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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7월 12일 일요일

내가 처음 접했던 [007] 영화들 (부제: 내가 리얼리티 007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

태어나서 처음으로 본 007 영화는 [유어아이즈온리]였다.
초등학교 3학년 때 학교에서 필름을 가져다가 강당에서 상영을 해줘서 본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계약 수량보다 많게 즉, 추가로 복사한 필름을 파기하지 않고 갖고 있다 틀어준 것 같음)

어렴풋한 기억에도 뭔가 재미있었던 것 같은데, 특히 기억에 뚜렷이 남는 것은 아래의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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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ony Pictures Home Entertainment. All rights reserved.


이 때만 해도 주인공이 악당을 냉정하게 그냥 제거하는 영화를 본 적이 없었다.
보통은 마지막에 살려두며 위기를 자초하는 뻘짓거리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니까.


두 번째로 본 007 영화이자, 극장에서 처음 본 007 영화는 티모시 달튼의 007 데뷰작인 [리빙데이라이트]였다.
전체적인 구조가 정통 스파이 영화라서 몰입감이 우선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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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ony Pictures Home Entertainment. All rights reserved.


당시에 이소룡에게 한창 빠져있을 때라 액션은 뭔가 2% 부족해보였지만, 서양 배우들 중에 액션을 제대로 찍는 배우는 보기 드문 시절이었기 때문에 한쪽눈을 감아줄 수 있었다.
오히려 눈에 띈 장면은 C-130에서 킬러인 네크로스를 떨어뜨린 뒤에 냉정한 표정으로 말하던 "He got my boot."였다.


이 무렵 정식으로 수입된 007 비디오(VHS)가 비디오 대여점에 출시되기 시작했다.
(그 전까지는 불법복제품이 비디오 대여점에 있었는데, 그 시절엔 집에 비디오 플레이어가 없어 볼 수도 없었다)

비디오 플레이어를 산 기념으로 빌려본 비디오는 [위기일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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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ony Pictures Home Entertainment. All rights reserved.


이 영화는 정말 최고였다.
비록 20년도 더 지난 작품이라 일부 소품이 좀 구식이긴 했지만, 꽉 짜여진 스파이 영화다운 스토리, 한 순간도 눈을 뗄 수 없는 구성 그리고, 정말 무시무시한 킬러 그랜트까지... 최고의 영화였다.
(이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나에겐 최고의 007 영화는 [위기일발]이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영화는 뭔가 [리빙데이라이트]와 많이 닮아있었다.

의도적으로 제임스 본드를 노린 작전, 영국 vs 소련의 구도인 척 하지만, 제 3의 세력이 장난을 친다는 점, 현실적이고 무자비한 킬러... 뒤에 생각해보니 [리빙데이라이트]는 [위기일발]의 정교한 리메이크였던 것이다. (참조 포스트: 007 리빙데이라이트: [위기일발]의 정교한 리메이크)


이후 몇 편의 007 영화를 비디오로 본 후에 극장에서 다음으로 본 007 영화는 (당연히) [살인면허]였다.
이 영화를 보면서 "딱 007이닷!!!"하는 생각이 여러모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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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ony Pictures Home Entertainment. All rights reserved.


특히, 무자비한 적에게 걸맞는 무자비한 제거장면은... 최고의 장면 중 하나였다.
제임스 본드가 악당을 무자비하게 제거한다면 저 정도는 해야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살인이 무슨 장난도 아닌데, 아무리 영화라지만 심하게 장난스럽게 제거하는 장면은 좀 어색해보인다)


007 영화는 [위기일발], [여왕폐하의 007]과 같은 정통 스파이 영화, [골드핑거], [썬더볼]과 같은 액션 어드벤처, [퀀텀 오브 솔러스]와 같은 액션영화까지 다양한 장르로 만들어져왔다.

그런데, 초기에 봤던 리얼리티 스파이 영화들이 영화에 대한 몰입감은 최고였다고 본다.
또한, [살인면허]와 같은 리얼리티가 극대화된 변형 스파이 영화 역시 강한 생명력이 있다.

[퀀텀 오브 솔러스]가 너무 힘이 많이 들어간 액션 영화여서 차기작은 다시 힘을 빼고 유머 코드를 집어넣을 것 같다.
하지만, 과도한 유머를 위해 리얼리티를 버리는 실수는 하지 말고, 균형이 잘 잡힌 영화를 만들어주면 좋겠다.


※ 본 포스트에 사용된 스틸은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 Sony Pictures Home Entertainment에 귀속됨을 알립니다.

2008년 11월 7일 금요일

[퀀텀 오브 솔러스]: 소설에 다가가려 노력한 007 영화

스포일러가 조금 있는 리뷰입니다.
아직 관람을 하지 않으신 분들은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1. 제목

영화와 주제곡 모두 처음부터 이상한 점이 있는데, 제목의 의미를 알 수 없다는 점입니다.
일단, 퀀텀 오브 솔러스(Quantum of Solace)라는 제목은 조직의 이름이 퀀텀이란 점을 제외하곤 영화에서는 아무런 의미를 보여주지 않습니다.
또한, 주제곡 Another Way To Die라는 제목 역시 이 영화의 주제곡 제목이란 생각이 전혀 들지 않을 정도로 생뚱맞습니다.

굳이 끼워맞춘다면 도미닉 그린이 본드가 생각하지 않는 방법으로 죽었다는 뜻일까 몰라도 말이죠.



2. 건배럴씬


처음부터 당황을 한 것이 [퀀텀 오브 솔러스]의 오프닝에서 [카지노 로얄]과 마찬가지로 건배럴 씬으로 시작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이 부분은 [카지노 로얄]은 아직 제임스 본드가 00 요원으로서의 자격을 갖추자 마자 즉, 2명을 제거하자마자 건배럴 씬을 보여주어, 건배럴 씬은 007 제임스 본드의 상징이란 의미를 부여한 직후라 다소 모호합니다.

아마도 사적인 복수나 마음의 짐을 덜어내는 등 성격 형성 과정이 완료되고 나서야 진정한 제임스 본드라는 뜻을 품고 있는 것 같습니다.


3. 주제곡


이번 [퀀텀 오브 솔러스]의 주제곡은 역대 007 영화의 주제곡 중에서 뒤에서 순위권이란 생각이 많이 듭니다.
멜로디도 그렇게 몰입감을 느끼게 해주는 것도 아니었지만, 특히, "워어어어~"하는 부분은 "가사 쓰기 귀찮아서" 그렇게 구성했단 생각이 절로 듭니다.

게다가, 클래식한 느낌의 영화의 방향과 전혀 맞지 않은 느낌이란 점까지 보면 음악이 좋은 평을 받을래야 받을 수 없다는 것은 명확합니다.


4. 악당


이 영화에서 정말 문제는 악당이 누구인지 모르겠단 점입니다.
화이트는 "We have people everywhere"라고 빈정대긴 하지만, 정작 퀀텀의 사람들은 화이트 한 명을 제외하고는 악당다운 뚝심과 끈기라곤 찾아볼 수 없습니다.

내가 좀 깡다구가 있긴 하쥐


어떠한 고문에도 불지 않고 버티려는 모습의 "쫄따구" 화이트와 달리 주적인 도미닉 그린은 그저 본드랑 차 한 번 탔을 뿐인데 술술 불어댑니다.
(뭐, 이 부분 역시 너무 생략해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 수 없지만요...)

앞부분엔 마치 그린이 퀀텀의 두목인 듯한 인상을 살짝 풍기려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제거되는 모습을 보면 그 역시 까불어대는 악당 중 하나란 생각도 듭니다.

결국 화이트는 본드와 마주치지도 않고 지나가는데, 다음편엔 꼭 다시 만나서 끝장을 보면 좋겠습니다.


5. 구성

영화의 구성에서 좋지 않은 평가를 받는 부분이 전체적으로 뭘 말하는지 모르겠다는 점입니다.
즉, 화이트를 족쳐 퀀텀이 뭔지 알아냈는데, 막상 퀀텀과의 관계는 사업 하나를 방해한 것이 전부입니다.

게다가 퀀텀이란 조직의 정체를 관객들에겐 전혀 얘기해주지 않아 오히려 드라마 쪽으론 한쪽이 비어있는 느낌도 줍니다.

그런데, 다른 관점에서 보면 퀀텀을 3부작으로 만들고 이 중 2편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이는 이미 007 소설에서 등장했지만 영화세계에선 묻혀버린 3부작을 복귀시키려는 것 같습니다.

블로펠드 트릴로지를 이루는 <썬더볼> - <여왕폐하의 007> - <두번산다>의 구조를 보면,
1. 조직의 큰 사업을 막아내며 조직의 정체를 발견
2. 조직을 궤멸수준으로 파괴시키나, 아내가 피살당함
3. 마지막 끄나풀을 찾아내서 피튀기는 싸움을 통해 복수
의 탄탄한 구성을 갖췄습니다.

그런데, [카지노 로얄]과 [퀀텀 오브 솔러스]를 퀀텀 3부작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1. 조직의 이름도 전혀 모르고 이용만 실컷 당하다가 마지막에 겨우 살아남
2. 조직의 큰 사업을 막아내며 조직의 정체를 발견
3. 조직을 궤멸수준으로 파괴시킴
의 구성을 위해 만들어진 플롯이 아닐까 합니다.

하지만, 일부 캐릭터나 구성이 낭비된 모습이 보였다는 점은 아무리 생각해도 아쉽습니다.
특히, 영국 수상 보좌관의 비서를 제거했는데, 알고 보니 요원이더라는 내용이나, 사무직인 필즈 요원이 괜히 본드와 숙면을 취한 다음 그린에게 까불다가 기름 뒤집어쓰고 죽는 내용 등은 안 들어감만 못한 장면인 것 같습니다.


6. 액션


관객분들 중에는 [퀀텀 오브 솔러스]의 액션이 지루했다는 평도 있더군요.

하지만, 그렇지는 않다고 봅니다.
댄 브래들리가 촬영한 아날로그 액션은 스피디하고, 초반부 액션들은 숨쉴 틈을 주지 않고 배치되어 몰입감을 최대한 높여줬습니다.

[본 슈프리머시]와 [본 얼티메이텀]의 스턴트를 감독하며 보여준 그의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합니다.
(흔히 최근 007 두 편과 본 시리즈의 액션을 비교하는데, 스턴트 감독이 같은 분입니다. ^^;;;)

하지만, 문제는 전체적으로 드라마와 조화가 잘 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앞부분에 쉴새 없이 액션을 몰아치다 다시 드라마로 넘어간 뒤에도 가끔씩 액션을 보여주어 긴장감을 늦추지 않게 배치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엔딩 직전에 베니스 액션 씬을 집어넣는 등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했던 전작 [카지노 로얄]과 비교되게, 불탄 건물에서 탈출하는 본드의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사실 이 장면은 [뷰투어킬]의 불난 시청 건물 탈출씬의 오마주인데, 그 장면이 무어 할아버지가 다찌마리를 소화하지 못해 삽입되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후반부에 힘이 빠진 원인 중 하나라고 판단됩니다.


7. 클래식 및 소설의 귀환



전술했던 강력한 악당 트릴로지 외에도 본드의 아이콘인 월터 PPK, 친구의 죽음에 대한 복수 등 이번에도 많은 부분에서 클래식한 모습으로 돌아가기 위한 흔적이 보입니다.
특히, 르네 마티즈는 원작에서의 필릭스 라이터를 대신하여 희생됨으로서 복수에 더욱 민감해지는 제임스 본드의 캐릭터 완성에 일조하리라 봅니다.

또한 영화 속에서 계속 등장하지만, 직책이나 근무지를 도통 알 수 없었던 필릭스 라이터가 적절한 근무지와 직책을 부여받는 것은 핵심 캐릭터의 입체감과 현실감을 키우는데 일조합니다.
(소설에서는 2번째 작품인 <죽느냐 사느냐>에서 상어에게 물어뜯깁니다. ㅡㅡ;;;)

한편으로, 약간이나마 정치적 이슈를 끌어들인 점 역시 소설 속의 제임스 본드와 비슷해지려는 노력입니다.
(걸작 007 소설 <위기일발>은 사실 영국 MI6와 소련 KGB의 피튀기는 한판 승부였습니다. 정치적 중립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고 말이죠.)


8. 오마쥬

[퀀텀 오브 솔러스]는 여러 007 영화의 장면을 오마주했는데, [어나더데이]의 삽질 패러디와는 달리 적절히 품위있는 오마주를 보여줍니다.
뭐, 전술했던 [뷰투어킬]의 오마주는 좀 실망이긴 했지만 말이죠.

대략 [위기일발], [골드핑거], [나를 사랑한 스파이], [문레이커], [뷰투어킬], [리빙데이라이트], [살인면허]의 7편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문레이커]의 오페라장 대결, [뷰투어킬]의 화재건물 탈출, [위기일발]의 보트신 오마주 장면들



2008년 7월 2일 수요일

007 살인면허: 실패로 끝난 "소설로의 회귀"의 아쉬움

제가 [위기일발]에 이어 두번째로 좋아하는 007영화입니다.
 
이 영화의 흥행실패는 (EON 프로덕션에게는 물론) 저에게도 큰 충격이었습니다.
 
이 영화가 왜 흥행에 실패했는지는 시간이 훨씬 지난 다음에야 알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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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소설에 기반을 둔 (거의) 마지막 작품

[카지노 로얄]은 워낙 특이한 경우라 제외하고 보면 [살인면허]는 소설에 소재를 둔 007 영화 중 거의 마지막 작품입니다.

필릭스 라이터가 상어에게 공격당하는 부분은 소설 <죽느냐사느냐>의 한 장면으로, 본드의 눈이 뒤집어져 복수를 감행하는 계기가 됩니다.
하지만, 영화 [죽느냐사느냐]는 이 부분이 빠져있어 힘이 쭉 빠져버렸는데, 이 내용이 드디어 [살인면허]에서 나옵니다.


1. 영화 [살인면허]의 장점

a. 특장점: 원작 캐릭터와 분위기로의 완전한 회귀

[여왕폐하의 007]. [유어아이즈온리]에서도 있었던 원작으로의 회귀를 시도한 작품입니다.
소설 전체에서 가장 거친 장면을 도입부에 사용하였는데, 이는 티모시 달튼의 거친 이미지와 딱 맞아떨어졌습니다.

특히, 필릭스와 배신자 킬리퍼가 상어에게 물리는 장면에서 물리는 광경을 바라보는 등장인물들의 눈빛을 보면 달튼의 본드는 악당쪽에 훨씬 가까우며 비정하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b. 소설에서 가져온 설정을 적절히 사용

앞에 적었듯이, 필릭스 라이터는 상어에게 물리게 됩니다. (영화 [죽느냐 사느냐]와 같은 배우가 필릭스 라이터 역을 맡습니다)
이것만으로는 다소 부족했는지, 샤키(Sharky)도 살해당합니다. (샤키는 사실, 소설에서의 쿼럴과 동일인물이라 볼 수 있습니다)
결국 제임스 본드는 임무고 뭐고 다 집어치우고 복수에 올인하게 됩니다.


c. 달튼의 거친 이미지에 딱 맞는 맞춤형 대본

달튼의 이미지는 상당히 거칩니다. 전작인 [리빙데이라이트]는 이 거친 이미지를 잘 살리지 못했지만, [살인면허]에서는 거친 느낌이 제대로 살아납니다.

일부 장면들은 R등급을 받지 않고 PG-13등급을 받기 위해 삭제되었는데, 이 장면들은 결국 Ultimate Edition DVD에 수록되어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삭제된 장면들 보기 (다소 잔인합니다)…


d. 베테랑 대본작가의 마지막 작품

제임스 본드라는 캐릭터를 만든 사람이 3명 있습니다.
첫째는 원작자인 이언 플레밍이며, 둘째는 [살인번호], [위기일발], [썬더볼]을 감독한 테렌스 영이고, 마지막은 대본작가 리차드 메이바움입니다.

메이바움은 대부분의 007 영화의 대본을 쓴 007 전문 대본작가인데, 결국 [살인면허] 개봉 2년 뒤인 1991년에 82세로 타계했습니다. (R.I.P)

소설 <죽느냐 사느냐>는 <카지노 로얄>에 이은 두번째 007 소설로, 전작에서의 유약함을 제거하기 위해 복수를 주제로 사용했습니다. 복수는 소설에서는 종종 사용되었지만, 소설에서는 거의 묻혀버렸다가 [살인면허]에 와서야 등장합니다. 하지만, 결국 (소설이 아닌) 007 영화의 팬들에게는 오히려 전작들과의 괴리감만 느껴지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2.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부분

a. 2% 부족한 액션

전체적인 거칠기는 최강입니다. 적어도 [카지노 로얄]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007 영화 중에서 거칠기라면 따를 작품이 없었습니다. (대본이 원래 007 영화의 대본이 아니었다는 루머가 돌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티모시 달튼은 원래 액션 배우가 아닌데다가 별도로 액션을 연마하지 않아 액션이 2% 부족합니다.
(당시의 헐리우드 영화의 액션은 고만고만했으며, 리얼리티 액션이라는 흐름은 무려 16년이나 뒤에야 나타납니다)


b. 불필요했던 Q의 등장

Q가 본드의 액션에 끼어든 것은 2번입니다. [옥토퍼시]와 [살인면허]인데, [옥토퍼시]에서도 Q의 등장은 우스꽝스럽기 짝이 없었지만, 인디아나 존스를 패러디하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다는 쪽으로 이해가 되긴 했습니다.

하지만, [살인면허]에서는 정말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이 영화는 리얼한 제임스 본드를 묘사하는 영화인데, 이 리얼리티를 떨어뜨리는 Q와 특수장비들이 대거 등장합니다. 오히려 Q는 나와서 "Without Q branch, you'd been dead long ago. (Q 부서가 없었으면 자넨 예전에 죽었네)"라는 얘기를 하고, 현장에서 본드를 도와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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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부서에서 빗자루 무전기도 만들까요? (하긴, [리빙데이라이트]에선 갈퀴 금속탐지기도 있었으니…)


물론, Q가 제공해주는 장비는 비현실적인 판타지 장비가 아니라 지문감지기가 달린 총이나, 담배 케이스에 넣은 폭탄 등 현실적인 장비들이기는 하지만, [카지노 로얄]에서 보여줬듯이, Q 없이 살아남는 본드를 보여주는 것이 훨씬 더 현실적인 본드를 잘 묘사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c. 전작과는 너무나 다른 이미지

전작 [리빙데이라이트]는 사실 달튼을 위해 집필된 대본이 아닙니다.
로저 무어 경과 피어스 브로스넌만을 대상으로 고려하여 집필되었기 때문에 달튼의 이미지를 충분히 살리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살인면허]에서 그의 이미지를 잘 살리자 전작과 비교가 되어버렸습니다.
결국 그의 전작이 발목을 잡아 흥행에 실패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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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본드도 다치고 피나는 사람이란 것을 확실하게 보여준 장면



3. 게다가 겹친 악재

냉전의 시대에 태어난 제임스 본드에게 1989년은 위기가 시작된 해입니다.
바로 동독과 서독이 "독일"로 통일된 해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2년 뒤인 1991년에 소련이 붕괴됨으로써 냉전의 시대는 끝이나고, 인류는 영원한 발전을 향해 달려…
(STOP!)

이는 제임스 본드에게 심각한 정체성의 위기를 가져오게 되고, 흥행이 실패하는데 한 몫을 하게 됩니다.


4.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들

  1. 흥행에 실패했음에도 불구하고, 감독인 존 글렌은 자신이 감독한 007 영화 중 최고로 꼽음.
    (상당수의 리얼리티 본드를 선호하는 팬들도 이에 동의함)

  2. 1990년 8월 [살인면허]가 미국 흥행에 실패하자, 감독인 존 글렌과 대본 작가인 리차드 메이바움이 EON 프로덕션을 떠났는데, 이를 두고 무혈 쿠데타(bloodless coup)이라고 불렀음

  3. 위의 2명 외에도 본드 시리즈와 결별한 주요 인물은 티모시 달튼(제임스 본드), 로버트 브라운(M), 캐롤라인 블리스(머니페니) 그리고, 타이틀 디자이너 모리스 바인더 등이 있음

  4. 본드의 손목을 묶은 줄이 코카인 분쇄기에 걸리자 다리오(베네치오 델 토로 분)가 이를 자르는 장면이 있는데, 실수로 티모시 달튼의 손에 상처를 입혀 촬영이 중단되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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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 줄만 잘라! 손 말고!


  5. 영화 제목을 표기하는 과정에서 영국식으로 licence로 할 것인가, 미국식으로 license로 할 것인가에 대한 논쟁이 있었는데, 영국식으로 하기로 결정함

  6. 본드가 M을 배신하는 장면은 영국에서는 라틴 아메리카의 마약 밀매에 대해 공식적으로 손을 댈 수 없다는 입장도 고려되었음

  7. 본드가 사직서를 제출하는 장면은 헤밍웨이의 생가에서 촬영되었음. 이 때 본드의 대사인 "I guess this is a farewell to arms,"는 물론 헤밍웨이의 작품 무기여 잘있거라를 의미하는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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