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1월 8일 일요일

[거친 녀석들]: 비디오 키드가 장인이 되면 이런 작품이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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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로 [거친 녀석들]을 보고 왔다.
이 영화는 완성도와 재미 모두를 대단한 수준으로 달성한 걸작이었다.
러닝타임이 153분인데, 영화를 보는 동안 2시간이 넘는다는 느낌을 전혀 받지 못했다.

워낙에 잘 만든 작품이라 쉽게 평하긴 힘들고, 단상 위주로 적어본다.


1. 역시 타란티노 영화의 장르는 수다임

아쉬타카 님이 타란티노 영화의 장르를 수다라고 정의하셨는데, 그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사실, 그의 영화에서 폭력보다도 훨씬 타란티노답게 만드는 것은 수다다.

이번 작품에서도 그 수다는 빛을 발한다.
장면의 긴장을 키우는데 있어 수다를 사용하는데, 수다를 떠는 것만으로 이런 수준의 긴장이 유발된다는 것에 경탄했다.
(각 지방의 독일어 사투리를 효과적으로 배치하는 그의 솜씨는 탁월 이상이었다)



2. 여러 국가의 언어를 제대로 배치하고 사용하는 영화를 처음 본 것 같음

헐리우드 영화에서 모든 사람들은 영어를 사용한다. 최대 영어 외에 딱 하나의 언어가 추가될 뿐이다.
때로는 이것이 영화의 흐름을 모호하게 만들기도 한다.

심지어는 서로 다른 별에 사는 외계인이 같은 영어를 사용하는 어색함이란...

하지만, [거친 녀석들]에선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것뿐만 아니라 이를 주요 소재로 사용한다.

첫 챕터에서 한스 대령이 영어를 사용하자고 얘기하는 부분에서 '에효~ 이게 헐리우드 영화의 한계지.'란 생각을 잠시 했는데, 잠시 후 이 생각은 처참하게 부서져버렸다.
오히려 그의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 이태리어로 연결되는 언어능력은 그의 카리스마를 부각시키는데 엄청난 역할을 한다.

이 다양한 언어들은 내용을 진행시키고 한스 대령의 카리스마를 부각시키는 것에 덧붙여 각 장면의 분위기를 일목요연하게 설명해주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결국, 이 영화에서 언어들은 등장인물에 더해져서 또 하나의 캐릭터를 이루게 된다.



3. 엔딩장면이 의미하는 건 결국 '거대한 농담'일 뿐이란 것임

마지막 챕터인 챕터 5에서 상식적인(아니, 그보다는 상투적인) 엔딩을 기대했었는데, 전혀 기대와는 다른 결과를 보여줬다.
결국 모든 것은 거대한 농담일 뿐이니 쓸데 없는 고민은 하지 말고 재미있게 보기만 하란 뜻이었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더 이상은 못 쓰겠음. ㅋ)



4. 한스 란다 대령의 카리스마는 [다크 나이트] 조커 이후 최강임

탁월한 외국어 실력 외에 모든 상황을 꿰뚫으며 자신만의 탄탄한 철학을 얘기하는 (이라고 쓰고 수다떠는 이라 읽는다) 한스 대령은 ㅎㄷㄷ한 카리스마를 보여준다.

그의 등장장면은 [터미네이터 2]에서의 T-1000 등장장면처럼 저음을 배경으로 깔아주지도 않고, [다크 나이트]에서의 조커의 등장장면처럼 쩝쩝거리는 소리를 내지도 않는다.

오로지 한스 대령은 수다만으로 ㅎㄷㄷ한 카리스마를 보여주며 이야기를 진행시킨다.
한스 대령을 보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를 볼 가치는 충분하다.

(그런다고 브래드 피트가 연기한 알도 레인 대위의 카리스마가 모자라느냐... 그것도 아니다. 이들을 적절하게 운용하는 타란티노는 거장의 반열에 올랐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5. 챕터 5 중 '거대한 얼굴의 복수' 장면은 [레이더스]의 HD 리메이크 분위기

개인적으로 [레이더스]에서 가장 아쉬운 장면은 다름아닌 성궤의 기적 씬이다.
(내용의 구성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특수효과의 한계를 얘기하는 것임)

기술과 자본의 한계가 다소 보이는 장면들이었는데, 그 중 거대한 얼굴의 환영 씬은 너무 합성티가 난달까... 그랬다.

그런데, [거친 녀석들]의 거대한 얼굴의 복수 장면은 마치 그 장면을 초고화질로 리메이크한 분위기라 가슴이 뛰었다.

(우연히 그렇게 만들어진 것일 수도 있지만, 타란티노의 성향을 보면 의도적이라 보는 것이 타당할 것 같음)


주말에 볼만한 영화가 없다고 고민되시는가?
그냥 [거친 녀석들]을 보시라! 결코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 확신한다.

비디오 키드였던 쿠엔틴 타란티노가 드디어 거장의 반열에 든 것 같다.
그리고, 비디오 키드가 거장이 되면 이런 수준의 작품이 빠진다.
정말 잘 빠진 영화다!


덧. 원제인 [Inglourious Basterds]는 사전에 나오는 단어가 아님.
Inglorious Bastards가 올바른 단어임. 이런 부분 역시 쿠엔사마의 말장난 영역에 포함되는 거임.

댓글 17개:

  1. @천용희 - 2009/11/10 12:34
    오... 좀 더 자세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굽신굽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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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한스 란다가 아닌듯 유들거리면서 알고보면 날카로운 카리스마 라면,

    알도 레인은 멍청한 카리스마같은 게 느껴졌습니다.

    너무 당당하고 우둔해보여서 '저 사람한테는 아무런 나쁜 일도 일어나지 않을거야'

    라는 느낌 같은 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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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trackback from: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 / Inglourious Basterds (2009)
    타란티노 영화를 진짜 즐길 줄 아는 사람은 칼로 발목을 자르거나 자동차로 여자의 얼굴을 뭉개는 장면보다 인물들이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마주앉아 입만 나불거리는 장면들을 더 좋아할 거라고 확신한다. 이 영화도 그 연장선상에 있는 테이블 토킹 영화다. 테이블에 앉아 얘기만 주고 받진 않지만 말이다. 화끈한 총질이나 나찌를 혼내주는 통쾌함같은 건 사실 이 영화의 본질이 아니다. 생각보다 그런 장면이 별로 많이 나오지도 않을 뿐더러, 브래드 피트는 의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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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다이나모 - 2009/11/08 22:48
    멍청한 카리스마... ㅎㅎ

    어쨌거나 브래드 피트 역시 맛깔나게 연기를 잘 한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눌님은 브래드 피트가 맞냐고 두 번이나 물어보시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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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천용희 - 2009/11/10 12:34
    아... 저 놈이군요.

    영국 갔을 때 [Inglorious Basters] DVD 파는 것을 봤는데, 타란티노 인터뷰 수록이라고 적혀있었습니다.

    사올 걸 그랬나보군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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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볼까말까 고심중이었는데 포스터부터 안끌리는 영화는 영.... OTL

    전 그냥 2012나 기다리고 있답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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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구차니 - 2009/11/09 13:42
    [2012]가 어떻게 나올지는 알 수 없지만, [거친 녀석들]이 [2012]랑 비교될만한 낮은 수준은 아니라고 감히 말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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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저 올바른 단어를 뒤집은데에는 자신이 존경하는 영화의 제목을 변형해서 사용한 것이라지요.

    (1970년대에 나온 [망할 놈의 무장열차]([독수리작전])의 감독의 원래 의도의 영제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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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BLUEnLIVE - 2009/11/09 10:05
    http://www.imdb.com/title/tt0076584/



    요런 영화가 있습니다. 타란티노가 존경을 바치는 영화 중 하나라고 하더군요.(이 영화 주연인 보 스벤슨과 프레드 윌리엄스는 타란티노 영화 단골 조연들이기도 하죠)



    올해 DVD3장의 스패셜 에디션으로 출시됐습니다. 물론 미국 얘기겠지요. 그리고 이 영화 피쳐와 관련하여 타란티노와 감독님과의 대담 비슷한 것도 삽입되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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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꾼이 - 2009/11/11 03:41
    영화를 보면 더 놀라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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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이거 트레일러 봤었는데 브래드피트의 변신이 놀랍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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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BLUEnLIVE - 2009/11/10 22:00
    미국에서는 영화 한번 보려면 최소 2만원정도는 써야돼서

    정말 영화인들한텐 죄송한 말이지만

    불법경로를 통해 다운받아 보게 되는군요.

    뿐만아니라 한국 영화는 영화관에서 아예 볼 수 조차 없으니..

    빨리 보고싶군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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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오호. 이 영화 재밌군요...사실 어제 극장갈때도 이 녀석 포스트 보고는 ...흠...잼없어 보이는데...막 이랬답니다^^

    이번주말은 2012랑 이 녀석 중에서 고민 좀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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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 @애쉬™ - 2009/11/12 07:59
    구차님 글에도 비슷한 답글을 달았지만,

    에머리히의 성향을 보고 감히 추측하건데, "영화의 재미" 면에서는 [2012]와 비교 자체 안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화려한 CG를 우선으로 생각하신다면 다르겠지만요...



    참, 타란티노 특유의 폭력성을 싫어하신다면... 어쩔 수 없습니다. 타란티노는 자기 영화를 싫어하는 관객들은 전혀 고려하지 않으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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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 펄프픽션 이후로 땡기는 타란티노 영화군요 ㅎ 개인적으론 펄프픽션 이후로는 영 안 맞아서 ..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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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 @마장군 - 2009/11/13 05:54
    마장군님이라면 재미있게 보실 것이라 감히 예측해봅니다.

    (보시고나서 재미가 없으면 오해입니다. 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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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 trackback from: [영화이야기]다크 나이트 조커 VS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 한스 란다
    ⓒ 2008~2009 Warner Bros. Pictures Presents/Legendary Pictures/Syncopy Films/DC Comics ⓒ 2009 Universal Pictures/The Weinstein Company/Zehnte Babelsberg/A Band Apart 요전에 보았던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과 그보다 이전에 보았던 다크 나이트의 악역에 대한 짤막한 고찰이 있어서 재미있게 읽어 보았습니다. 물론 다크 나이트 조커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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