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는 조카네가 있기 때문에 하루 일찍 올라가서 애들을 조카에게 맡기고 영화를 보러 갔습니다.
(조카가 애들을 워낙 좋아하는 점이 고마울 따름입니다)
선택한 영화는 데스 디파잉이었습니다. 그런데…
관객들마다 개인적인 차이는 있겠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기본적으로 역사왜곡이라는 것을 좋게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목적이 대단히 불순한 역사 왜곡을 종종 경험하기 때문입니다.
(독도문제, 동북공정…)
한편 헐리우드 영화는 볼거리를 위해서 이러한 역사왜곡을 즐겨 합니다.
(제가 아주 싫어하는 영화 중 하나가 U-571인데, 이 영화는 엄청난 음향효과에도 불구하고, 사실을 소재로 했다는 것이 무색할 정도로 지저분한 수준에서의 역사왜곡을 자랑합니다)
사실을 소재로 하는 영화를 제작하는 입장에서 상상력을 발휘하는 것과 사실을 그대로 담는 것은 절묘하게 공존하기가 어렵습니다.
자칫하면 전기영화로 흘러서 아무도 보지 않을 지루한 영화가 되니까요.
하지만, 우리에게는 이성이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왜곡과 상상력 쯤은 구분할 수 있습니다.
1. 실제 해리 후디니는?
Death-Defying Showman
우리나라 사람들도 한번쯤은 이름을 들어봤을 이 마술사는 실제로 미국에서는 아직까지도 전설적인 마술사로 이름이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많은 특기가 있었지만 그의 최고는 탈출마술이었습니다.
데이빗 카퍼필드같은 세계적인 마술사도 탈출마술을 할 때는 그의 이름을 언급할 정도로 그는 전설 그 자체입니다.
후디니의 장기는 뻔한 속임수가 아니라 (영화 속에서 연습하는 장면에서도 볼 수 있듯이) 철저한 훈련을 통해서 육체적인 능력으로 함정을 탈출한다는 리얼리티였습니다.
엄청난 그의 마술에 사람들은 열광했습니다.
a. 가짜 심령술사 잡아내기
그의 어머니는 1913년 사망했는데, 이후 그는 심령술사들의 꼬임에 빠져 어머니를 만나기 위한 시도를 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는 세계 최고 수준의 마술사였습니다. 금방 그들의 어줍잖은 트릭을 알아낸 그는 이후 가짜 심령술사들의 트릭을 깨뜨리고 경찰에 사기죄로 넘기는 것을 취미삼아(?) 하게 됩니다.
b. 사망
언제나 부지런히 몸을 단련했던 그는 1926년 10월 22일 몬트리올에서 그날의 공연을 마친 뒤 미대생들이 자신을 스케치할 수 있도록 소파에 앉아 있었습니다.
그런데, Gordon Whitehead라는 학생이 들어와서 배에 주먹을 날려도 되느냐고 물어봤고, 후디니가 된다는 대답을 하자마자 (후디니가 준비할 시간을 주지않고) 배에 3연타를 날린 뒤,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무시하고) 다시 계속해서 후려칩니다.
이틀 뒤인 10월 24일 미시간 주 디트로이트로 간 그는 의사에게 치료를 받는 것을 거부하고 40도의 고열에 시달리면서도 공연을 마치고 쓰러진 후 병원에 실려간 뒤 1주일 후인 10월 31일 오후 1시 26분에 사망합니다.
부검은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보험사에서 조사한 공식적인 사인은 복부 가격에 의한 외상성 맹장염이었습니다.
2. 영화에서는? (당연히 여기부터는 스포일러 덩어리입니다. 영화를 보실 분들은 패스하시길…)
a. 사망
몬트리올에서 한 방 맞고 즉사하는 것으로 나옵니다.
병원에서 고통에 신음하는 것보다는 이 편이 더 극적이라고 판단한 것 같으니, 이 정도는 왜곡이라 볼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b. 심령술사와의 관계
이 면에서 이 영화는 (상상력의 발휘가 아니라) 심각한 왜곡입니다.
실제로 그는 어머니 사망 직후에 심령술에 잠깐 빠졌다가 이후 적극적인 anti-심령술사의 모습을 보입니다.
그에게 있어서 심령술이란 그가 사랑했던 돌아가신 어머니를 이용해서(즉, 모욕해서) 돈을 벌려고 하는 존재였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영화에서는 순서가 뒤바뀌어 있습니다.
그는 적극적으로 심령술을 이용하려고 하고, 그 과정에서 (하다보니) 가짜를 잡아낼 뿐입니다.
그러다가 멀쩡한 부인을 놔두고 다른 여자와 사랑에 빠져 공연도 펑크내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는 죽음 직전에서도 공연을 하는 진정으로 death-defying한 (죽음도 불사한) 모습을 보여준 철인입니다. 게다가, 그의 생일은 1874년 3월 24일이니 당시 그의 나이는 52세였습니다. 로맨스에 빠질 나이는 아니라고 봐야 합니다)
심지어, 영화 말미에서는 이러한 심령술이 진짜였다는 결론을 보여줍니다.
이런 영화의 내용은 좀 심하게 말하면 후디니에 대한 모욕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몬트리올에서 한 방 맞고 즉사하는 것으로 나옵니다.
병원에서 고통에 신음하는 것보다는 이 편이 더 극적이라고 판단한 것 같으니, 이 정도는 왜곡이라 볼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b. 심령술사와의 관계
이 면에서 이 영화는 (상상력의 발휘가 아니라) 심각한 왜곡입니다.
실제로 그는 어머니 사망 직후에 심령술에 잠깐 빠졌다가 이후 적극적인 anti-심령술사의 모습을 보입니다.
그에게 있어서 심령술이란 그가 사랑했던 돌아가신 어머니를 이용해서(즉, 모욕해서) 돈을 벌려고 하는 존재였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영화에서는 순서가 뒤바뀌어 있습니다.
그는 적극적으로 심령술을 이용하려고 하고, 그 과정에서 (하다보니) 가짜를 잡아낼 뿐입니다.
그러다가 멀쩡한 부인을 놔두고 다른 여자와 사랑에 빠져 공연도 펑크내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는 죽음 직전에서도 공연을 하는 진정으로 death-defying한 (죽음도 불사한) 모습을 보여준 철인입니다. 게다가, 그의 생일은 1874년 3월 24일이니 당시 그의 나이는 52세였습니다. 로맨스에 빠질 나이는 아니라고 봐야 합니다)
심지어, 영화 말미에서는 이러한 심령술이 진짜였다는 결론을 보여줍니다.
이런 영화의 내용은 좀 심하게 말하면 후디니에 대한 모욕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3. 또 하나의 문제
현대 의학에 의하면 복부 외상을 통해서는 맹장염이 발생할 수 없다고 합니다.
게다가, 그는 죽는 날까지 가짜 심령술사들과 싸웠고, 심령술사들은 그를 미워했습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심령술사를 지지하는 사람들 가운데에는 이성적인 탐정인 셜록 홈즈를 창조한 코난 도일 경도 있었습니다)
후디니가 사망한 뒤 그의 사체는 부검되지 않은 상태로 장례가 치러졌으며, 최근 유족들은 (심령술사들이나 그들의 사주를 받은 자에 의한) 독살설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왜 하필, 유족들이 심령술사들에 의한 독살설을 제기한 이후에 심령술이 옳다는 내용의 후디니 소재 영화가 나왔을까요?
(하긴, 어줍잖은 음모론일 수도 있겠군요)
게다가, 그는 죽는 날까지 가짜 심령술사들과 싸웠고, 심령술사들은 그를 미워했습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심령술사를 지지하는 사람들 가운데에는 이성적인 탐정인 셜록 홈즈를 창조한 코난 도일 경도 있었습니다)
후디니가 사망한 뒤 그의 사체는 부검되지 않은 상태로 장례가 치러졌으며, 최근 유족들은 (심령술사들이나 그들의 사주를 받은 자에 의한) 독살설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왜 하필, 유족들이 심령술사들에 의한 독살설을 제기한 이후에 심령술이 옳다는 내용의 후디니 소재 영화가 나왔을까요?
(하긴, 어줍잖은 음모론일 수도 있겠군요)
오호! 음모론에 대한한 흥미가 있는 제 귀가 다 쫑긋해지는군요.
답글삭제@이정일 - 2008/03/31 14:22
답글삭제유가족이 독살음모를 제기한 것이 2007년 3월이니까 앞뒤가 맞습니다. 게다가 후디니의 주장과 안드로메다에 있는 "심령술은 옳다"는 주제는 대체 뭔지…
실제 후디니는 죽으면서 자신과 아내 사이의 비밀코드를 맞춰보라는 숙제를 냈습니다.
뒤에 한 심령술사가 이걸 맞췄는데, 결국 소스는 후디니의 부인이었다는 것이 밝혀지고 끝났죠.
저는 [U-571]을 좋아합니다만 ^^;;(어차피 오락영화이기 때문에..)
답글삭제하지만 대부분의 팩션 영화들은 좀 보는 내내 짜증만 나더라구요. [실미도],[홀리데이] 같은 작품들은 실화를 기반으로 했다지만, 너무 뻥을 많이 치는 바람에 김이 새 버린.. ㅡㅡ;;
@페니웨이™ - 2008/03/31 16:21
답글삭제아마 우리 근대사에 대해서는 아시는 바가 많은데, 아시는 내용과 달라서 좀 짜증이 나셨을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전 2차대전 당시 enigma와 블레츨리 클럽에 대해서 다큐멘터리를 좀 봤었는데, 영화는 이와 안드로메다 거리에 있기 때문에 무척 짜증이 났더랍니다.
(미국이 훔친 것은 당연히 아니지만, 전투함에서 훔치지도 않았습니다. 그리고, 결단력이 진급 결정의 요인일 정도로 군대가 체계적으로 사람을 분석하지도 않습니다. ^^;;; )
이에 관해서는 한번 포스팅하도록 하겠습니다.
(페니웨이 님 U-571 팬인 것 압니다 ^^;;;
그래서 U-571 글에 댓글을 안 달았답니다)
@페니웨이™ - 2008/03/31 16:21
답글삭제참, 실미도 사건은 당시에 알려진 사실까지를 기준으로 보면 상당히 잘 구성한 축에 듭니다.
문제는 그 이후에 실미도 관련자분들께서 주장하신 내용과 너무 달랐다는 것이 문제였죠.
너무 감성적인 쪽으로 흐르던 마지막 부분을 빼고요...
(왜 굳이 이렇게 소대장님과 김일병 스타일로 달리는지 원...)
@페니웨이™ - 2008/03/31 16:21
답글삭제수술은 잘 끝나셨나요?
@BLUEnLIVE - 2008/03/31 16:31
답글삭제[실미도]의 경우는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다고나 할까요. 나름 근대사(특히 3,4공때의)에 관심이 많아서 이것저것 조사할 일이 있었는데, 이 사건의 핵심인물들인 북파공작원들의 실체가 '전과자'들이 아니었다는게 문제지요. 물론 극중에 실화에 고증해 끼워넣은 에피소드가 제법 많은 건 저도 잘 압니다만 이런 기본 전제를 무시하고 사건 자체의 핵심을 흐리려는 당시 실제 책임자들의 논리를 대변하는 듯한 설정 자체가 아주 불쾌했습니다. (논리는 간단합니다. 어차피 전과자 내지는 사형수였으니 뭐 죽어도 할말없는거 아니냐는 식의...)
[U-571]은 뭐랄까요.. DVD소장가로서 남다른 의미를 가진 작품이라 좋아합니다. 사운드의 레퍼런스급 타이틀이라 아직도 스피커 테스트용으로는 이 작품을 틉니다.^^ 내용이야 "어메리카 만만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만.. ^^;;
수술은 오늘 잘 끝났습니다. 이제 경과를 지켜보는것만 남았네요. 감사합니다^^
@페니웨이™ - 2008/03/31 16:21
답글삭제실미도에서 가장 문제가 되었던 점이 바로 "전과자"로 몰고 갔다는 점이었습니다.
(마지막의 소대장님~! 부분은 걍 넘어가죠)
그런데, 영화가 처음 제작되었을 때까지도 이 부분은 전혀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저는 이 문제에 대해 좀 관심이 있어서 1994년~1995년에 유심히 자료를 뒤진 적 있었습니다. (인터넷도 별로이던 시절이라 잡지류가 대부분이었지만요)
모든 자료나 증언은 전과자에 집중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정도의 얘기를 하는 것도 상당히 위험했습니다)
이후 영화가 한참 제작될 때부터 관련자들의 증언이 쏟아져 나왔는데, 이것은 실제 영화가 나오면서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그러니... 제작자들 입장에서도 곤란한 점이 많았을 것입니다. 지금 와서 다 뜯어고치자니 장난이 아니고, 그대로 밀어붙이자니 북파공작원들의 명예를 지켜주지 못하고 오히려 명예를 실추시킬 수도 있게 되었으니 말이죠.
하지만, 그렇게라도 이 영화가 나오고 관심을 끈 결과 진짜 현실이 알려질 수 있었다는 것이 우리 근대사의 아이러니가 아닐까 합니다.
영화는 허구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300도 내용을 보면 허구가 많습니다. 스파르타인 전멸했다는 서사 하나로 만든 영화니까요.
답글삭제@도아 - 2008/04/02 09:24
답글삭제물론 영화는 허구입니다만, 사실을 소재로 만든 영화가 "왜곡"의 수준에 이르면 불쾌합니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역사 왜곡의 많은 피해를 보는 입장에서는...
300은 더 심하죠. 사실, 필레르모 전투에서는 몇 천명의 전사가 더 있었는데요... 이건 다 헤르도토스 때문이죠 -.-;;;
저도 영화 보고 싶네요.
답글삭제아이들이 셋이라 영화 보러 가기가 힘들어서요...
ㅋㅋㅋ
@zzip - 2008/04/02 10:35
답글삭제아이들이 문제죠. ^^;;;
저희는 조카가 오거나 조카네 집에 가면 무조건 극장으로 달립니다.
이영화, 보고싶네요. 근데 역사왜곡이라 ... 지식없는 상태에서 보면 왜곡인지 아닌지 알터없는 저로썬, 좀 집어먹기가 겁나기도 하네요 ..
답글삭제@넷물고기 - 2008/04/03 16:16
답글삭제영화는 영화일 뿐이지만... 좀 심각합니다.
우리로 치면... "안중근 의사가 사실은 일본의 스파이였고, 정적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정치적으로 희생되었다. 하지만, 안중근 의사가 총을 쏜 것은 맞다" 수준입니다.
최근에 '라비앙 로즈'라는 영화를 봤습니다. 혹시 이거 보셨나요?
답글삭제그냥 영화가 끝나고 느낌상으로는 감동적이고 멋있고 캐스팅도 훌륭하다고 생각했는데 완전히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많더군요. 영화가 과거와 현재를 왔다리갔다리해서인지... 정말 좋은 감상이었음에도 뭐라 찜찜한 이기분을 아실런지요? 나중에 기회가 되면 이 영화 리뷰좀 부탁드리고 싶네요. 물론 기회가 되면..
덧.본문과 관계없는 댓글달아서 죄송해요; 달리 달만한 곳이 없어서..
@okto - 2008/04/04 23:16
답글삭제에띠뜨 삐아쁘 관련 영화였죠?
그런데... 못 봤습니당...
한번 보게되면 리뷰해보겠습니다.
배의 어디를 치느냐에 따라 여러 장기들이 파열할 수 있습니다,
답글삭제보통 맹장염의 맹장은 원래 맹장 끝에 붙어있는 조그마한 충수돌기를 말합니다. 즉, 맹장염 --> 충수돌기염이지요.
충격으로 충수돌기가 터지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그보다는 차라리 맹장이 터질 가능성이 크지요.
즉, 맹장(대장의 한 부분) 파열 -> 변이나 피가 복강 안으로 나오고 -> 전반적인 염증 일 겁니다.
일반적으로 대장보다는 소장이 파열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배꼽을 중심으로 넓은 부분을 차지하거든요.
제대로 된 처치만 했으면 충분히 살 수도 있었을 겁니다.