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0월 29일 수요일

[바디 오브 라이즈]: 씁슬하기만 한 아랍권 국가의 현실

1. 전체적 구성

[바디 오브 라이즈]에 대해 부정적인 평도 많지만, 이 영화는 그리 나쁜 영화가 아닙니다.
줄거리를 풀어가는 구성도 적절하고, 전체적인 균형도 잘 맞는 편입니다.

또한, (대단히 민감한 주제인) 아랍권 사람(특히, 테러리스트)에 대해 민감하지 않도록 조심해서 접근하는 방식 역시 탁월합니다.
역시 리들리 스콧 감독이라는 생각이 팍팍 듭니다.

[블레이드 러너]와 같은 그의 오로지 훌륭하기만 했던 전작들에 비해서 다소 부족할 지는 몰라도 영화 전체적으로 떨어지는 수준의 영화는 결코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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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감독님을 믿습니다. 믿고요!


2. 배우들의 열연

게다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연기는 대단히 자연스럽습니다.
잘 생긴 얼굴때문에 오히려 그의 연기력을 폄하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이번 영화 [바디 오브 라이즈]에선 자연스러운 연기를 통해 엄청난 몰입도를 느끼게 해줍니다.
정말로 체험 "아랍권" 삶의 현장을 제대로 느끼게 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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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하니 파샤 역을 맡은 마크 스트롱은 디카프리오 "따위"는 가볍게 넘어서는 카리스마를 보여줍니다.
(디카프리오를 폄하하는 게 아닙니다. 정말로 카리스마 좔좔입니다)
실질적으로 이 영화를 끌고가는 사람은 CIA 요원 페리스(디카프리오 분)이 아니라 요르단 정보국 하니 파샤입니다.
이 양반의 카리스마 역시 영화에 대한 몰입도를 증대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여담인데, 이 양반 얼굴 아무리 봐도 앤디 가르시아와 알 파치노의 느낌이 여기저기서 흐르던데, 찾아보니 부친이 이탈리아인이더군요. (앤디의 부모는 쿠바인입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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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아쉬운 부분

하지만, 다소 힘이 빠지게 만드는 분이 계셨으니, 바로 [글레디에이터]의 쌈마이 장군 막시무스 아저씨입니다.
이 분의 캐릭터는 다소 앞뒤가 없습니다.
처음엔 페리스의 정보원의 생명을 가볍게 포기해버리는 모습을 보이다가 결말엔 상반된 선택을 하는 모습은 좀 어색합니다.

게다가 흰 머리, 삐딱한 고개, 튀어나온 배, 의뭉한 속내까지... 정말 어디선가 많이 본 캐릭터를 빼다박은 연기가 오히려 몰입도를 해치는 점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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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봐도 [CSI]의 '길'반장을 그대로 패러디한 듯한 러셀 크로우...


그리고, 가장 많은 비판을 받은 부분인 러브스토리... 이건 좀 아쉽습니다.
아직까지도 아랍권 국가에서 공개장소에서 공공연한 러브러브는 금지되어 있습니다.
게다가 이 러브스토리가 영화 구성의 한 축을 담당한다는 점까지 영화의 약점이 되긴 합니다.

그래서인지 영화 구성의 한 축임에도 불구하고, 중심축을 이루지 않고 옆으로 슬쩍 빼버린 점을 보면 '과연 리들리 스콧!'이라는 생각도 들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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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정말 씁슬한 것은 현실

이 영화를 보고 진정으로 느끼는 씁슬함은 이러한 영화적 구성이 아니라 서로서로 죽고 죽일 수 밖에 없는 아랍권 국가의 국민들과, 이러한 현장에 동참하게 되어버린 일부의 비 아랍권 국민들의 현실입니다.

다큐멘터리 영화독립영화가 아니라 헐리우드 블럭버스터가 이런 진중한 고민을 가볍지 않게 잘 풀어갔다는 점만으로도 이 영화의 가치는 함부러 폄하될 수준은 결코 아니라 봅니다.

부디 그들에게 진정한 평화가 찾아오기를...


  


댓글 10개:

  1. 러셀크로=길그리섬=히딩크

    아랍권 영화...하니까 얼마전에 본 조한(you don't mess with the Zohan)이 생각나는군요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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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okto - 2008/10/29 12:37
    그... 전설적인 괴작... 아니 졸작이라 하신 그 작품 말인가효? ^^;;



    참, 그러고 보니 딩크 횽아도 꽤 닮으셨군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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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BLUEnLIVE - 2008/10/29 14:03
    그 졸작은 '잭 브룩스: 몬스터 슬레이어'( http://www.imdb.com/title/tt0816539/ )고요;;

    조한( http://www.imdb.com/title/tt0960144/ )은 아담 샌들러의 미용실 첩보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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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워너하고 하면 왠지 조금씩은 아쉬워지는 스콧선생님입니다...



    P.S. 잭 브룩스 : 몬스터 슬레이어를 재미있게 본 1인...그건 제가 보기에는 막장영화는 되어도 졸작은 아닙니다. 어찌보면 용자의 영화기도 하죠.(요즘세상에 그래픽 안 쓰는 게 더 용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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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천용희 - 2008/11/02 17:12
    아...

    아직 안 봤고, okto님 말씀 듣고 안 볼 생각이었는데, 갑자기 봐야겠단 생각도 든다능~

    (뭘 어쩌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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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trackback from: 바디 오브 라이즈 - 디지털 (Body of Lies)
    냉전 시대가 종식된 후 할리우드에서 주적 캐릭터로 즐겨 사용해오던 시대와 공간이 소멸되었고, 그 대안을 중동 지역의 극우 이슬람 세력에게서 찾는 것이 이제는 새삼스러운 일도 아닙니다. 미국 본토에서 충격과 공포를 경험한 일도 있으니,오히려 냉전 시대때보다도 더욱 효과적으로 대중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소재로 부상했습니다.  주적이 같은 무리로 설정되어서 사투를 벌인 '제이슨 본'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스파이 스릴러물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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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윌리엄 모나한의 각본이 리들리 스콧의 재능을 따라오지 못하는 것 같더군요.

    각본만 잘 뽑아져 나왔어도 꽤 인상적인 작품으로 남았을 것 같은데 아쉬웠습니다.

    요즘 뜨고는 있지만 윌리엄 모나한의 한계가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그래도 연출 자체는 정말 장인다웠습니다. ^^

    리들리 스콧의 작품을 볼 수 있는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는 점이 애석할 뿐이네요. 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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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배트맨 - 2008/11/08 11:14
    그러고 보니 리들리 스콧 감독도 많이 늙으셨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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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주말에 영화를 보았는데, 아직도 '하니 파샤'의 모습이 아른아른 거립니다. 정말 매력적이었습니다.

    디카프리오는 나이가 들 수록 멋져지는 것 같네요. 디파티드, 블러드 다이아몬드, 그리고 바디오브 라이즈가

    제가 최근에 본 그의 영화인데, 로미오와 줄리엣을 볼 당시에는 상상도 못했던 그의 모습에 놀랐고 한편으로는

    미소년 이미지에서 탈피하고 멋진 '배우'가 되는 그에게 존경심도 생기네요. 영화볼 때 감독은 잘 챙겨보지 않아서 몰랐으나 리뷰를 보니 리들리 스콧 감독의 다른 영화도 보고 싶네요.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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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냠냠 - 2008/11/11 19:30
    리들리 스콧의 다른 작품에 관심이 있으시면 일단 [블레이드 러너]를 추천드립니다.

    진정 최고 수준의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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