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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월 16일 토요일

외면당한 스파이 영화의 수작 [테일러 오브 파나마]

스파이 스릴러 작가 중 가장 유명한 사람은 아마도 이언 플레밍일 것이다.
그의 이름을 모르더라도 그가 창조한 캐릭터 제임스 본드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니까.

그렇다면, 존 르 카레라는 작가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그의 걸작 스파이 스릴러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는?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1963)> 내가 읽어본 스파이 소설 중에서 최고의 작품


존 르 카레의 스파이 소설은 플레밍의 그것과는 달리 현실적이고 비참하기까지 하다.
정의로우면서도 아가씨들과 여유롭게 숙면을 즐기기는 커녕, 언제나 쫓기거나 배신당하지 않으면 아예 부도덕하다.

그의 소설 <The Tailor of Panama>를 기반으로 만든 영화가 바로 [테일러 오브 파나마]이다.

영화 [테일러 오브 파나마]의 원작 소설. 1996년 작품으로, 영화와 몇 군데 다르긴 하지만, 전체적인 플롯은 일치함


이 영화에서 주인공 오스날드는 (제임스 본드와 같은) MI6 요원으로 (언제나 쿨하게 애인들과 숙면만 즐기고 떠나는 본드와는 달리) 외무장관을 포함한 수많은 고위 공무원들의 부인들과 염문을 잔뜩 일으켜 파나마로 쫓겨난다.

파나마로 쫓겨난 제임스 본드오스날드는 영국 출신자들의 개인정보를 뒤져 약점이 있는 사람을 찾아내어, 그를 정보원으로 활용하고, 그로 하여금 거짓정보를 만들어 자신에게 제공하도록 밀어붙여 결국 파나마 정부와 미국 정부는 물론 자신의 조국인 영국 정부마저 가지고 논다.



이 영화의 장르는 (비록 스파이 세계를 제대로 그렸음에도) 스릴러가 아니다. 이 영화는 드라마블랙 코미디에 더 가깝다.
(이 영화에 대한 정보를 뒤져보면 스파이 스릴러로 소개하는 경우가 있는데, 제발 영화를 본 뒤에 소개글을 쓰면 좋겠음)
그는 고위직 공무원들의 허영심을 최대한 이용해서 자신이 원하는 모든 것을 이루어낸다.
이 과정에서 허영심 덩어리의 고위직이나 군인들을 이용하는 것은 물론이고, 힘없는 보통사람까지도 죽게 만든다.


imdb의 평점은 무려 6.0이고, boxofficemojo에서는 C+를 기록해서 평점은 바닥을 기지만, 사실 이 영화는 못 만든 영화가 아니다.
아마도 주연을 맡은 피어스 브로스넌이 한창 007 영화를 찍고 있던 시절이라 멋진 액션 스파이 스릴러를 기대해서 그런 결과가 나오지 않았나 생각되는데, 존 르 카레가 대본에 관여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이 작품이 [007] 류가 될 가능성은 애초에 없었다.

유쾌한 액션 스파이 스릴러를 잠시 접어두고 진지한 스파이 영화에 관심이 있으면 강력히 추천한다.
이 영화는 비록 위에서 블랙 코미디라고 했지만, 절대 웃기지 않고, 사색거리도 많이 던져주는 수작이다.


덧1. 주인공 오스날드 역을 맡은 피어스 브로스넌은 제임스 본드 역을 3번이나 맡은 상태였으며, 함께 출연한 제이미 리 커티스는 007 패러디 코미디 영화인 [트루 라이즈]에서 연기했음. 또한, 영화 초반부에 골프 선수와 같은 어깨를 가진 미스터 코너리가 언급됨.(션 코너리는 [골드핑거] 촬영 이후 골프 마니아가 되었음) 즉, 이 영화는 처음부터 [007] 후벼파기라는 인상이 강했음


덧2. 서플 DVD를 보면 영화의 엔딩과는 180도 다른엔딩이 수록되어 있는데, 영화의 엔딩을 선택한 것은 현명했음. 다른 엔딩은 영화 전체의 색깔과 맞지 않음.

덧3. 미스터 "해리 포터" 다니엘 래드클리프가 처음으로 출연한 극장용 영화임.


2008년 7월 4일 금요일

스파이 영화의 걸작 [프로페셔널] 혹은 [어느 연약한 짐승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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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전동안 미국과 소련 뿐만 아니라 수많은 나라에서 스파이 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졌습니다.

하지만, 냉전이 종식되면서 각국의 수많은 스파이들은 할 일이 없어졌습니다.
(물론, 여전히 많이들 활동하고 있습니다. 단지, 표면적인 부분을 언급하는 것입니다)

이와 동시에 영화 속의 스파이들도 갈 곳이 없어졌습니다.

냉전이 종식되면서 스파이가 출연하는 영화는 대략 3가지 길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됩니다.

1. 세상이 변해도 나는 내 갈 길 간다 : [골든아이] 등 007 제임스 본드

2. 알고 보니 냉전동안 나는 이용당했고, 냉전이 끝나면서 배신당했다
    : [롱 키스 앤 굿 나잇], [미션 임파서블], [본 아이덴티티] 등 제이슨 본 트릴로지 등

3. 스파이, 뭐 별거 있나? 그것도 코미디/패러디의 대상일 뿐
    : [오스틴 파워], [쟈니 잉글리쉬], [겟 스마트], [다찌마와 리] 등등

많은 영화들은 2번 즉, 냉전이 끝나면서 조직 내부에서 스파이들을 배신하며, 주인공은 이러한 내부의 배신을 이겨내는 방향을 선택하게 됩니다.
(그 중에서도 단연 으뜸은 역시 제이슨 본 트릴로지가 아닐까 합니다)

그런데, 냉전이 한창인 1981년 이미 이러한 조직 내부의 배신을 다룬 영화가 있었습니다.
장 폴 벨몽도가 주연한 [프로페셔널(Le Professionnel)]이라는 영화입니다.

대략의 줄거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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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의 배신으로 인해 약 맞고 재판받는 프랑스 비밀요원 죠스 보몽

이 영화는 군사독재가 한창이던 (하긴, 당시가 요즘 2mb 정권보다 나은 면도 있더군요… -.-;;;) 1981년 개봉된 영화인데, 당연히 우리나라에서는 극장에서 상영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우습게도 이 영화는 TV에서 종종 상영되었습니다. TV 방영 제목이 바로 [어느 연약한 짐승의 죽음]이었습니다.
(이 영화에는 짐승은 한 마리도 나오지 않습니다)

이후 이 영화는 비디오(VHS)로도 출시되었는데, 이 때의 제목은 무려 [프로펫셔날]이었습니다.
(이 테이프를 갖고 있었는데, 어느날 보니 보이지 않더군요. ㅠ.ㅠ)

이 영화는 줄거리나 구성도 훌륭하지만, 엔리오 모리코네의 스코어도 압권입니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들리는 Chi Mai의 슬픈 선율은 가슴을 저미게 만듭니다.


멋진 스파이 영화 한 편 관심있으시면 강력히 추천드립니다.



덧1. 우리나라에선 DVD가 출시되지 않았습니다만, 어둠의 경로를 이용하면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덧2. 내부의 배신을 다룬 스파이 소설의 최고봉은 존 르 카레의 <추운나라에서 온 스파이>이며, 1965년에 동명의 흑백영화도 나왔습니다. 하지만, 이 소설은 배신 자체가 하나의 작전인 내용으로 이 글에서 다루는 배신과는 조금 거리가 있습니다.
(전 영화는 못 봤고, 소설만 읽었는데, 진정한 스파이 소설의 최고봉 중 하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