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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1월 11일 화요일

11월 11일이 무슨 날인지 아시나요?

11월 11일은 흔히 빼빼로 데이로만 알고 계십니다.

초콜렛 장사들이 띄운 발렌타이 데이와 사탕 장사들이 띄운 화이트 데이만으로는 모자란 것 같더군요.
무척 부유하신 과자 회사 사장님이 가난해(?) 보였는지 서민들이 괜히 기념일(?)을 더 만들어 도와도리는 것을 보면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ㅠ.ㅠ)

하지만, 11월 11일은 여러모로 뜻깊은 기념일입니다.

1. 농업인의 날


농업인의 날은 우리나라의 공식 기념일입니다.
1996년에 정부에서 공식 기념일로 지정했는데, 11월 11일의 숫자 11(十一)을 합치면 흙 토(土) 두 번이 되기 때문입니다.

안철수연구소에서는 2003년부터 이 날을 가래떡을 먹는 가래떡데이로 자체지정했는데, 이후 농림부에서도 농업인의 날 행사 중 가래떡을 먹는 행사를 함께 하고 있습니다.


2. 지체장애인의 날


장애인의 날(4월 20일)과 별도로 한국 지체장애인협회에서 지체장애인의 날 행사를 열고 있습니다.
21세기의 첫 해인 2001년에 처음 지정되었는데, 11월 11일이 1이 가장 많이 들어가는 날로 지체장애인이 당당하고 힘차게 일어날 수 있기를 바라는 뜻에서 지정된 것입니다.


3. 해군창설 기념일

진수식을 하고 있는 손원일함

해군의 모체라고 할 수 있는 해방병단을 창설한 1954년 11월 11일을 기념하는 날이며 해군에서 해군창설기념일로 기념하고 있습니다.
해방병단을 창설한 고(故) 손원일 제독이 11(十一)을 합치면 선비 사(士)가 되며, 대한민국 해군은 선비 중의 선비가 되어야 된다는 뜻으로 이 날 창설하셨습니다.


4. 제 1차 세계대전 종전일

1918년 종전을 기념하며 촬영된 사진

1918년 11월 11일 제 1차 세계대전이 끝났습니다.
보통 이 날을 Armistice Day라고 기념하고 있으며, 미국에서는 1954년 Veteran's Day로, 영국에서는 1946년 Remembrence Sunday로 각각 개칭해서 기념하고 있습니다.


11월 11일은 과자를 사랑하는 사람에게 주는 것도 좋지만, 좀 더 큰 의미의 사랑을 생각해볼 수 있는 날이 아닐까합니다.

 

2008년 8월 16일 토요일

007의 M… 여자란 건 어색해요.

전작인 [살인면허]의 흥행실패로 인해 몇 년간 좌초 위기에 빠졌던 007 프랜차이즈는 1995 작인 [골든아이]로 화려하게 부활합니다.

주연 배우의 교체, 시대상황의 반영 및 007 클리셰의 은근한 복귀 등을 무기로 삼은 이 영화에서 특히 두드러진 특성 중 하나는 M이 여자(주디 덴치 여사)로 교체되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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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적인 등장 장면:

올해 (2008년) 개봉 예정인 [퀀텀 오브 솔라스]에도 덴치 여사의 M이 여전히 나올 예정이니 원조 M인 버나드 리의 기록인 17년간 출연을 깰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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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 Rimington

사실, M 역이 여자로 바뀐 이유(또는 배경) 중 하나가 MI5의 수장이 당시에 여자였다는 것입니다.

[골든아이]가 기획될 때 스텔라 리밍턴이라는 분이 MI5(007이 소속된 MI6가 아닙니다) 최초의 여성 수장(DG / Director-General)을 맡고 있었는데, 여기서 모티브를 따와서 여성 M을 등장시키게 됩니다.

그래서 그런지 덴치의 M의 패션은 짧은 헤어 스타일, 간결한 귀걸이 등 여러모로 스텔라 리밍턴을 닮았습니다.

참고로, 이 스텔라 리밍턴 여사(정식으로 Dame 작위를 받았습니다)께서는 은퇴 이후 실전 경험을 바탕으로 스파이 소설을 3권이나 집필하셨습니다.
(우리나라에선 전직 국정원장들이 뭐 하고 살고들 있죠? 낙하산?)

그런데, 007 영화의 세상에서는 MI6의 국장은 (남자였음은 물론) 해군 2성 제독(소장)이었습니다. 버나드 리 부터 로버트 브라운 까지 정복을 입고 등장하는 장면에선 언제나 소장 계급장을 달고 나왔더랍니다.


문제는 실제로 영국 해군에서 여성에게 수여한 최고 계급은 준장(1성 제독)이었다는 것입니다. (BBC 뉴스 기사 보기)
그것도 무려 2004년에 와서야 여성 최초로 캐롤린 스테이트 대령이 준장으로 진급한 것이 유일한 경우입니다.

물론, 영화 속의 세상과 실제 세상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닙니다.
하지만, 22편의 영화가 46년동안 나왔다면 전체적인 일관성이나 실제 세상과의 적절한 연결은 유지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게 유지되지 못하니까 보기 어색합니다.

007 영화는 편당 평균 5천만 달러의 제작비가 투입되고, 5억 달러 이상을 벌어들이는 대작 시리즈물이니까요.


  
  

2008년 2월 3일 일요일

현대 해군 관련 영화들의 고증 수준에 대한 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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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천… 뭣이라고?

헐리우드 영화를 비롯한 모든 영화에서 고증이라는 것은 어렵고 험한 일입니다. 아무리 잘 해놓고도 조금만 삐끗하면 욕을 얻어먹는 것이 고증입니다.

더군다나 외국이나 과거의 것에 대한 고증은 역사적인 내용이든, 소재이든 고증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어렵습니다.

한편으로 고증의 수준이 너무 높아 영화에 대한 몰입도를 떨어뜨리는 문제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중세 프랑스를 배경으로 영화를 만드는데, 화장실이 없다고 배설물을 길가에 잔뜩 뿌리던 현실을 너무 잘 고증해버리면 내용이 무엇이든 그 배설물만 쳐다보게 될 것이니까요.
(중세 프랑스는 지저분한 시설이라는 이유로 화장실을 만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발달한 것이 향수입니다.)





근래 제작된 우리나라 영화 중에 해군을 소재로 한 영화들이 몇 편 있습니다.
(또, 많은 해군을 소재로 하는 헐리우드 영화들이 개봉되었습니다)
이러한 영화들에 있어 용어나 복장에 대한 고증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봐도 무방할 수준입니다.

과거의 해군(예컨데 6.25 전쟁의 해군)을 묘사하는 것이라면 고증이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현대 해군에 대한 고증을 엉망으로 했다는 것은 영화를 제작할 때, 필름에 담는 내용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영화를 제작했다는 뜻입니다.

이러한 고증의 오류(좋은 표현으로는 옥에 티라는 표현도 있습니다만…) 중에서 특히 눈에 띄는 내용을 적어보겠습니다.

1. 부장에 대한 호칭

붉은시월 등의 헐리우드 영화를 번역하는 과정에서 XO(Executive Officer : 부장)가 CO(Commanding Officer : 함장)의 바로 아래 서열이라는 뜻으로 부함장이라고 번역을 하면서 부함장이라는 용어가 널리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
공식적인 해군의 호칭은 부장이 맞고, 부함장이라는 용어는 사용된 적이 없습니다.

아이러니컬한 것은 조선소에서 배를 건조할 때 조선소 직원들은 해군의 용어를 알기 때문에 부장이라는 용어를 주로 사용하는데, 해군에서는 조선소 직원들을 고려해서 부함장이라는 용어를 사용할 때도 있다고 합니다.
가~끔씩 (빵상 아줌마 버전)


2. 복장

잠수함을 소재로 한 영화인 유령에서 심각한 복장 고증 수준을 보여줬습니다.
Die Another Day의 창천1동대 수준의 수준이었죠.

우선, 이 영화에서는 해군의 복장을 그대로 입고 있는 것이 설정상 맞습니다.
존재하지도 않는 함정이기 때문에 별도의 복장을 만들 수 있도록 예산이 편성되었을리 만무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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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드티는 정복에 입으시길…

잠수함에서는 근무복(카키복)을 입지도 않고, 더군다나 해군은 왼쪽 어깨에 부대마크(견장)을 달고 다니지도 않습니다. (견장은 육군 복식입니다)
게다가 근무복 안에 라운드티를 받쳐입는 것은 미군의 복장입니다.
(명찰의 색도 이상하지만, 설정일 수 있으니 패스~)

그런데, 이 영화에서는 미국 수상함 복장에 이런저런 천조각을 붙여놓은 것을 잠수함 복장이라고 입고 나옵니다.

인터넷을 조금만 뒤져도 알 수 있었을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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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수함 근무복 입니다



실제로 잠수함에서 입는 복장은 오른쪽 사진과 같습니다. 라운드티도 없고, 부대마크도 없습니다.

게다가 출항 전의 파티 장면에서는 하정복 속에 넥타이를 매고 있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 역시 잘못된 복장입니다.
하정복은 흰색이라 속이 비쳐보이기 때문에 흰색 티셔츠나 (위에서 정우성 씨가 입고 있는) 라운드티를 받쳐입습니다.

현대 해군을 소재로 한다면 (가상의 부대라도) 해군의 자문을 구했으면 좀 더 충실한 고증이 되지 않았을까요?

※ 복장의 고증을 제외하고는 유령은 정말 잘 만든 영화였습니다.
     Dry-for-wet 기술도 기술이지만, 표현하지 못하는 부분을 과감하게 생략한 결단이 완성도를 더욱 높여줬습니다.
※ 블루의 경우 해군의 전폭적 지원이 있었기 때문에 (내용의 황당은 떠나서) 복장은 충실히 재현되었습니다.



3. 용어 (1MC)

여러 용어가 잘못 사용되지만, 제일 자주 나와서 귀에 거슬리는 용어는 1번 마이크입니다.
이 용어는 1MC를 이상하게 해석하는 과정에서 탄생한 용어입니다.

MC는 Main Circuit의 약자로 함정 내부에서 사용되는 방송회로를 의미합니다.
이 중 1MC는 주요 구역에서 함정 전체에 알리는 방송을 하는 회로를 가리킵니다.
(읽을 때는 그냥 one-M-C로 읽으면 됩니다)

붉은시월, 크림슨타이드 등의 영화를 보면 1MC라는 용어가 등장합니다.
그런데, 이것을 번역하는 과정에서 (번역자가 이해를 못하기 때문에) 1번 마이크라는 정체불명의 해석이 나오게 된 것입니다.
(번역하시는 분들 인터넷도 안 뒤지나 봅니다. Wikipedia에 잘 설명되어있거든요)

문제는 함정 전체에 알리는 방송을 하는 시점이라 상당히 무게감이 있는 상황인데, 엉터리 용어가 등장해서 (이 용어를 아는) 일부 관객들의 맥을 빠지게 한다는 것입니다.

※ 혹시 관객들이 이해를 쉽게 하도록 그런 표현을 썼다면 더 답답한 노릇입니다.
    함정 전체로 방송하는 장면만 봐도 이해할 것이니까요.


자주 등장하기 때문에 귀에, 눈에 못이 박힌 티를 정리한 게 이 3개이고, 간간히 등장하는 오류를 다 세면 한도 없습니다.
이런 영화가 나오면 해군을 전역한 분들께서 인터넷에 이런 오류를 많이들 올립니다.
영화를 제작하시는 분들께서 그런 글들을 참고해주시면 좀 더 헛점이 없는 우리 영화가 만들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