 하면서 농담을 했는데, 다음날 신문 제목이 "릭, 래젠비가 싫어 마늘을 먹다" 였을 정도였습니다.


c. 래젠비 스스로 함정을 팜

래젠비는 상당부분의 스키나 액션 장면에서 직접 촬영을 고집했습니다.
좀 더 사실적인 모습을 보이고 싶다는 고집이었지만, 제작자들은 이것을 치기로 치부했습니다. 그러다 스키 장면을 촬영하면서 팔이 부러지는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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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지긴 한데… 다 직접 촬영할 필요까진 없다는 거…


제작자들이 대역을 선호하는 이유 중 하나는 배우가 부상을 입으면 촬영 일정이 지연된다는 점이었는데, 이 초보 배우는 그 점을 전혀 몰랐던 것입니다. (군인정신… 흠좀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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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회장의 릭과 래젠비

게다가, 1970년대가 되면 턱시도를 입고 세계 평화를 지킨답시고 설치는 이 스파이가 인기를 끌지 못할 것이고 자신의 배우 캐리어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판단해서 추가 계약서에 사인을 하지 않습니다.
(제작사인 UA에서 그를 싫어했다는 면도 있었지만, 한 편으로 물러날 결정래젠비 스스로가 한 것입니다)

영화의 길이가 너무 길어진 나머지 감독이었던 피터 헌트는 재미있는 결정을 하게 됩니다.
바로 [여왕폐하의 007]은 결혼식으로 끝내고, 트레이시의 살해장면은 다음 작품인 [다이아몬드는 영원히]의 오프닝으로 돌린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하면 [두번산다]에서 해결하지 못한 복수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계획은 래젠비가 결국 계약서에 사인을 하지 않음으로 인해서 무산되어버립니다.


4. 이 영화의 장점

이 글의 제목에도 적었듯이, 이 영화는 범작의 수준은 넘는 작품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걸작의 반열에 들 작품까지는 아니지만, 충분히 수작이라고 불릴만한 수준의 작품입니다.

물론, 이러한 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가장 큰 원인은 이언 플레밍의 원작에 있습니다.

a. 최초로 본드의 내면을 보여준 작품

원작 소설에서는 <카지노로얄> - <여왕폐하의 007> - <두번산다>의 연결을 통해서 제임스 본드라는 "인간"의 내면 특히, 여성관에 대한 묘사가 잘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카지노 로얄>은 판권이 없고, <두번산다>는 희화되었기 때문에 하지 못한 내면을 최초로 제대로 그렸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영화 [카지노 로얄]에서의 다니엘 크레이그는 정말 운이 좋은 배우입니다)


b. 오랜만에 깜찍한 소도구를 배제하고 제대로 만든 스파이 영화

[골드핑거]와 [썬더볼]을 통해 너무 많은 소도구를 등장시켰다가 [두번산다]에선 어줍잖은 소도구만 보여줘서 실망을 줬는데, 이 작품에 와서야 이런 소도구를 배제하고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게다가, 블럭버스터 액션/어드벤처의 색깔을 버리고 스파이 스릴러로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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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출을 위해 호주머니를 뜯어내는 맨손의 마법사 제임스 본드


c. 스파이 활동과 스펙터클 액션의 배치가 적절함

스파이 영화로 돌아왔지만, 스펙터클 액션을 상당수 유지해서 눈은 여전히 즐거운 영화입니다.
특히 설원을 배경으로한 장면들은 지금 봐도 멋집니다.


d. 최초로 스펙터클한 "스키 액션"을 보여준 작품

션 코너리 경이 스키를 타지 못했고, 1년마다 한 편씩 나와야 하는 리듬도 맞춰야 하는 등, 여러 가지 이유로 본드 영화에서는 스키 액션을 볼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 최초로 스펙터클 스키 액션을 볼 수 있습니다.


e. 본드의 액션이 빨라 지루하지 않음

[위기일발] 때와는 달리 [두번산다]의 코너리의 액션은 느리고 밋밋했습니다. 하지만, [여왕폐하의 007]에서는  액션이 느리거나 밋밋해 지루하지는 않습니다. (너무 빨라서 편집한 티가 난다는 것이 문제지요)
[여왕폐하의 007]에서 액션이 어색해보이는 장면이나 음향은 순전히 제작진의 오버가 원인입니다.


f. 본드 주변 인물들의 연기가 자연스러움

이전 작품들과는 달리 이 작품에서는 블로펠드나 드라코, 트레이시의 주요 조연을 캐스팅하면서 연기력이 확인된 배우를 기용했습니다. 그 점은 상대적으로 연기가 미숙한 래젠비를 보완해주는 등 "영화"로서의 수준이 떨어지지 않은 결과를 보여줍니다.


5. 잘 알려지지 않은 뒷이야기

a. 조지 래젠비는 본드 역에서 잘린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재계약을 포기함

앞에도 충분히 적었으므로 간단하게 요약하겠습니다.
영화의 평이 좋지 않아 EON에서 래젠비와의 재계약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 영화 제작 과정에서 래젠비가 계약을 질질 끌다가 한 편만 계약하고 끝내버렸습니다.


b. 플레이보이 잡지는 그냥 등장한 것이 아님

사용자 삽입 이미지

흠냐리~ 에겅 좋아라~


이 장면… 그냥 등장한 장면이 아닙니다.
이언 플레밍의 소설 중 최초로 플레이보이 지에 연재된 소설이 <여왕폐하의 007>이었습니다.
(다음으로 연재된 것은 <두번산다>입니다)

연재에 대한 예우로 이 장면을 삽입한 것입니다.

※ 다음작인 [다이아몬드 삽질]에서 본드의 플레이보이 클럽 회원증을 보여주는데, 이 장면의 우스꽝스런 패러디일 뿐입니다.


c. 영화화가 가장 많이 지연되었던 작품

이 영화는 최초에 첫 영화로도 구상이 되었습니다.
이언 플레밍이 <썬더볼>을 첫 영화로 생각했다가 맥클로리와 한바탕 법정소송을 벌이면서 다음으로 생각한 작품입니다.
하지만, 아직 집필되지도 않아 자연스럽게 두 번째 작품으로 밀려났습니다.
(플레밍은 본드의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만들기 위해 본드와 여자의 관계를 초반에 묘사하고 싶어한 것 같습니다)

두번째 작품을 고르려고 하는데, 플레이보이 지에서 J. F. 캐네디 대통령의 애독서에 관한 기사가 나왔는데, 그 중에 <위기일발>이 들어있었습니다. 당연히 차기작은 [위기일발]이 되고, 이 작품은 또 자연스럽게 뒤로 밀렸습니다.

다음으로 [골드핑거]의 차기작 즉, 4번째 영화로 예정되었는데, 일정이 맞지 않아 [썬더볼]이 제작되고 5번째로 밀렸습니다.

여기서 문제가 터지는 것이죠. 다시 한 번 일정 문제가 발생하면서 [두번산다]에 밀려 6번째 작품이 되고, 연속성의 문제, 캐릭터의 입체성이 몽땅 깨져버리는 상황이 전개되어버립니다.


d. 우리나라에서 제목이 가장 많이 잘못 해석된 작품

최초 극장개봉시 제목은 [여왕과 007]이었습니다. 일본 개봉 제목을 그대로 갖고온 것입니다.
그러다가 비디오/DVD가 나올 때는 [여왕폐하 대작전]이 되어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제목은 너무나 안드로메다에 사는 2mb 공주의 수준 번역입니다.
이 영화에는 여왕폐하는 전혀 등장하지 않습니다.
원제는 On Her Majesty's Secret Service인데, Her Majesty는 물론 여왕폐하라는 뜻입니다.
Secret Service는 비밀요원, 여기선 물론 007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앞에 On이 붙어있으니 [여왕폐하의 비밀요원으로서] 정도가 내용으로 보나 뭘로 보나 정확한 번역입니다.
꼭 직역을 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니 약간 의역을 해서 길이를 줄이면 [여왕폐하의 007] 정도가 적절한 번역이 될 것입니다.


6. 이 외에 또 잘 알려지지 않은 간단한 얘기들

  1. 본드가 힐러리 경으로 위장한 모든 장면에서는 힐러리 경을 연기한 조지 베이커가 목소리를 더빙함

  2. 피즈 글로리아(블로펠드의 본거지)에서 사용한 소형 카메라는 미놀타 사에서 만든 실제 카메라임

    사용자 삽입 이미지

  3. 드라코의 목소리는 더빙되었음

  4. 블로펠드 역을 맡은 텔리 사발라스는 고소공포증이 있었고, 계약서에 비행기를 탄다는 항목도 없었지만, 매일 피즈 글로리아까지 리프트를 타고 올라갔음

  5. 피즈 글로리아의 높이는 3km 정도임

  6. M 역의 버나드 리는 결혼식 장면 촬영 중에 말(馬) 때문에 부상을 입었음

  7. 빅 암스트롱이 본드의 스키 대역을 맡았음
    (이 분이 누군지 궁금하시면 인디4 리뷰: 존스 박사와 제작진을 위한 변명을 참고하세요)

  8. 본드 가문의 가훈은 The world is not enough이라 나옴
    (물론 브로스넌 주연으로 영화화될 때 사용한 제목입니다)


7. 소설과 영화의 차이점

  1. 소설에서는 베들램 작전에 대해 M이 설명하면서 본드를 질책하지만, 영화에서는 작전에 대한 설명은 없고, 작전 진행이 지지분진한 것에 대한 질책만 나옴

  2. 소설에서는 <카지노 로얄>에서 죽은 베스퍼 린드의 묘에 매년 간다는 얘기가 나오지만, 영화에서는 나오지 않음
    (당연하겠죠?)

  3. 소설에서는 블뤼빌 가문으로 입적(?)하려고 하지만, 영화에서는 블로샹 가문으로 입적하려 함

  4. 소설에서는 트레이시와 본드는 알프스에서 함께 탈출하며, 이르마 분트가 블로펠드의 애인인 것으로 나오지만, 영화에서는 트레이시가 붙잡히고, 블로펠드가 트레이시에게 작업을 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