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2월 19일 금요일

우연이 있어 삶은 기적이다

어제 오랜만에 동기들과 술자리를 가졌습니다.
다들 반가웠지만, 그 중 가장 반가운 친구는 아프리카 수단에서 1년을 무사히 보내고 돌아온 친구였습니다.
총은 다행히 안 맞았는데, 열병 때문에 하루동안 고열에 시달렸다는군요.
(같이 간 한국군 한 명은 뒷차가 총격을 당해 사상자가 생겼는데, 그 이후 나사가 풀려서 생활했답니다)

출국 하기 전에 방탄조끼를 사려고 하다가 결국 시간이 없어 못 사고 갔는데, 1년간 걱정으로 제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그런데, 수단에서 저희 둘에게 무척 반가운 사람을 만났더군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분은 그 반가운 분이 아닙니다… 현지 사진일 뿐입니다. ^^;;;



1994년 10월 어느날 저는 모처에서 열린음악회를 관람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웬 처자 한분을 보며 필이 꽂혀버리고야 만 겁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젊은 혈기를 무기로 마구 들이댔는데, 알고 보니 저보다 2살 많으신 누님이시더군요.
이후 몇번 만나뵙고, 편지도 좀 주고받으며, 간간히 친구랑 함께도 만났지만, 결국 더 이상 진전 없이 헤어졌습니다.

당시 함께 만났던 친구 중 하나가 수단에서 돌아온 이 친구인데, 수단에서 그 여자분을 만난 겁니다.

그 여자분은 남편분 직장 때문에 얼마간 수단에 와계셨는데, 딱 만나게 된 거죠.

다른 곳도 아니라 아프리카 수단인데요…
수단에 있는 한국인이 100명이 채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런 얼마 안 되는 사람 중에 면식이 있는 분이 계신다는 것만으로도 기적에 가까운데, 그 분과 마주치고 인사를 한 뒤 연락처를 주고받다니요!!!

우연이 있어 삶은 기적입니다.
괜히 뿌듯하고 행복해지는군요.


덧1. 그 여자분의 필명이 "졸리운 새끼사자"였습니다. 사자님 잘 계시죠?

덧2. 그 친구를 집으로 끌고와서 새벽 2시까지 쐬주를 부었습니다. ㅎㅎㅎ


댓글 21개:

  1. 말도안돼말도안돼말도안돼말도안돼!!!!!

    정말 엄청나네요. 이런 인연은 평생 갈것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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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okto - 2008/12/19 21:07
    이런 우연이야말로 인생을 더욱 아름답게 만드는 것이라 믿슈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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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이런 우연이야말로 불륜의 지름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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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페니웨이™ - 2008/12/20 08:29
    이… 이건 "벼랑 위의 포르노"에 대한 역습인가효?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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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흠... 사실 많이 놀랐죠. 10년이 넘는 시간이었고 스쳐 지나간 사람들처럼 잊고 있었는데



    낯선 아줌마가 왠 아이를 떡 안고서 이름을 부르는데.....



    누구시더라? 난 사고친 기억이 없는데.....그리고 자세히 보니 그 때 그 분이신기라.



    덕분에 식사초대 받아서 한국음식(수단에서 바다 생선찌개 - 이거 정말 귀합니다)에



    쏘주(이건 더 귀합니다. 수단에서 음주는 불법) 까지 얻어 마시고 왔죠.



    수단을 떠나는 날, 제가 가지고 있던 물건 중에 필요할 것 같은 것은 다 주고 왔죠.



    후레쉬, 알람시계, 공CD, 수건 등등.



    수단의 대우 아파트 한인들에게 우리의 기이한 인연이 회자되었고



    그 남편분께서는 우리의 인연이 보통이 아니니 한국에서 다시 보자고 하시더군요.



    참 참 참 묘한 경험이었습니다. 세상 참 좁습니다. 절대 죄짓고 숨어살지 마세요.



    언젠가 어디선가 인연이 되면 만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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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멋지고 따뜻한 인연이네요.

    남편분도 마음이 참 좋으신 분 같습니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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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수단에 다녀온 보이 - 2008/12/20 09:38
    삶에 있어 이런 기적이 있단 것 자체가 신비로울 뿐입니다.



    한국에서 다시 볼 때 나 버리고 만나지 말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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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댕글댕글파파 - 2008/12/20 09:58
    넵! 정말 멋진 인연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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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넵, 좋은 분들이었고 계속 그렇게 인연은 이어지겠죠.





    수단 2탄으로 동물들 올렸습니다. 시간 나면 보러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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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2시까지 소주를 부으신건 다 려성분때문이지요?(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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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Ludens_ - 2008/12/20 19:51
    이런… 1년간 소주를 거의 맛보지 못한 친구때문입니다.

    무슨 말씀을 그리 살벌하게…



    전 처자식이 있는 몸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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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수단에선 음주가 불법이라고요?



    전 절대 안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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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이정일 - 2008/12/22 12:58
    사실... 보통 사람은 가보기도 힘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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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 8D 오홋.. 저런 인연이~!!..^^.. 조심하면서 살아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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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 @사진우주 - 2008/12/23 00:46
    언제 누구를 만날지 모르는 것이 인간세상이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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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 @하트바다 - 2008/12/23 13:18
    언제나 쐬주는 우리를 즐겁게 해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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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 이건... [b]운명[/b]입니다. 8D



    자꾸 [b]새벽 2시까지 쐬주를 부었습니다.[/b] 이부분이... 이부분이... 음... 음...



    전 아무생각 안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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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 @회색코끼리 - 2008/12/27 02:21
    네,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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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 험험험...



    2시까지 쐬주를 부었다면... 흠...



    뭘.......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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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 @Oo고목나무oO - 2009/01/19 23:44
    뭘 상상하는 거냐!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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